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11월 6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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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겼어도 힘은 쎄지라. 긍께 생긴 것 갖고 말하지 마시요 잉. 임자는 잘생긴 얼굴 땜시 살고 있어라.
아따 참말로 서운하긴 한당께요. 그랑께 나도 한 말씀 할라요. 첨엔 다들 얼굴 갖고 말해 쌉디다만 그것이 다 뭔 소용 있다고 그란지 모르것소. 아무짝에도 소용 없지라우. 나가 시방부터 할 야기가 있응께 들어보시오 잉.
여름이면 집집마다 내가 필요해 안달허는 아짐씨들이 한둘 아니어라. 키 짝고 땅땅한 오이 사다 놓고 허벌나게 먼저 찾는 것이 잇당께라. 그것이 바로 나랑께요. 반질반질하고 매끈한 몸매의 돌팍 말이요. 짭짤허게 해줄 소금이나 시큼하게 해줄 식초랑 단맛 내줄 설탕은 돈만 주면 살 수 있제라우. 묵직한 돌팍은 암데서도 안 팔제라우. 주부들은 오이지 담글 때마다 나 땜시 암담하다고 합디다. 어느 전라도 아짐씨가 어디서 돌팍 좀 살 데 없는가, 함시롱 혼자 씨부렁거리는 거 봤당께라. 나가 그렇게 인기가 많은 갑다 하고 생각항께 을마나 고소한지 그 아짐씨 귀에 안 들리게 속으로 혼자 웃었당께라.
무겁다고 투덜거리지 마시요 잉. 다 그것도 쓸데가 있당께요. 살다 보면 나란 돌팍은 이리저리 불려 댕기기도 하지라. 내 몸을 침대 속에서 즈그들 남편 만지드시 이리 만지고 저리 만짐시롱 이뻐서 죽고 못살어라우. 생각해 보시오. 돌팍 하나 구할라고 바닷가나 강으로 갈 수도 없으니 안 그라겄소. 나 요새 귀허디 귀한 존재로 살고 있지라. 아무짝에도 쓸디 없는 돌팍 취급한다고 비우를 들어도 하필이면 날 가지고 비우 드는 인간들 땜시 부하가 치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라. 참말로 인간들은 한 가지만 알고 두 가지는 생각 못헌 것이 동물과 같당께라. 사람 탈만 쓰고 댕김서 지 혼자 잘난 맛에 사는지 몰라도 한심헌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랑께요.
거시기 으뜬 집에 나의 주인 아짐씨와 함께 간 적 있어라우. 고치를 한 다라이를 사다 놓고 걱정을 늘어놓드랑께. 이것을 어뜨케 짱아찌를 담가야 헐지 모르것다고 한숨을 좍좍 늘어놓고 있드라고 잉. 내 주인 아짐씨가 걱정허지 말라고 합디다. 땟깔 좋고 쭉쭉 뻗은 고치를 깨끄시 싯처노라고 함시롱 긴 꼬랑지는 째끔 잘라주고 몸뚱이에 바늘로 구멍 두서너 개씩 쑤셔서 숨구멍을 내라고 일러줬지라. 가만히 옆에서 들어 봉께 고치젓 담는 방법이랑 비슷합디다 잉. 젊은 각시라 그런지 촐랑거림서도 나의 주인 아짐씨 말을 쫑긋쫑긋 잘 새겨듣드랑께. 쬐금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라우. 금세 고치를 싯쳐 놓고 또 담은 뭘 해야 헐지 몰라 묻더라니께. 또박또박 말 잘 듣는 것이 이뻐서 나의 주인 아짐씨가 얼릉 물 끓일 준비허라고 갈켜주었제라.
조림장 만들어야 헝께 종이컵으로 간장 두 컵과 물 두 컵 설탕 한 컵 반 넣어 갖꼬 팔팔 끓이라고 일러주었제라우. 김치통에 고치를 담고 식초는 설탕만큼만 고치에다 부서 놓고 끓인 물을 팍 붓어 버리라고 했지라. 그러고 나서 그다음 참말로 중요한 것이 있는디, 내 몸뚱아리를 들어 조심시럽게 얹저 노라고 단단히 말해주었지라. 가장 중요헌 건 고치가 아니라 나, 돌팍이라고 말함시롱.
글고 얼마나 지났는디 전화가 왔드랑께요. 고치 짱아찌가 노르스름하게 참말로 마싯써서 고맙다는 전화였지라. 고맙다는 그 전화에 내 가 심이 벌렁벌렁 뜁디다. 이럴 때 내가 사람으로 안 태어나고 돌팍으로 태어난 것이 을마나 잘한 일인지 보람을 느꼈제라. 사람이나 돌팍이나 사는 일이 무슨 특별헌 것 있깐디요. 서로 도움서 사는 것이제라. 그것뿐이간디요. 언젠가는 별난 일도 다 있었제라.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저냥 평범허게 사는 여편네 같더라니께. 가만히 들여다본께 한숨만 늘어지게 심시롱“죽고 싶다 죽고 싶다”만 되씹고 있드랑께. 하도 꺽정이 돼서 찬찬히 지켜봤제라. 글씨 사연인즉슨 얼마 전에 있는 돈을 다 보이시피싱을 당해 한 푼도 남김없이 지 손으로 보내줬다지 안 컸소. 몸이 아퍼도 병원에 갈 수 없고 식구들헌테 미안허고 부끄라서 말을 할 수 없다고 하지 않컸소. 참 딱허고 불쌍허드랑께.
발소리도 없이 내가 다가갔제. 가망가망 그 여자 옆에서 죽고 싶다는 말이 쏟아질 때마다 귀신도 모르게 내가 있는 힘을 다해 살살 마음을 눌러주었당께. 하루 이틀 지낭께 차차 죽겄다는 말이 줄어들드랑께요. 그럼서 하는 말이 새끼들 땜시 살아야 겄다고 하지 안 컷소 잉. 그 말을 듣고 안심이 되었지라. 그 집을 살금살금 빠져나와 부렀지라. 참말로 기뻐서 하마트면 내가 그 여자 앞에서 손바닥을 칠 뻔했당께라. 사람들은 살 빼야 한다고 꺽정을 해싼디 난 무거운 몸이라야 쓸모가 더 있응께. 살 뺄 꺽정도 없고 그저 단순허게 살고 있지라우. 얼매나 좋소. 이런저런 꺽정 접어두고 그냥 생긴 대로 살면 댕께. 난 사람들처럼 복잡헌 건 질색이어라우.
못나고 잘난 것 아무 짝에도 쓸모 없지라우. 여러 가지로 필요해서 불려 댕기며 살다 봉께 마치 내가 인생사 강의라도 댕기는 것 같어서 살맛이 새록새록 생기드랑께요. 착각 속에 살다 보면 한세월 훌쩍 흘러 늘거 가것지만, 이렇게 사는 것도 재미가 솔솔 생기네요 잉. 글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은께 살맛이 새로 생겨뿌렀당께요? 재미가 있당께라. 산다는 건 모르는 일이랑께. 생각지도 못헌 일이 기쁘게도 허고 슬프게도 허니 아롱이다롱이 같이 사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당께라. 이런저런 일들로 이 못생기고 펑퍼짐한 몸으로 남을 돕다 봉께 보람도 쬐끔쬐끔 늘어납디다. 사는 날꺼정 이렇게 살먼 빨리 늙지는 않을 것 같터서 내가 요즘 좋은 일험서 살고 있당께요 알것소?
누가 나보고 누름 돌팍이라고 무시 허거들랑 요즘 좋은 일 허느라 바쁘게 살고 있다고 전해주쇼 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