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9월 691호
1
0
초등학교 들어가 글을 알게 되니
할머니는 두 고모님 댁에
수시로 편지를 쓰게 하셨습니다
그날도 썰매 타러 가야 하는데
우표 사들고 오셔서 재촉을 하셨지요
철부지 어린 마음에
그럼 할머니가 쓰라 했습니다
이내 불호령이 떨어졌고
닭똥 같은 눈물 흘리며
연필로 꾹꾹 눌러쓰고 소리내 읽어야 했습니다
한참 지나 철이 든 다음에야 알았지요
할머니가 까막눈이라는 사실을…
군 입대할 무렵 인사드리러 가니
밤새 이불 덮어주시다가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훔치셨습니다
꼬깃꼬깃한 돈
몇 장을 손에 쥐여주셨고
얼마 안 되어 할머니는
지팡이 하나 남기고 먼 길을 떠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