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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살아가기

한국문인협회 로고 이양자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9월 6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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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삶인지 고민하고, 그 답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행복하게 사는 것은 시대와 세대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꿈꾸는 삶이다.
법정 스님은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는 욕망에 휩쓸리기 쉽지만, 맑고 단순한 삶은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준다고 하셨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에 있다고 하셨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적은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 마음이 가벼워지고 행복이 다가온다고 한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는 말은 알겠는데 욕심을 내려놓고 이를 실천하며 살기는 쉽지 않다.
어릴 때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엄마 품에 안겨 젖을 물고 있을 때였다. 젖이 안 나와도 젖꼭지의 말랑한 촉감이 좋아서, 입에 물고 있기만 해도 편안하고 행복했다. 그러나 동생이 태어나면서 나의 행복을 뺏어가 버려서 서운하고 슬펐다. 그런 원망이 무의식 속에 남아서 그랬을까. 자랄 때 동생과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고 사소한 일에도 잘 다투었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먹을 것이 넉넉하면 행복했다. 감자, 고구마를 삶아 식구들이 둘러앉아 먹거나, 무더운 여름날 얼음을 동동 띄운 수박 화채 먹을 때 행복했다. 명절 때 차례상에 올랐던 여러 음식을 먹으면 행복했다.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밥이나 떡 같은 음식을 대접받은 것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초등학교 동창 중에 이름이 떠오르는 친구는 먹는 것을 준 친구들이다.
어릴 때 행복했던 매 순간을 떠올리면, 맛있는 음식 먹으며 환하게 웃고 있는 내가 보인다. 그때는 먹을 것이 있으면 아무 걱정 없이 행복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의 행복은 단순하고 순수했다.
중고등학교 시절의 행복은 성적에 달려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위인 전기를 즐겨 읽으면서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남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훌륭한 사람이 되어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공부에 열중했다.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 강의를 놓치지 않고 착실히 들었고, 시험 기간에는 밤새워 공부했다. 시험 보고 나서 좋은 성적이 나오면 기뻤지만, 기대한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화가 나고 속상했다.
그 시절에는 성적에 모든 관심이 몰려 있어 친구와 어울려 지내는 일은 마음을 두지 않았다. 그래서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도서실 구석자리에 앉아 책을 보며 공부하던 것 말고 다른 기억은 별로 없다.
대학 시절의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찾아왔다. 좋아하는 남학생과 손잡고 인적이 드문 호젓한 바닷가를 걸으면 가슴이 두근거리며 짜릿한 설렘이 온몸을 감쌌다. 파도 소리는 우리를 축복해 주는 음악 소리처럼 들렸고, 멀리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등댓불은 나의 사랑을 축복해 주는 불빛처럼 느껴졌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행복했고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다. 그렇게 지내다가 어느 날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한 뒤 홧김에 만나지 말자고 했다. 사실은 그가 미안하다고 말하며 무조건 사과하고 붙잡아 주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오랫동안 연락이 오지 않아 기다림이 서운함이 되었고, 자존심이 상해서 멀어졌다.
울적한 마음으로 지내던 어느 날, 친구의 소개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 교제하다가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고 첫아기가 태어나서 처음 품에 안았을 때 이전에 알지 못했던 엄청난 행복을 경험했다. 아기의 작은 손발, 숨소리까지 모두 사랑스러웠다. 지금도 아기는 하나님이 주신 가장 큰 선물이라 생각한다. 아기가 가슴에 안겨서 젖을 빨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방긋 웃어 주면 말할 수 없는 기쁨이 온몸으로 짜릿하게 번졌다. 그 순간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에 취해 있었다.
아이가 자라면서 걷고, 말하고, 인사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경이롭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매 순간이 행복이었다. 자라서 학교 다닐 때는 상장 받아 오거나, 담임선생님이 우리 아이가 착하다고 칭찬해 주면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 누군가 자식은 자랄 때 이미 부모에게 효도를 다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마 자식에게 처음으로 느끼는 사소한 기쁨이 대부분 자식의 어린 시절에 많기 때문일 것이다.
딸이 성장해 결혼하고 손주를 낳아 내 품에 안겨 주었다. 내 아기를 처음 안았던 순간과는 또 다른 벅찬 감동이 가슴을 채웠다. 내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삶의 흔적이 이어지고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흐뭇했다. 마치 태어나서 맡은 소중한 임무를 무사히 마친 듯한 평온함도 찾아왔다.
지나고 보니 행복은 무지개처럼 멀리 있어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 아니라, 늘 내 주변에 내 마음속에 조용히 머무르고 있었다.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도움을 청하는 이들에게 가진 것을 나눠 주면, 마음이 훈훈해지고 기쁨을 느꼈다.
교회나 TV에서 불우한 이웃을 돕자고 했을 때, 기꺼이 동참하면 행복했다.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며 살다 보면 따뜻한 마음이 생기게 되고, 그것이 행복해지는 가장 쉬운 비결인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꿈꾸는 행복은 늘 소박하다. 힘든 처지에 있는 누군가와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나의 행복이다. 오늘도 나는 그러한 행복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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