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9월 6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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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 억새는
수직으로 초록대 세워
내 키만큼 높이 자랐습니다
누구보다 강한 생의 의지
저 올곧음 속에 서려 있겠지요
수직에 맞서는
수평의 세계 또한 신비롭습니다
천변에 낮게 엎드린 풀꽃들
냉이꽃 민들레 광대나물…
고 작은 것들도 제 이름을 달고
높은 것을 탐하던 내 발걸음
가만히 멈춰 세웁니다
예쁘다, 신비롭다
비로소 낮은 곳의 평화를 봅니다
부유함도 빈궁함도
결국 한 줄기 바람인 것
봄볕은 차별 없이 마음의 때 씻어 주고
식어 가는 가슴에 다시 뜨거운 봄불을 켭니다
한때 꽃비처럼 쏟아지던 찬사와 갈채
그 화려했던 영광은 이제 등뒤에 두고
모든 욕심은 저무는 꽃잎과 함께 내려놓습니다
꽃은 져도 열매는 깃들겠지요
참으로 눈부시게 고요한 봄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