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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변함없는 것, 본질은 무엇인가

한국문인협회 로고 김영애(창원)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9월 6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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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교육원에서 행사를 열게 되어 직장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교육원 로비 커피숍 탁자에 둘러앉았다. 그때 얼마 전 이사할 집을 구한다고 했던 동료에게 이사했는지 물으니 이사 이야기가 한바탕 시작됐다.
그녀는 11월에 이사한다면서, 요즘 이사업체는 물건을 어디에 어떻게 둬야 하는지 알려줄 정도로 정리를 잘 해준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20년째 같은 곳을 이용한다고 말하니, 이사업체도 바꿔 가며 하는 편이 좋다고 하기에 이사업체 이름을 하나 물어 기억해뒀다.
다른 이는 아내가 TV프로그램인 <신박한 정리>를 보고 난 후, 정리컨설턴트를 불러 집 정리를 완벽히 했고 비용이 얼마 나왔다고 말했다. 그 말에 다른 동료들도 하나둘 물건이나 책을 처분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각 가정에는 물건을 잘 버리는 사람과 잘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처음 말의 물꼬를 튼 그녀가 그동안 대학교 전공 서적을 가지고 있었는데, 남편이 “그걸로 뭘 하려고 하느냐?”고 물었을 때, “공부하려고 그런다”라고 답했다며 능청을 떨어서 모두 폭소했다.
어떤 이는 책을 묶어 재활용하는 곳에 내놓는다고 했다. 또 다른 이는 인터넷서점에서 만든 앱으로 책을 판다고 했다. QR코드를 하나하나 찍으면 재미있고, 천 원짜리가 모이면 몇만 원도 되고 간혹 비싼 책이 있으면 십만 원이 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에게 어떤 인터넷서점 앱으로 어떻게 QR코드를 찍는지 설명하면서 처분해도 되는 책이 어떤 책인지 설명했다. 트렌드를 알려주는 책은 꼭 그 시기에 읽어야 하지만, 시기가 지나면 가치가 없어서 보관할 필요가 없으니 바로 처분해도 된다고 했다.
나도 최근 몇 년간 그런 책 시리즈를 사고 있어서 뜨끔했다. 그의 말이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우리 집 거실 책꽂이와 벽 모서리에 쌓인 책들을 떠올리며 책을 무한정 사서 모으는 것도 어떤 집착 같아서 잠시 반성했다.
그때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큰시숙 부부와 시어머니가 사셨던 집에 찾아가 가재도구들을 버리고,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돌아왔던 일이 생각났다. 사람이 죽어 이 세상을 떠나면 사람도 그 물건들도 서서히 의미를 읽는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다.
그날 행사 시작이 가까워져 자리를 파하면서 세월이 지나면 변하는 것과 늘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여러 생각이 오갔다. 사람도 물건도 변화는 필요하다. 오랜 기간 변하지 않으면 쓸 수 없게 된다. 늘 변함없으면 좋은 것들도 있지 않을까?
사람은 수명이 다하면 죽는다. 친지가 세상을 떠나면 이별을 위해 사흘이 주어진다. 어렸을 때부터 가끔 생각했다. ‘어쩌면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장례 기간은 열흘이나 보름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물건도 그렇다. 잘 관리해도 시간이 지나면 그 가치와 효용을 잃는다. 내 경우 대학생 때 샀던 수동식 타자기가 그랬다. 오래전 버리려 했지만, 아이들이 보관하자고 해서 그냥 뒀는데 이제 쓸 수 없게 되어 최근 이사하면서 버렸다. 우리 시어머니가 쓰셨던 물건도 그랬다.
나는 어떤 것들은 늘 변함없기를 바란다. 그것은 사람도 물건도 아니다. 우리 감정이나 생각, 느낌에 가깝다. 각자 변함없기를 바라는 것들이 다를 수 있지만, 그것이 분명히 필요하다. 내게 그것은 꿈, 희망, 책임감, 인간 존중, 인간존엄성, 삶에 대한 믿음, 이해·이해심·배려이다.
첫째, 꿈이다. 나는 월트 디즈니의 꿈을 좋아한다. 그는 미키 마우스를 통해 수많은 애니메이션과 디즈니랜드, 디즈니 월드까지 만들었다. 그는 꿈을 꾸었기에 이룰 수 있었다. 지금 불가능해 보여도 보이지 않는 멋진 것들을 꿈꿔야 한다. 그래야 이룰 수 있다. 꿈은 힘이 세다.
둘째, 희망이다. 사람들은 아기를 좋아한다. 부모나 조부모들은 삶이 고달프고 힘들어도 아기를 보며 힘을 낸다. 가족이 아닌 사람조차 아기의 밝은 모습을 보면 하나같이 미소를 짓는다. 아기의 웃음 속에 미래에 대한 희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셋째, 책임감이다. 현대사회는 경쟁이 치열하고 비교도 심하다. 외모, 학력, 사는 곳 등 비교 요인이 많고, 예의나 태도까지 평가받는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지금 눈에 보이는 것에 극도로 민감하지만, 그래도 보이지 않는 것을 챙기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넷째, 인간 존중이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사람으로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어떠한 이유 없이 그 존재 자체만으로 존중받고 사랑받아 마땅하다. 다만 사람마다 생각이 달라서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고, 물어도 답변받기 어려울 수 있지만, 물어볼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다섯째, 인간존엄성이다.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존엄한 존재임을 믿고 눈을 똑바로 뜨고 주먹을 불끈 쥐고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이해해 줄 아량과 포용이 필요하다.
여섯째, 삶에 대한 믿음이다. 유대인 대학살 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의 증언이 담긴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에서 삶의 의미를 배웠다. 지금 힘들어도 삶의 의미를 찾으면 살 수 있다. 누구든 힘이 들어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믿음을 가지기를 바란다.
일곱째, 이해·이해심·배려다. 『버츄프로젝트 수업』 책 부록인 버츄 카드에서 사람과 사물에 대한 이해가 다르다는 점을 배웠다. 사물은 그냥 이해하면 되지만, 사람을 이해하려면 마음이 필요하다고 이해했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타인에 대한 배려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배운다.
우리는 변화의 시대를 산다. 그래서 더 변함없는 어떤 것에 목마르다. 늘 변함없는 것이란 황금 같은 것일 수 있지만, 어떤 연금술사도 만들지 못했고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인문학에 가깝다. 문사철(文史哲)이 이 시대에 주목받는 이유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문학, 그중에도 문학이 본질에 닿아 있다는 생각이다. 인간 의지, 희로애락 같은 감정, 감성은 수시로 변하지만, 그래서 늘 변함없다. 늘 변함없는 것, 본질이란 살아 움직이는 인간 감성, 감정, 의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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