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9월 691호
1
0
멀찌감치 물러나 올려다본 하늘이
마치 정지된 화면 속 광고처럼
파랗게 질려 있는
오늘,
이런 날 하루쯤은
바람 한 점 없어도 좋다
언제부터인가
나무는 미동도 없이 홀로 서서
색이 주는 황금빛 커튼 뒤에 숨어
떠나보낼 잎들을 하나하나 부르며
뿌리의 전설을 노래처럼 들려주고
밤이 되면 순백(純白)의 별들이
총총거리며 우리에게 내리면 좋겠다
그런 날
덩달아 넋놓고 창가에 앉아
진종일 응어리진 가슴을 걸러내고
살아온 날들 되새김질하며
누구에게도 말 못한 슬픔 한 꾸러미와
뭉텅 잘려 나간 아픔에 대해
여과지를 통해 걸러지는
한 톨의 기쁨이라도 온전하게 갖고 싶다
머리를 창에 슬그머니 기대고
호흡마저 멈춘 듯 놓아두면
생각도 멈추어
무념(無念) 속에 내버려두었다가
힘차게 날아오르는 새들의 비상처럼
구름 위 높이 오를 날들을 궁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