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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거울 ——아리마을에서 일어난 일

한국문인협회 로고 아이콘 김율희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8월 6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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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법의 거울
“볼 때마다 예뻐지는 거울이에요. 이 마법의 거울을 공짜로 나 누어 드립니다.”
어느 날 아리마을에 아주 잘생긴 청년 한 사람이 찾아와 마을 광장에서 소리, 소리를 질렀지요. 아리마을 사람들은 호기심에 청년 주위로 몰려들었어요. 그리고 너도나도 모두들 거울을 하 나씩 받아들었어요. 수도 없이 많은 거울을 마을 사람들에게 나 누어준 청년은 이렇게 말했어요.
“자, 거울을 다 받으셨지요. 안 받으신 분은 없지요? 이 거울 을 볼 때마다 여러분들은 점점 더 예뻐질 겁니다. 그뿐만이 아닙 니다. 점점 더 젊게도 만들어 드릴 거예요. 모두 다 받아 가세요.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집에 가서 이 마법의 거울을 보고 마음에 드시면 집에 있는 거울은 모두 다 집 밖에 내놓는 겁니다. 그러면 제가 그 거울들을 다 수거하겠습니다.”
청년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모두 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게 하겠소. 뭐 어려운 일도 아니구먼.”
“그런데 만약에 거울을 다 내놓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거요? ”
마을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질문을 했습니다. 청년은 잠시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만약에 집에 있는 거울을 다 내놓지 않으면 여러분에게 나쁜 일이 생길 거니 다 내놓는 게 좋겠지요? ”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는 청년의 말에 사람들은 순간 섬뜩하였지만 그래도 이 신기한 마법의 거울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모두들 거울 을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소녀 쿠나도 망설이다 거울을 받아들었습니다. 긴 얼굴과 너무 새카 만 눈썹, 까무잡잡한 피부, 오른쪽 뺨의 흉터까지 늘 자신의 얼굴이 마 음에 안 들었는데 강한 호기심이 생겼던 거지요.

2. 아리마을의 변화
청년이 아리마을에 거울을 주고 간 이후로 1년여의 세월이 흘렀습니 다. 그런데 아리마을에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너무나 평화로 웠던 이 마을에 폭력사건이 자주 발생하는가 하면 가끔 방화사건도 일 어나고 1년 사이에 무서운 마을이 되고 말았던 거지요.
원래 아리마을 사람들은 마을회관에 모여 마을의 여러 일들을 의논 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서로가 협심해서 돕는 마을이었어요. 그런데 이 제는 만났다 하면 서로 싸우고, 만났다 하면 서로가 서로를 헐뜯는 바 람에 마을회관에 모이는 것을 꺼리게 되었어요. 어느새 마을회관은 텅 텅 비게 되었고 쥐들의 안식처로 변하고 말았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마을 사람들의 외모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아름 다워졌고 점점 더 젊어졌어요. 머리에 흰 머리카락이 가득하고, 쭈글쭈 글한 주름이 얼굴 전체를 뒤덮었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이제는 머리 카락도 검어지고 얼굴이 주름 하나 없는 얼굴로 변해서 이제 나이 든 사람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답니다.
쿠나도 매일매일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해하고 있었어요. “진짜 신기해. 내 얼굴이 이렇게 예뻐지다니…. 정말 믿을 수 없어.” 쿠나는 동그스름한 얼굴 모양과 흉터가 없어진 자신의 모습을 거울
에서 확인하고는 기분이 좋아졌어요. 하지만 아침마다 불쑥불쑥 올라 오는 화와 짜증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졌어요.
쿠나는 예뻐지는 자신의 얼굴과는 다르게 자꾸만 나쁘게 변해 가는 자신의 성격에 걱정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자신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 들까지 변해 가는 모습을 보니 점점 더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3. 할머니의 옛 거울
그러던 어느 날, 쿠나는 어머니의 유품을 찾으러 광에 들어갔다가 깜 짝 놀랐습니다.
“아니, 이게 뭐지? ”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있는 아주 오래된 거울 하나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미처 집 밖에 내놓지 못한 거울 인 듯했습니다. 1년 전에 마을 사람들은 청년의 말에 두려움을 느껴서 모두들 자신이 쓰던 거울을 집 밖으로 내놓았거든요. 그리고 며칠 사이 에 그 거울들은 한꺼번에 그 청년과 함께 다 사라졌습니다. 마을 사람 들은 자신의 아름다워진 외모에 취해서 예전의 그 거울들을 다 잊어버 렸던 거지요.
쿠나는 조심스럽게 그 거울을 집어 들었습니다.
“악! ”
거울을 본 쿠나는 너무 놀라서 그 거울을 땅에 떨어트리고 말았습니 다. 다시 조심조심 그 거울을 쳐다본 쿠나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습니 다. 거울 안에는 지금까지 자신이 본 그 거울 속의 모습이 아닌, 험상궂게 생긴 이상한 모습의 얼굴이 있었습니다. 쿠나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그 거울을 다시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방으로 가지고 왔어요.
그날 밤, 두려움에 밤을 그대로 꼴딱 샜던 쿠나는 다음날 일어나자마 자 할머니의 거울을 조심조심 쳐다보았어요. 그러자 이상하게도 마음 이 편해지면서 1년 동안을 괴롭혔던 화와 짜증이 나지 않는 것을 느꼈 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흐르자 쿠나는 점점 더 안정을 되찾게 되었고 할머니의 거울 속의 모습이 이제는 험상궂은 모습이 아니라 예전의 자 기 모습을 비추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쿠나는 이번에는 마 음을 가다듬고 청년이 주었던 거울을 비춰보았습니다. 그 안에는 지금 까지의 쿠나의 모습이 아니라 무서운 괴물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그제 야 쿠나는 청년이 준 거울이, 마법의 거울이 아니라 저주의 거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4. 마법 거울의 진실
쿠나는 마음이 바빠졌어요, 그녀는 먼저 마을회관을 깨끗하게 청소 했습니다. 그리고 마을 곳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여러분, 우리 마을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 급하게 알려드 릴 일이 있으니 마을회관에 모여주십시오. 그리고 오실 때 청년이 주었 던 그 거울을 가지고 오셔요.”
쿠나의 간곡한 부탁에 마을 사람들은 호기심에 마을회관으로 하나둘 씩 모여들었습니다. 쿠나는 사람들이 다 모이자 할머니의 거울을 꺼내 들었습니다.
“여러분, 이 거울은 우리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그 청년에게 미 처 주지 못했던 옛 거울입니다.”
말을 마친 쿠나는 그 거울을 들고 한 사람씩 차례대로 사람들의 모습 을 비춰주었습니다. 지금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거울 속의 모습에 놀란 마을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고 화를 버럭버럭 냈습니다.
“이게 뭐야! 정말 끔찍해. 사기다, 사기야! ”
“여러분, 잠깐만요. 저를 한번 보시겠어요. 제가 이 거울을 가지고 있 은 지 며칠이 지났는데 제 모습을 한번 보시겠어요? ”
마을 사람들은 쿠나의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모습은 자 기들과 같은 모습이 아니라 너무나 평화로운 모습이었습니다.
“여러분, 이제 여러분들이 가지고 온 그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셔요.”
각자 거울을 쳐다본 마을 사람들은 모두들 놀라서 거울을 내던지거 나 떨어트리고 말았지요. 하나같이 이상한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거 든요. 쿠나는 말을 이었습니다.
“여러분이 보신 것처럼 우리는 아마도 그 청년에게 크게 속았던 것 같습니다. 한번 생각해보셔요. 우리가 그 거울을 받은 이후로 마을에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잖아요.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고 서로가 서 로를 공격하는 일들까지 일어났어요. 그 모든 것이 다 이 거울 때문이 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
쿠나는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이 거울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가진 이 저주의 거울을 다 깨뜨려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더 젊어지고 예뻐졌는데 어떻게 이 거울을 포기할 수 있지? ”
사람들은 서로가 의심의 눈빛으로 술렁거렸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 보던 쿠나가 먼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거울을 깨뜨렸습니다. 그러자 옆 에서 망설이고 있던 쿠나의 친구들도, 이웃집 사람들도 하나씩 거울을 깨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나날이 젊어지는 모습에 취해 있던 할 머니 한 사람은 끝내 거울을 깨뜨리지 않았습니다.
“아, 난 싫어. 괴물이어도 좋아. 젊어지고 싶단 말이야.”
할머니는 거울을 가지고 슬금슬금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마치 지진이 일어난 듯, 땅바닥이 갈라지면서 커다란 거울 하나가 땅에 서 솟아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그 거울은 새카만 어둠의 거울이었습니 다. 그 앞에 1년 전에 아리마을에 와서 거울을 나누어 주었던 그 청년이 서 있었습니다.
“얄미운 쿠나, 이제 곧 이 마을을 내 손아귀에 넣을 수 있었는데 너 때문에 다 망쳤어. 발칙한 것 같으니라고.”
청년은 점점 더 무서운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커다란 괴물로 변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지옥에서 온 듯 끔찍한 뱀의 형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저 괴물을 물리칩시다. 우리 아리마 을을 지켜요.”
쿠나의 말에 마을 사람들 모두 정신을 차리고 거울에서 뿜어져 나오 는 거대한 어둠의 폭풍우에 맞서며 깨어진 거울 조각들을 거울을 향해 던졌습니다. 끝없이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모두들 지쳐서 쓰러질 때 쯤, 차츰 폭풍우가 잦아들더니 괴물의 모습이 점점 더 작아졌습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할머니가 힘겹게 마지막 거울을 깨뜨리자 어둠의 대형 거울과 청년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우와! 우리가 해냈어.”
마을 사람들은 함성을 질렀습니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들은 어느새 젊고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라 1년 전의 자신들의 얼굴 모습 그대로 돌아간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마음이 훨씬 평화 로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리마을 사람들은 빗속에서 조용히 깨진 거울 조각들을 치웠습니 다. 이윽고 비가 그치고 밝은 햇살이 아리마을을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쿠나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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