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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중사유상

한국문인협회 로고 박기준(양천)

책 제목한국문학인 이천이십육년 가을호 2026년 9월 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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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는 이마에 닿자마자 내 바깥을 먼저 지웠다
축축한 온기 속에서 나를 더듬어 내려갔고, 손끝에 닿는 것은 살이 아니라, 빛이 닳아 가는 자리였다 기억은 얕은 물결처럼 떨리며 흩어졌다 사유는 그 사이를 조용히 미끄러졌다 닿기 직전에 스러지는 것들을 바라보며, 안쪽으로 천천히 잠겨 갔다

 

꿈은 내 형체를 절반쯤 접었다 접힌 자리마다 시간이 스며들었고, 오래된 이름들과 잊힌 숨결이 희미한 냄새로 떠올랐다 그 냄새를 따라가며 내가 누구였는지, 지금의 내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더듬었으나, 대답은 언제나 경계에서 부서졌다 물음은 아래로 번지다가, 끝내 바닥을 놓쳤다

 

내가 흐려지는 것인지 세계가 또렷해지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 혼란 속에서 무언가가 가라앉았다 사라지는 것들마다 자리를 비웠고, 그 빈 곳이 나를 드러냈다 비워진 자리에서 낯선 고요가 앉았다

 

흔들린 자리가, 내가 있었다는 유일한 증거였다

 

깨어 있는 이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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