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육년 가을호 2026년 9월 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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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연대의 광풍 속에서 우후죽순처럼
아파트가 생겨날 즈음 전철 3호선을
사이에 두고 한강을 건너서는 초입에
건설되어 강남의 상징으로
그리고 강남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던 그 아파트
당시엔 고관대작들의 ‘진상품’으로
서민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고
하기야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으면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소문난 현직을
그 아파트와 바꾼 친구도 있었으니까?
가벼운 눈인사로 지나가는 이웃도 알고 보면
지상(紙上)에서 자주 보던 얼굴이었으며
한 집 건너면 회장님 집 아니면 사장님 집이라고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살았어도 그곳에는
지하 주차장이 없었으니 지상의 주차장은
외제차 전시장을 방불케 했으며
한 번도 보수의 텃밭을 내어준 적 없었던
신정치 1번지로 온갖 멋과 맛을 만들고 퍼뜨려
유행의 1번지로도 소문이 자자했던 동네
살면서 듣고 보는 것만으로도 신분 상승의
동질감을 느껴 괜스레 우쭐해보기도 했던 동네
어쩌다 연이 닿아서 격동의 한 시대를
그 동네에서 살아봤지만 그때 그곳 사람들이
일상에서 보여줬던 사소한 행동거지나
남다른 자부심은 지금도 불가해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참으로 오묘한
동네였다
그때는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