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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기념관

한국문인협회 로고 조경순(경기)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9월 6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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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기념관은 학교 다닐 때 방문하고 오늘의 발길이라 의미가 깊다. 입구에 들어서니 눈에 띄는 유엔가입국, 이 나라를 도와준 국기들이 바람에 펄럭이고 장성한 푸른 소나무들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놓았다.
그 사이 우뚝 서 있는 기념관을 지키고 있는 큰 동상 건장한 선임관이 죽어 가는 병사를 힘껏 안고 일으키며 “죽지 말고 살아야 한다”라고 소리치는 듯 생명을 붙들고 몸부림치는 모습 보여서 한참을 발걸음 옮길 수가 없었다.
아, 저 선임관이 하늘을 향해 “일어나라” 소리칠 때 나는 좁은 문을 박차고 태어났다. 그 애절하고 강렬한 소리에 놀라 더 크게 울음 울며 세상에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해, 겨울 두 주먹 불끈 쥐고 태어난 딸을 안은 엄마, 어찌 견뎌 감당하였을꼬.
전쟁 중에 그 울음소리 밖으로 세어 나갈세라 연약한 등으로 감싸안고 전전긍긍하며 젖꼭지를 입에 물리고 나는 그 젖꼭지 입에 물고 어떤 굴곡이 요동치고 있는지 어떤 애통한 세상에 내가 태어났는지조차도 의식 없이 적군 총이 목 가깝게 와도 무정률(定律) 속에서 크나큰 역사는 이루어졌고 그 현상을 여기 커다랗게 집을 지어 놓았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의 위업을 기리고 넋을 기리는 공간 호국추모실, 전쟁역사실, 6·25전쟁실, 해외파병실, 국군발전실, 기증실, 북한의 군사도발실, 대형유물전시실, 8개의 실내 전시실, 어린이박물관, 야외전시장 등 지어진 곳을 탐방하고 그 자리를 비우면서 수많은 생각에 잠겼다.
내가 태어났던 그해는 죽어 가는 사람의 절규와 날아오르는 대포 소리에 이 땅은 망가져 폐허가 되어 갔고, 곳곳에 핏물은 고여 오염으로 변모되어 유령의 땅으로 되어 있을 때였다.
보따리 머리에 이고 등에 지고 삶의 절실함 속에서 허덕일 때 나는 배고프다 더 힘주어 울었을지도 모른다. 그 고달팠던 세월의 역사 속에서 자라나 시대를 뛰어넘어 머리카락 하얀 여자 되어 입을 굳게 닫고 실상황들을 음미하면서 우리는 정오의 투명한 힘으로 일어섰고 다시 시작해 빛을 발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이리 현 상황을 만들어 놓은 것에 감사했다. 이 나라 후예의 역사교육 장소로는 충분하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다.
뒤돌아 조금 걸으니 햇살이 잘 드는 밝은 곳에 피로 물들었던 세계 각 국군 한 사람 한 사람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정교히 구리로 만든 판에 정성 어린 이름이 새겨져 있다.
고요히 바람을 타고 흐르는 죽음의 신음이 귀청을 울리는 이 거대한 영혼의 함구에 나는 눈을 껌벅이며 영령 앞에 엄숙한 자세로 깊숙이 머리 숙였다.
영령들이여, 짊어지고 있던 총을 이제 내려놓고 저 분수가 오르는 호숫가 소나무 우거져 있는 긴 의자에 편안히 평화로움을 가져보소서! 피 냄새가 아닌 풍겨 오르는 이 맑은 공기 몸속으로 들이면서 티 없는 빛살이 깃들여 오는 여기 온몸 뉘어보소서! 단조롭고 보드라운 영혼의 속삭임들이 바람으로 올 것입니다. 이 나라를 위해 희생된 영령들이여!
이제 해가 서산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세월이 가고 세기를 넘어도 고귀한 당신들이 있는 이 집은 영원할 것입니다. 이 안타깝고 무거운 발걸음 돌리오니 안녕히들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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