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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었던 웃음

한국문인협회 로고 임경애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10월 6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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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지원금’이란다. 남들 다 하니 나도 신청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썩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부강한 것도 아니고 채무가 많은 나라이다 보니 우리 아이들이 갚아야 할 채무가 더 늘어나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부모 세대의 무능과 유능에 따라 젊은이들 사이에는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슬픈 신조어가 생겼다.
나는 가난하고 칠 남매나 되는 집에서 태어났다. 당시는 육성회비라는 학교에 내는 수업료가 있었다. 아버지 몇 푼 받아오시는 날은 아기인 막내만 빼고 손을 내미는 아침이었다. 칠 남매의 먹거리가 우선이므로 누군가의 손은 빈손이 되어야만 했기에 ‘우리 선생님은 혼내지도 않고 아무 말씀도 안 하시니 난 그냥 가도 된다’라고 하며 빈손을 자청했지만, 우리 반은 육성회비 내는 그것도 항상 일등이었다. 육성회비를 안 낸 아이들은 청소하고 복도나 교실에서 손을 들고 벌을 섰다. 오랜 시간 꿇은 발을 꼼지락거리면 제대로 꿇으라는 호통과 함께 회초리가 등짝으로 날아왔다. 한기보다는 선생님이 무서워서 등교 시간부터 긴장되어 사시나무 떨듯 떨어야 했다. 복도에서 손을 들고 벌을 설 때는 추위와 수치심에 떨다가 고개는 숙여지고 아픈 팔은 맞잡아졌는데 여지없이 날아드는 회초리에 손등이며 손가락을 맞았고 그 아픔은 수치심보다 컸다.
퇴근하신 엄마가 밥을 하는 아궁이 앞은 유일한 안식처이다. 종일토록 얼어 있던 마음을 녹이기도 하면서 엄마가 물어오는 학교 이야기를 하다가 슬퍼지면 연기가 눈으로 들어갔다며 눈물 훔치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 아버지가 육성회비 내라고 나부터 돈을 주시면 또다시 자랑하는 우리 선생님이었다. 일 학년이 끝나가는 초겨울이었다. 늦도록 귀가를 안 하고 연락 두절인 나를 찾아 아버지와 엄마는 학교로 찾아오셨는데 혼자 남은 나는 교실에서 무릎 꿇은 채 손을 들고 벌을 서다가 벽에 기댄 채 잠이 들었었다. 다음날 이웃집에서 돈을 빌려와 밀린 것을 주시는데 우리 집 빈 쌀독 생각에 머물며 나는 끝내 그것을 받지 않았다.
가난으로 아팠던 시절이 있었기에 알뜰하게 생활하며 중년이 되어 여유로움이 생기자 어릴 적 꿈을 상기하고 희망에 부풀어 수업을 시작하던 무렵의 유독 추웠던 날이었다. 아이엠에프를 겪던 시기라서 천정부지로 치솟은 금값이었다. 경기는 바닥을 치고 있는데 나날이 올라가는 금값이니 도둑들은 금은방을 욕심내고 있었지만, 든든한 경비업체를 믿으며 잠자리에 막 들려는 시간, 경비업체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이 늦은 시간 가게에 이상이 있으니 급히 오라는 전갈이다.
별일 없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아주 작은 물건도 남지 않은 어수선한 진열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전 재산을 도둑맞으며 빚을 내어 다시 시작한 생업이 너무도 힘들었다. 어느새 이자를 내야 하는 날이고 가겟세와 공과금을 내야 하는 날들에 숨이 막혀 오는 것 같았다. 빨리 빚을 갚아야 한다는 강박관념뿐 아무런 의욕도 없이 물끄러미 허공을 바라볼 때는 주눅이 들고 살아온 날들이 스크린되며 더 서글퍼졌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지만, 기본권인 행복을 위해서는 뒷받침되어야 하는, 돈이 없었으므로 나름 힘들었던 초등학교 일 학년 시절에도 늘 웃음을 지었던 이유는 나로 인해 부모님이 속상하실까 염려되었던 마음이었다. 현재도 난 늘 웃음을 짓는다. 혹여라도 아이들이 위축될까 염려되고 타인에게 궁색한 내 모습을 보이기 싫음이다. 그래서일까, 지인들은 내게 늘 행복해 보인다며 때론 부럽다고도 한다. 살아가며 꼭 필요한 자양분인 웃음은 참으로 고마운 버팀목이었다.
선거철이라 출근하는 길목 곳곳에 걸린 현수막의 사진들, 가끔 마주치는 분들은 좋은 공약들을 내어놓고 선택을 기다리는 후보들이다. 모두의 공약은 잘사는 나라를, 지역을 만들기 위함이니 양질의 공약이다. 화합이란 가정에서도 필요하고 각 단체에서도 필요하다. 화합이 되어야 가정은 화목하며 단체는 더 많이 발전되는 것이다. 서로 소속이 다르다고 하여 뜻을 같이할 수 없다는 그것은 어불성설인데, 어느 후보의 공약이 너무 좋았는데 낙선하니 공약은 상대 당이라는 이유로 물거품이 되는 그것을 안타까워한 적이 있었다.
최근에 당선된 어느 후보가 타당의 의견이라도 좋은 의견을 수용하며 지역을 발전시키는 양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것이 진정 상생이 아닐까?
매스컴을 접하다 보면 상상도 하기 싫은 사건들이 많아 세상이 무섭다는 생각이었기에 가급적 텔레비전도 안 켰지만 그래도 세상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늘 외면할 수는 없었다. 선거의 꽃인 유세장을 지나쳐 온 뒤 접했던 뉴스 시간의 인터뷰는 요즘 잊었던 웃음을 기억하게 하고 있다.
어려서는 부모님이, 결혼을 한 뒤는 가족들이 주던 웃음을 떠오르게 하고 있다. 당선인의 고마운 마음으로 상기되는 웃음을 머금는 순간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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