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육년 가을호 2026년 9월 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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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살처럼 더위를 쏘아내던 여름이 지쳐 철수한 자리에
조그만 나뭇잎이 살래살래 산장으로 걸어온다
붉은 화관을 머리에 쓰고도
왠지 쓸쓸한 감나무는
잘박거리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지금은 여름 한철 장사를 마치고
바위를 쓰다듬으며 휴업 중인 계곡
대낮 가로등은
먼지만 풀풀 날리는 굽어진 길을 보며 생각에 잠기고
오후의 키 큰 햇빛은
산장의 모습을 구석구석 사진으로 남긴다
그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떨어진 나뭇잎을 끌어안는 물마루길
데크길을 따라 휘어지던 다리
이끼는 도로에 가득한데
길은 여전히 앞을 향하고 있다
홍가시가 혼자서 햇빛을 쥐고 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