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맵

<오빠 생각> 노래비

한국문인협회 로고 임병호

시인·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11월 693호

조회수9

좋아요0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 구두 사 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 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 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최순애(崔順愛, 1914-1998)가 지어 국민 동요로 애창되는 「오빠 생각」의 노랫말 전문이다.
「오빠 생각」은 1925년 『어린이』 잡지 11월호에 당선되었는데 당시 최순애는 12세의 소녀였다.
최순애는 1914년 3월 10일(음력 2월 14일) 경기도 수원군 수원면 북수리(현, 수원시 장안구 북수동) 125번지에서 1남 5녀 중 셋째로 출생하였다. 북수리는 화성 화홍문에서 장안문에 이르는 성곽 안 동네다.
최순애는 1928년 3월 22일 삼일여자보통학교(현 매향중학교)를 졸업한 후 배화여자고등보통학교(배화학당)에 진학했으나 수원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까지 통학하는 것이 힘들어 중퇴하였다.
최순애는 ‘기쁨사’의 동인으로 활약하며 동시를 발표하였다. ‘기쁨사’는 잡지 『어린이』로 알게 된 사람들끼리 서로 연락하며 지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서울에 살던 윤석중이 중심이 되어 만든 모임으로 수원의 최순애, 마산의 이원수, 「봄편지」로 유명한 부산의 꼽추 시인 서덕출, 「중중 떼떼중」의 동요시인 윤복진, 또 신고송, 이정구, 천정철 등이 ‘기쁨사’의 동인으로 모였다.
이때 최순애는 1926년 『어린이』 4월호에 동시 「고향의 봄」을 발표한 이원수(1911-1981)와 근 10년간 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과 사랑을 나누다가 결혼하였는데, 그 순정한 ‘러브 스토리’가 전해진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동네 새 동네 나의 옛 고향/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고향의 봄」을 지은 이원수는 1년 앞서 『어린이』에 「오빠 생각」을 발표한 최순애에게 편지를 썼고 최순애도 답장을 보내 두 소년, 소녀는 문학작품 같은 사연을 주고받았다. 이들은 얼굴을 한 번도 못 본 상태에서 결혼을 약속하고 수원역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마산 이원수와 수원 최순애는 어엿한 청년과 처녀가 되어 그날을 기다렸다. 그런데 ‘약속의 날’, 수원역에 최순애는 있었지만 이원수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러나 최순애는 이원수에게 무슨 곡절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부모가 권유하는 다른 혼처를 마다하고 이원수의 소식을 기다렸다. 그러던 1년 후 어느 날 이원수가 예고도 없이 수원 최순애의 집에 찾아왔다. 그날 이원수는 1년 전 약속을 지키지 못한 사정을 모두 밝혔다.
이원수는 마산에서 독서회를 통해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불온한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일경에 체포되어 1년간 감옥에 있었던 것이다.
최순애의 집안에서도 그동안의 궁금증이 풀려 두 사람은 양가의 축복 속에 1936년 결혼식을 올렸다. 슬하에 3남 3녀를 두고 행복하게 살다가 이원수는 1981년 향년 70세, 최순애는 1998년 84세로 타계하였다.
『어린이』는 1920년대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문예지 등단 제도가 시작된 이후의 최초 아동문학 전문 잡지다. 방정환(1899-1931)에 의해 1923년 3월 20일 창간, 1949년 12월 통권 137호로 폐간되었다.
당시 대구에 사는 작곡가 박태준(1900-1986)은 『어린이』를 구독하고 있었는데, 1925년 「오빠 생각」을 읽고 감명을 받아 곧바로 곡을 붙여 동요 <오빠 생각>을 발표하였다. 『어린이』에 실린 동시는 인쇄 매체를 통해 ‘눈으로 읽는 문학’으로 알려졌고, 곡이 붙은 동요는 가창(歌唱)으로 널리 전파되었다.
최순애의 오빠 최영주는 일본 동경으로 유학을 갔다가 1923년 9월 1일 발생한 관동대지진 이후 조선인 학살 사건을 피해 고향 수원으로 돌아왔다. 귀국 후 동아일보 수원지국 기자로 일하면서 ‘수원 화성 청소년회’를 지도하였고, 윤석중, 방정환 등과 함께 ‘색동회’ 동인으로도 활동하였다. 『어린이』 『신여성』 『학생』 등의 잡지 편집을 맡았고 또한 ‘소파 방정환 선생 기념사업’에도 깊이 관여하며 아동문학 발전에 기여했다. 해방을 불과 몇 달 앞둔 1945년 1월 세상을 떠났는데, 『신세대』 주간으로 활동하면서 일제의 정책을 옹호했다는 글을 기고한 이력으로 인해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라 있기도 하다.
최순애는 ‘서울 간 오빠’를 기다렸으나, 작곡가 박태준에게 오빠는 ‘조국의 광복’을 되찾을 ‘오빠’를 상징하는 은유적 표현으로 받아들여졌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속까지 이 노래가 깊이 파고든 것은 나라 잃은 설움과 가족을 빼앗긴 한이 맺혀 있었기 때문에 삽시간에 전국적으로 번져나갔다. 오빠를 그리워하는 어린 소녀의 마음에 민족의 소망을 담은 청년 작곡가의 서정적인 곡이 노래가 되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것이다.
박태준이 곡을 붙인 「오빠 생각」은 발표한 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가 1930년 이정숙이 노래를 불러 음반으로 제작돼 더욱 국민 모두가 즐겨 부르는 동요가 되었다. 안타까운 일은 최순애가 동시집을 발간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원고가 6·25전쟁 중에 소실되었다고 한다.
해방 후 남편에게 동시집 『반짇고리』 출판을 맡겼는데 애주가인 이원수가 원고 뭉치를 주점에서 분실했다는 다른 일설도 있지만, 아무튼 남아 있는 최순애의 작품이 「오빠 생각」 외에 「가을」 「그림자」 「이불」 「봄날」 「애기와 별」 「새엄마」 「사과와 동화」 「그리움」 「너나 내나」 「우산 모자」 「느림보 기차」 등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은 허무하기까지 하다.
또 홍난파가 작곡한 이원수의 <고향의 봄> 노래비는 수원 팔달산 중턱에 있는데, 정작 수원 출신 최순애의 <오빠 생각> 노래비는 없는 점도 애달픈 일이다. 최근, 시집 『성벽 너머, 수원의 숨은 표정들』을 펴낸 김훈동 시인이 「최순애의 오빠 생각」이란 詩에서 “팔달산 자락엔 아직도 바람 불고/ 행궁동 골목엔 그 시절 향기 남았건만/ 오빠 기다리던 소녀의 노래비 하나/ 고향 땅 어귀에 세워지지 못했네”라고 탄식했지만, 다행히 2023년 6월 16일 수원문화도시포럼(대표 박래헌, 이사장 최동호)이 ‘「오빠 생각」의 최순애 작가 심포지엄’을 열어 「최순애와 수원」(한동민 수원화성박물관장), 「최순애, ‘오빠 생각’에 대한 단상들」(정해득 한신대 교수), 「최순애 이야기」(최서영 더페이퍼 대표), 「‘오빠 생각’의 아동문학 사적 의의와 가치」(이미정 건국대 교수), 「최순애 동시의 발화 방식과 전개」(권성훈 경기대 교수) 등을 통하여 「오빠 생각」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수원문화도시포럼은 ‘오빠 생각 노래비 건립 추진위원회’도 결성하여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25년 11월 1일 ‘詩의 날’ 기념행사로 <최순애 오빠 생각 100년>을 주최한 수원시인협회(회장 김준기)의 활동도 주목을 받고 있다. 「수원에서 탄생한 국민 동요 <오빠 생각> 100년의 이야기」(유성호 한양대 교수)와 「<오빠 생각> 다시 부르기」(매향중·정보고등학교 중창단) 등으로 큰 박수를 받은 이 행사에는 화성연구회, 경기르네상스포럼, 수원문화도시포럼, 수원민주화운동 계승사업회, 매향중·정보고등학교 총동문회, 계간 한국시학, 행궁동상인회, 상아티에스, 사통팔달연합회, 팔색조봉사단 등이 후원단체로 참여하여 노래비 건립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어 기대된다.
2026년은 국민 동요 <오빠 생각>이 탄생한 지 101년이 된 해다. 이제 수원시민운동으로 전개된 <오빠 생각> 노래비는 건립 장소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로 대두됐다. 우선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수시로 왕래하는 곳이어야 좋다. 장안공원, 만석공원, 최순애의 모교 매향중·정보고등학교 경내에 세워야 한다는 등 여러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그러나 가장 적합한 장소는 최순애가 태어나고 자란 ‘화홍문 인근 공유지’가 제일 마땅하다. ‘수원팔경’의 한 곳인 수원천 화홍문(華虹門)이 있어 국내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명소이기도 하다.
실질적으로 <오빠 생각> 노래비는 건립 장소가 문제이지 별로 큰 예산이 소요되지도 않는 사업이다. 공유지를 관리하는 수원특례시가 문화예술, 관광진흥 차원에서 예산을 집행하고 특히 장소를 결정만 해주면, 순조롭게 진행될 일이다.
2026년이 가기 전에 <오빠 생각> 노래비가 건립되기를 많은 사람들이 소망하고 있다. 정부가 ‘문화도시’로 지정한 수원특례시의 시정(市政)을 모두가 주목하는 이유다.

광고의 제목 광고의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