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육년 가을호 2026년 9월 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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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귀는 닫혀 있어
입을 열지 마
시카고행 국제선 비행기 안
피부색도 다르고, 이목구비 낯선
사람 틈에 앉아 있다
호의에 찬 눈길을 보내온다
안녕하세요, 입속에서만 맴돈다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
바벨의 벽돌 하나가 된 듯
옹알이조차 힘든
나는 엉뚱한 곳에 불시착한 사람
팽팽한 기류 속
서로 다른 언어를 물고
같은 하늘 아래 떠 있다
혀끝 돌지 않는 침묵만으로
낮과 밤을 보내야 하는 공중
안녕, 혹은 헬로우
혀가 꼬이듯 말이 맴돌다가 만다
바벨탑*은 무너졌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는
아직도 다리를 건너는 중인가 보다
관제탑 신호가 깜빡인다
착륙 준비로 비행기 안 어수선하다
낯선 대륙의 흙냄새 속으로
알 수 없는 문자와 기호가 밀려온다
*바벨탑: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바벨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