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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시선

한국문인협회 로고 이인환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10월 6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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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은세계패션점 현관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며 인사말을 건넨다.
“안녕하세요.”
여직원이 손님을 맞으며 응대한다.
“어서 오십시오.”
그는 그녀에게 용건을 말한다.
“제가 주문한 옷을 찾으러 왔습니다.”
여직원은 그를 소파에 앉으라고 권한다.
“선생님, 여기 잠시만 앉아 계세요.”
그리고 점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 말한다.
“점장님, 지난번에 양복을 주문한 김은성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이유빈 점장은 문을 열고 매장으로 나오며 그와 시선을 마주친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어서 와.”
그가 웃으며 말한다.
“잘 있었어?”
“응, 차 마실래?”
“커피나 한 잔 줘.”
“미스 김, 여기 커피 둘요.”
“네, 알겠습니다.”
그들이 커피를 마시는 동안, 여직원은 그가 맞춘 양복을 살롱으로 가져다 놓고 그녀에게 알린다.
“점장님, 양복을 살롱에 갖다 놓았습니다.”
“알았어요. 김은성, 옷이 잘 맞나 입어볼래?”
“그럴까.”
그는 주문한 양복을 입어보기 위해 살롱 문을 열고 들어간다. 살롱 안은 사면의 벽과 천장까지 거울로 되어 있어, 마치 은막의 세계에 들어온 듯하다. 그는 옷을 입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살펴본다. 그때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린다.
“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온 그녀는 그의 양복이 몸에 잘 맞는지 유심히 살핀다. 그녀의 시선이 머무는 동안, 그는 마치 패션쇼 무대에 올라 관중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모델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는 그녀와 시선을 마주하며 말한다.
“아이, 뭘 그렇게 봐? 부끄럽게….”
“야, 양복이 잘 맞나 봐야지. 이럴 땐 넌 꼭 어린애 같아.” 
그녀의 말에 그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좋아, 양복이 몸에 잘 맞아. 수고했어.” 
그녀가 웃으며 말한다.
“원래 몸매가 좋잖아.”
“참, 오랜만에 이 점장님께 칭찬을 다 들어보네. 이 점장, 언제 쉬는 날 투어 한 번 가자. 언제 시간 나?”
“응, 5월 5일이 어린이날이기도 하고 또 공휴일이니, 그날이 좋을 것 같아.”
“좋아, 그럼 어디로 갈까?”
“장소는 네가 정해.”
“그럼, 남이섬은 어때?”
“좋아, 난 남이섬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거든.”
“그래, 잘 됐다. 그렇게 하자.”
그는 매장 카운터로 가서 양복 대금을 계산하고 그녀에게 눈인사하며 말했다.
“나 간다. 수고해!”
“그래, 잘 가!”

 

그들의 이력을 보면, 이유빈과 김은성은 같은 학번으로 H대 동창이다. 그녀는 의상디자인학과를 나와 의류계의 유명 브랜드 ‘은세계패션’ 광화문점장으로 근무 중이며, 야간에는 양재학원 강사로 나가고 있었다.
김은성은 같은 대학 건축학과를 나와 형이 운영하는 ‘유천인테리어’에서 건축기사로 일하고 있으며, 그들은 30대 동갑내기이다.
5월의 대자연은 가로수를 비롯해 뜰과 산야의 나뭇가지 잎새들이 푸르름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그들은 어린이날을 맞아 마치 어린아이처럼 남이섬으로 봄 소풍을 떠나기 위해 동서울시외버스터미널 매표소 앞 대합실에서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했다.
그가 먼저 터미널 매표창구로 가서 가평행 시외버스 승차권 두 장을 산 뒤 대합실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녀가 잰걸음으로 들어오며 그를 찾는 모습이 보였다. 그가 그녀를 발견하고 일어서서 손을 흔들며 신호를 보냈다.
“유빈아, 여기!”
“내가 늦었네!”
“아냐, 나도 좀 전에 왔어.”
그들은 10시 30분에 출발하는 가평행 시외버스에 올라탔다. 버스가 가평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12시 10분이었다. 그들은 다시 택시 정류장으로 가서 대기 중인 택시에 올라탔다. 택시는 시원하게 달려 이내 강 건너 남이섬이 보이는 선착장에 도착했다.
“손님, 다 왔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선착장은 관광객들로 북적였고, 특히 동남아 단체 관광객들이 많았다. 그들은 매표소에서 왕복 승선권을 구매하고 배에 올랐다. 곧 남이섬 선착장에 도착해 하선했다. 남이섬은 넓이가 14만 평에 달하는 광활한 섬이었다.
“유빈아, 여기서부턴 좀 걸어야 해.”
“알았어.”
길을 따라 걷다 보니, 큰 나무 앞에 드라마 <겨울연가> 주인공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그녀가 반가운 듯 말했다.
“자기야, 저거 봐!”
<겨울연가>는 2002년 1월 14일부터 3월 19일까지 KBS 2TV에서 방영된 20부작 드라마이다. 출연진은 배용준, 최지우, 박용하 등이며, 첫사랑을 둘러싼 삼각관계를 다룬 것이다. 이 드라마는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킨 대표 콘텐츠로, 촬영지인 남이섬을 유명 관광지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한낮이 되어 시장기가 돌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그들은 섬 안의 경양식집에 들어가 점심을 해결했다. 식사 후 자판기 커피를 들고 다시 산책을 시작했다. 우측 방향으로 이어진 길은 메타세쿼이아길로 이어지는 산책로였다. 그들은 메타세쿼이아길을 지나 동물농장 앞에 다다랐다.
동물농장은 메시 펜스로 둘러쳐져 있어 동물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타조, 토끼, 공작새, 다람쥐, 청설모 등이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산책을 이어 선착장에 도착하니 보트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강변 데크 둘레길로 들어섰다. 왼쪽은 숲속, 오른쪽은 햇빛에 반사된 강물이 눈부시게 반짝였다. 보트가 물살을 가르며 씽씽 오갔다.
남이섬은 봄꽃으로 뒤덮여 마치 꽃동산 같았다. 그들은 아름드리 정자나무 앞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초여름의 뜨거운 햇빛 속에서 시원한 강바람이 풀 향기를 안고 다가왔다. 그녀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자기 따라와서 투어 잘했어. 고마워!”
“나도, 너와 함께 와서 좋았어.”
그들이 남이섬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섬 한 바퀴를 모두 산책하는 동안, 태양은 서산 위에 걸려 그들에게 안녕을 고했다. 그들은 귀경길에 올랐다. 남이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육지로 돌아와 가평버스터미널에서 서울행 시외버스로 이동한 뒤, 동서울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 헤어졌다.
“유빈아, 잘 가!”
“그래, 너도 잘 가!”

 

그들은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다.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 뚝섬에서 주택을 짓고 있는 건축공사장으로 출근했고, 그녀는 여느 때와 같이 광화문 직장으로 출근했다.
그의 작은형은 그를 건축기사로서 손색이 없도록 다양한 기술을 가르치고 있었다. 큰 나무로 성장하기 위해 묘목이 모진 바람을 겪어야 하듯, 그는 목공 실습부터 시작해 편수·양수 책상, 고급 장롱의 미닫이와 여닫이 등을 직접 만들게 했다. 건축으로는 한옥, 양옥, 빌딩 등을 실습시켜 건축가로서 못하는 일이 없도록 가르쳤다. 그는 여러 건축 현장을 순회하며 점검하느라 바빴다.
그런데 경복궁 내 리모델링 공사장에 문제가 생겨 그의 형이 불러 말했다.
“야, 너 목수 몇 명 데리고 가서 경복궁 내부 공사를 좀 마무리하고 오너라. 파견된 목수들이 시원찮아서 문제가 생겼다. 네가 가서 마무리 좀 지어라.”
“네, 알겠습니다.”

 

다음날 그는 솜씨 좋은 목수 몇 명을 데리고 경복궁 현장에 도착했다. 먼저 현장을 둘러본 후 공사감독관 사무실로 들어가 신고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유천인테리어에서 온 건축기사 김은성입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직원이 일하다가 일어나 응대했다. 
“내가 감독기사입니다. 앞으로 공사에 관한 일은 내게 보고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는 감독기사로부터 내부 리모델링 시공 도면을 받아 공사 현장으로 가서 시공 방법과 도면 내용을 검토한 뒤, 샘플로 원형 기둥에 타원형 루버를 수직으로 세워 부착해 놓았다. 그리고 현장 사무실로 들어가 감독기사 앞에서 공손히 인사하며 말했다.
“선생님, 저와 함께 현장에 좀 가시겠습니까? 원형 기둥 하나를 견본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래요, 가봅시다.”
그들은 내부 시설공사 현장으로 갔다. 감독기사는 견본으로 만들어 놓은 원형 기둥의 루버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이 모형대로 시공하세요.”
그가 감독기사의 승낙을 받은 후 일사천리로 내부 인테리어를 거의 마감하고 있을 때, 뒷주머니에 있는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는 꺼내 보며 말했다.
“네, 김은성입니다.”
저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익숙한 목소리였다.
“나다. 바쁘구나. 오늘 점심이나 같이 먹게. 서울관으로 점심시간에 오너라.”
“네, 알겠습니다.”

 

점심시간 무렵 그는 경복궁 공사 현장에서 종로에 있는 서울관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약 10분 거리였다. 서울관 문을 열고 2층으로 올라가니 사형이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그래, 어서 와라.”
“일이 바쁘구나.”
“네,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어서요.”
“다름이 아니고, 그곳 공사가 끝나면 우리 회사로 와서 나를 좀 도와줘야겠다.”
“알았어요. 일이 끝나는 대로 갈게요.”
그는 작은형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작은형은 자신을 많이 키워 주었는데….
그는 경복궁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매끈하게 마무리 짓고, 현장 감독관으로부터 합격 판정을 받은 뒤 공사를 끝냈다. 그리고 작은형에게 사정을 말씀드리고 사형 회사로 첫 출근을 했다. 사형 회사에서 그는 기획실에서 근무하며 중요한 심부름을 맡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나 5월 초 여름을 맞이했다.

 

그는 그녀와의 결혼 준비로 양가 상견례를 마치고, 그해 가을 L예식장에서 양가 친지, 동창, 직장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식을 올렸다. 그해 겨울이 지나 새해가 되고, 만물이 소생하는 새봄을 맞이한 어느 날 퇴근 무렵 사형이 그를 불러 말했다.
“우리 회사도 이제 중동으로 진출하고 싶은데 네가 중동을 한번 갔다 와야겠다. 내가 보내줄 테니 준비하기 바란다.”
그는 사형의 사업확장계획의 일환으로 예상치 않은 중동행이라니, 아직은 그래도 신혼인데 아내와의 비록 짧은 이별이지만 헤어진다는 게 아쉽고 미안했다.
사형은 경제단체 회원사인 한 건설회사에 부탁하여, 중동에 진출해 있는 K종합건설 본부장을 통해 요르단에서 진행 중인 건설공사 현장으로 그를 파견했다. 한국과 요르단 간에는 직항 노선이 없었다. 인천공항에서 두바이까지 약 9시간, 두바이에서 요르단 퀸 알리아 국제공항까지 다시 3시간이 걸렸다. 순수 비행시간만 해도 12시간에 이르렀고, 환승과 대기시간을 포함하면 긴 여정이었다. 퀸 알리아 국제공항에서 암만 시내까지는 약 35km였다.

 

그가 요르단에 도착할 때까지의 여정은 지루하고 힘겨웠다. K 본사 직원들과 함께 암만에 도착했을 때, 동행 인원은 관리 이사를 포함해 모두 5명이었다. 이들은 공항에서 현지 택시를 이용해 캠프로 이동한 뒤 짐을 풀고, 이후 암만 시내 빌딩에 위치한 지사를 방문했다.
지사에는 지사장을 비롯해 기술이사 등 고급 관리자들이 근무하고 있었으며, 일부는 숙소로도 사용하고 있었다. 김준호 관리이사가 늦게 합류한 것은 미국 연수 중이었기 때문이다. 연수를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인솔자로 요르단에 온 것이다.
그들은 도착 신고차 지사를 방문했다. 당시 공사 현장으로 직원들이 나가 있었고, 지사에는 이병진 상무 지사장과 운전기사 두 사람만 있었다. 일행은 테이블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운전기사가 지사장실로 들어가 말했다.
“지사장님, 김준호 이사님이 오셨습니다.”
이 상무는 반가워하며 사무실로 나와 그들을 맞았다.
“아이고, 김 이사님,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상무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저희는 무사히 도착하여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김 이사는 김은성을 비롯해 노무, 건축, 기계 등 중간관리자들을 호명하며 인사를 드리게 했다. 지사장은 직원들의 인사를 받고 말했다.
“여러분,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곳은 물설고 낯선 이국땅 중동입니다. 각자 건강에 유념하시고 맡은 바 임무를 열심히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모두 힘드실 테니 오늘은 푹 쉬십시오.”
그들은 암만 교외 캠프로 돌아가 숙소를 배정받고 휴식에 들어갔다. 이곳에 일진으로 온 직원들은 중동 근무 경력이 있는 인원 중 선발된 교환 인력이었다.
김준호 관리이사는 유학파로 아랍어를 비롯해 5개 국어에 능통한 인물이었다. 하루는 공사 현장 사무실에서 안전관리 담당 김은성에게 말했다.
“김 과장, 지금 바쁘나?”
“아닙니다, 말씀하세요.”
“현지인들의 재래시장이나 한번 둘러보러 갈까?”
“그러시죠. 좋습니다.”

 

그들은 부식 구입 차량인 픽업에 함께 타고 다운타운으로 나가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아랍인들의 시장 구경에 나섰다. 김 이사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시장 상인들과 나누는 대화 내용을 메모해 주게나.”
“네, 알겠습니다.”
그는 노트와 볼펜을 준비해 김 이사의 뒤를 따라다녔다. 김 이사가 유창한 아랍어로 현지 상인들과 대화하며 주·부식 등의 가격을 일일이 물어본 뒤 한국어로 설명해 주면, 그는 그 내용을 받아 적느라 바빴다. 사무실로 돌아온 그는 자료를 정리하고 분석하여 1인 1식 단가를 산출했다. 여기에 주방 요원들의 일당을 합산하니 식당 운영비가 계산되었다.
직장인은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에 충실해야 하며, 모든 일을 공정하고 정직하게 수행해야 한다. 회사는 사원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고, 사원은 애사심으로 협동해야 회사가 발전하며 노사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

 

그는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 매일 아침, 낮, 저녁 무렵 건설 공사 현장을 순찰하면서 작업자들의 작업 상태와 위험 구역에 설치된 안전 가림막 등을 살펴본 뒤 사무실로 들어왔다.
지금 건설 중인 건물은 암만에서 가장 높고 큰 건설 현장이다. 그런데 그가 오후 순찰 중 지상 4층 콘크리트 거푸집을 뜯어내고 보니, 슬래브 상면에 굳어 있는 시멘트를 콘크리트공이 ‘에어 해머(착암기)’로 제거하기 위해 작업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현장 사무실로 들어와 안전 순찰 일지를 쓰고 있는데, 경비원이 급히 달려와 사고를 신고했다.
“저, 과장님! 큰일 났습니다. 4층에서 사람이 다쳤어요!”
“그래요, 무슨 사고입니까?”
“슬래브 마감 작업하다가요.”
그는 조금 전 콘크리트공이 착암기로 슬래브 다듬질 작업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 사이에 안전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그는 사고 현장으로 뛰어가며 무전기로 중장비과에 연락했다.
“안전입니다. 사람이 다쳤습니다. 지금 빨리 산소 절단 장비를 가지고 4층으로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가 사고 현장에 도착하니, 작업자의 오른쪽 허벅지 부분 작업복 바지가 착암기 회전축(샤프트)에 빨려 들어가 “나 죽는다!”라고 소리를 지르며 슬래브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산소 절단 장비를 들고 온 용접공이 가스 토치 불로 착암기 샤프트를 절단하는데, 사고자는 뜨거워서 죽겠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실제로 허벅지 옆에서 쇠를 녹여 절단하고 있으니 얼마나 뜨거웠을까! 사고자를 착암기에서 분리한 뒤 의무실에서 응급처치를 하고 암만 시내 병원으로 이송하여 상처 부위를 봉합 수술한 후 입원시켰다. 그러나 신경을 많이 다쳤다고 한다.
이번 사고의 후속 조치로 안전관리실은 착암기 회전축에 철망 덮개를 제작해 보호망을 부착했다. 착암기로 인한 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였다. 또한 작업 전 안전교육도 강화했다.

 

이곳의 공휴일은 매주 금요일이다. 회사에서도 급한 일이 아니면 기능공들을 쉬도록 했다. 6월의 첫 휴일을 맞아 아침을 먹은 후 관리팀은 차량 두 대에 나누어 타고 요르단강과 사해 탐방에 나섰다. 요르단강은 성경에 나오는 요단강을 일컫는다.
오늘 투어에 나선 8명 중에는 무종교인보다 종교인들이 더 많았다. 그래서 요르단강에 대한 관심이 컸다. 우리는 아침식사 후 캠프에서 출발해 나지막한 평원을 지나 요르단강 인근 검문소 입구에 도착했다.
첫 관문인 검문소(GOP)에 도착해 신분 확인을 받은 후 통과했다. 요르단강변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요르단군이 지키고 있는 최전방 초소를 다시 통과해야 했다. 요르단강을 기준으로 이쪽은 요르단 땅이고 저쪽은 이스라엘 땅이다. 우리는 요르단 최전방 입구 경비초소(GP) 앞에 도착해 승용차에서 모두 하차했다. 일행은 대기하고, 김 이사와 김은성은 요르단군 초소 안으로 들어가 준사관으로 보이는 초소장에게 아랍어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우리가 여기 온 것은 알라의 뜻입니다.”
무슬림들에게는 ‘알라의 뜻’이라고 말하면 웬만한 것은 이해해준다. 김 이사가 우리가 암만에서 초대형 건축물을 짓고 있는 한국 근로자라고 설명하자, 그들도 우리를 알고 있다며 이곳은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경계가 삼엄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우리에게 요르단강변에 접근하면 절대로 강물 속으로 들어가지 말고 이스라엘 사람들과 말도 하지 말라는 주의를 주었다.
우리는 감사의 뜻으로 준비한 먹거리를 주었고, 안전하게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요르단의 최전방 이스라엘과의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요르단군 경비초소를 나와 요르단강변에 이르러 손과 발을 강물에 담그고 세수도 해 보았다. 이어 강변길을 따라 사해 입구에 도착했다.
사해는 중동의 관광지역으로, 사해 중심에는 요르단과 이스라엘을 건너다닐 수 있는 교량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쪽은 요르단 관광지이고 저쪽은 이스라엘 관광지이다. 우리는 사해 입수 체험 입장권을 사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속에 들어가 몸이 둥둥 뜨는 체험을 했다. 밖으로 나와서는 암반지하수를 펌프로 끌어올린 민물로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사해의 염분은 약 33%로 바닷물 평균 염분 3%보다 훨씬 높다. 또한 사해는 유입구는 있으나 배출구가 없다. 강바닥에는 소금층이 약 3m 정도 쌓여 있다고 한다. 지구 표면에서 가장 낮은 곳이다. 우리는 이곳으로 들어온 요르단군 초소 앞으로 되돌아가서 수고하는 그들에게 요르단강과 사해를 구경하게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무사히 캠프로 돌아왔다.

 

그는 해외 파견 근무 만료로 귀국을 앞두고 업무 인계 준비를 하며 이곳 생활을 마무리했다. 귀국에 앞서 요르단 주재 한국대사관을 방문해 여권을 확인받은 뒤 지사로 돌아왔다. 그는 지사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지사장 앞에 두 손을 모아 공손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지사장님, 제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게 되어 감사했습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그래, 수고 많이 했네. 고국에 돌아가거든 형님께 안부 전해주게.” 
그리고 지사장은 봉투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귀국길에 시장할 텐데 식사나 하게.”
그는 사양했지만 지사장은 그를 친동생처럼 여기며 함께 일해 왔기에 귀국이 서운했다. 그는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그럼, 저 가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그의 눈에는 안개가 서리며 이별을 고했다.
“그래, 잘 가게.”
그와 지사장은 이심전심으로 말은 하지 않아도 서로의 시선 속에 마음을 나누며, 기약 없는 짧은 이별의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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