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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본질과 작가의 사명

한국문인협회 로고 윤기관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9월 6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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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무거운 주제인가, 늘 머릿속에서만 맴돈다. 국제 문학단체에서 상금을 내걸고 주제에 맞는 작품을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상금에 욕심내 응모하는 작가가 어디 있을까. 문학을 진정 사랑하는 작가라면 ‘문학의 본질’에 동참하기 위해서 응모할 것이다.
국제적으로 이름난 문학단체들은 응모 작가들에게 이력서를 요구하지 않는다. 등단한 지 십 년, 삼십 년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 현실은 잘못된 관례를 전통으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국제 문학단체들은 인맥을 고려하는 사례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오직 ‘문학의 본질’을 얼마나 충실히 담았는가에 매의 눈초리로 응시한다.
우리나라의 학문 풍토는 기초과학인 노벨, 물리, 화학, 생물, 의학/생리, 경제학상 등의 후보자가 싹틀 풍토가 조성되어 있지 못하다. 차근차근 못자리부터 시작하여 한여름까지 수고를 아끼지 않는 농부의 가르침을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무시하는 것인가. 우리 문학계는 볏논에 슬쩍 숟가락만 얹어 놓으려는 ‘피’를 닮아 가는 잘못된 환경에 안주하고 있다.
인문학이 사라질 뻔했던 고비를 넘긴 적이 있다. 문학을 전공하여 능력을 발휘할 만한 일터가 없으니 학생들이 선호하지 않았다. 당시 우리 사회는 그만큼 무지했다. 의학, 과학, 법학은 문학적 심미안이 바로 서지 않으면 제 역할을 발휘할 수 없다.
시, 수필, 소설 등을 대표로 하는 문학은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인문학은 사람의 언어, 문학, 예술, 철학, 역사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우리는 인문학 중 특히 문학을 통하여 아픈 사람을 치유하고,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때 편견이 작용하지 않게 기본 소양을 제공한다.
문학은 국제 사회가 해결하기 어려운 분야를 찾아가 해결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추구한다. 과학으로 해결하기 힘든 인권 보호, 전쟁 억제, 자유 실현, 정의 구현, 평화 회복을 문학으로 해결하려고 몸부림친다. 맨부커인터네셔널상이나 노벨문학상이 바로 그런 일을 한다.
국제적으로 정평 있는 문학단체들이 문학작품을 선정할 때 작가의 이력서를 요구하지 않는다. 작가의 이력은 문학계에서 알게 모르게 회자한다. 서점 판매 부수가 작가의 이력서를 웅변하기도 한다. 독자들은 작가의 이력을 보고 책을 구매하지 않는다. 작품을 통하여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나는 인권을 중시한다. 인권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이어서 그렇다. 동물과 인간의 구별 기준이다. 왜, 인간만 그러한 기본권이 주어져 있을까. 조물주에게 물어본다. 천지를 창조할 때 그분은 자신의 ‘형상’을 닮은 인간을 창조하여 자연을 다스리라고 명령했다. 동물이 가지지 못하는, 그분의 ‘형상’을 닮았다는 데서 태생적 ‘자존심’을 갖는다. 국가연합은 이 ‘자존심’을 ‘인권’이라고 정의한다. 국가연합은 세계인권선언과 인권이사회를 통하여 ‘인권’을 굳건히 보호한다.
그런데 지구상에 ‘인권’을 철저하게 유린하는 곳이 몇 군데 있다. 그중 하나가 13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군부 국가 버마이다. 그들은 소수민족을 주류 민족인 버마족과 동일하게 대우하겠다는 다짐으로 나라 이름을 미얀마로 바꾸었다. 그런데 무늬만 미얀마이지 알맹이는 여전히 버마이다.
버마 군부는 버마 라카인주에서 수백 년을 살아오고 있는 소수민족 로힝야족의 시민권을 박탈하였다. 그것도 모자라 로힝야족을 총살하고, 여인들을 강간한 뒤 바다에 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로힝야족 120만 명은 급기야 2017년 8월 25일 거주지 버마 라카인주를 집단 탈출하여 나프강을 건너 이웃 나라로 도망쳐야 했다. 마치 모세의 이집트 탈출을 연상케 한다.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야산에 무사히 도착한 그들은 지금 9년째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
시민권(국적)을 박탈당한 로힝야족은 ‘있어도 보이지 않는 유령’이다. 무역학자이면서도 문학작가인 나는 ‘멸종위기에 처한 로힝야족 구하기 행동가’로 나선 지 오래다. 로힝야 난민촌을 수시로 방문하여 그들의 증언을 수집한다. 그 자료를 토대로 시집 『We want to Fly, Too, 우리도 날고 싶다』를 올해 봄 서울에서 출간하였다. 올해 가을에는 논픽션 소설 『Dream of Rohingya(로힝야의 꿈)』을 런던에서 출간할 예정이다.
나는 사화산이 된 과거형 ‘문인’이 아니라 활화산처럼 현재진행형으로 활동하는 ‘작가’이고 싶다. 나는 로힝야족의 인권 회복을 세계만방에 호소하는 ‘인권 작가’로 남겠다. 로힝야족도 그분의 ‘형상’을 닮고 태어났으니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으로 살아야 한다.
나는 문학의 본질에 충실하며 살아 있는 작가로 남고 싶다. 방글라데시 비자를 받자마자 로힝야족을 도우러 콕스바자르로 떠난다. 로힝야 난민촌 3구역 쿠투팔롱 초등학생 200명의 학생을 돕고 있다. ‘문학의 본질’을 잊지 않으려 한다.
작가로서의 사명을 잊지 않으려 나를 채찍질한다. 나는 오늘도 로힝야족의 인권 회복을 위해 두 손 모은다. 로힝야족의 인권 회복과 국가 독립을 위해 수고하는 국제 디아스포라 단체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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