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8월 666호
49
0
“아이고.”
허공에 대고 외마디 소리를 지른다. 시험 보고 나오는데 서글프다. 늦게 도착해서 3점 깎여 77점이다. 3점만 올리면 되니까 금방 되겠지 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차선을 넘어, 주차에서 경계선 닿아, 주차하려 할 때 비상벨이 울려 놀라서 등등. 서울에서 10번을 불합격 찍고 아산에서 11번 과 12번을 더 찍었다. 기능시험 합격까지 오는 길은 참 멀고 먼 여정이었다.
그동안 마음과 몸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옛날엔 관 절염이 있어 운전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단념하고 있었다 가 관절염 상태가 호전되고 서울 자동차운전학원에 2종자동 으로 등록해서 필기시험 문제집을 받았다. 며칠 공부를 하 고 시험을 보니 70점으로 통과.
서울에서 기능교육을 받을 때 강사님이 팔을 툭툭 친다. 틀렸다며 주의하라는 표시다. 손에 힘이 없고 감각도 없다 고 한 말씀하신다.
기능시험이 참 어려웠다. 아산에서 시험관에게 왜 떨어진 거냐고 여 쭤 봤을 때 90점이지만 일찍 핸들을 돌려 벽을 탔고 한 번은 앞에 버스 가 있어 옆 도로로 가서 역주행해서 떨어졌다고 했다. 젊을 때 했더라 면 금방 붙었을 테지만 기억력이 많이 떨어져 쉽지 않았다.
면허증 반납할 때인데 왜 따려고 하냐고 아는 사람들이 말을 한다. 나도 자꾸 떨어지니 돈도 들어가고 안 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았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운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일었다.
숙제가 남아 있다. 도로주행 교육이 6시간인데 토요일마다 2시간씩 다음 주부터 예약이 되어 있다. 교육 잘 받고 또 더 연습 잘하면 합격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운전할 때 실수하여 사고를 내는 경우도 있고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 데도 상대 차가 실수를 하여 사고를 내는 경우도 있다.
재가복지센터에서 일을 하려면 운전은 필수다. 운전면허 따면 센터 에 가기로 되어 있었지만 운전면허도 없는데 작년 5월 3일부터 센터에 오라고 연락을 받았다. 앞으로 운전면허를 따면 된다고 센터장님이 말 씀하셨다. 배려해 주시어 너무 감사하다.
아산으로 이사를 오고 관리자 치매교육 받고 시험 준비하고 건강보 험공단에서 센터 심사준비로 운전에 대해 신경을 쓸 수 없었다. 필기시 험 준비하고 71점으로 합격하였다. 그리고 나서 삼성자동차운전학원 에 등록을 하니 안전교육을 받으란다.
서울에서 받았다고 하니 확인서를 팩스로 내라고 하여 서울로 전화 했더니 1년이 지나서 무효라고 한다. 다시 안전교육을 받고 기능교육 을 신청하였다. 토요일에 두 번 걸쳐 신청을 했는데 며칠 후에 연락이 와 하루에 몰아서 하면 어떠겠냐고 전화가 왔다. 따로 받는 것이 내게 더 유리할 것 같았지만 양보를 하였다.
강사님은 회전할 때‘부드럽게 천천히’직각일 때는 빨리 핸들을 돌 리라고 친절하게 알려 주신다. 직각주차 때 처음 들어갈 연석에 어깨선 을 맞추고 정지하여 오른쪽으로 핸들 다 돌리고 1자가 되었을 때 브레 이크 밝고 왼쪽으로 핸들을 풀고 직진하며 왼쪽선에 30cm 떨어져 직진 등. 가속구간은 먼저 엑셀에 발 올려놓고 화살표에서 누르라고 가르쳐 주신다.
회전 때 핸들을 다 돌리고 정지하고 반대로 핸들을 풀며 다하고 나올 때는 앞에 있는 노란선 10cm 지나 오른쪽으로 핸들을 돌리라고 알려 주신다. 차에서 내려 손짓으로 정확한 위치에 서서 이해하기 쉽게 알려 주신다.
교차로에서 좌측 깜박이 켜고 도로 중앙 왔을 때 왼쪽으로 핸들을 돌 리라고 가르쳐 주신다. 강사님은 인상도 좋으시고 친절하셨다.
비상벨 연습을 반복하고 주차연습도 여러 번 연습하고 싶어 강사님 께 말씀 드렸더니 허락해 주셔서 좋았다. 13만 원 내고 기능교육을 한 번 더 받고 시험 보기를 참 잘했다. 13번째에 가서 합격을 한 것이다
센터에서는 이번 시험에서 떨어지면 하나님 뜻이니 운전시험을 보지 말라 하신다. 시험날 코스마다 실수하지 않고 잘 기억하여 합격하게 해 주시라고 주님께 간절히 기도하였다.
시험을 보는데 가슴이 뛰었다. 종료했을 때‘합격입니다’하는 소리 가 크게 들린다. 참 잘했다고 자신에게 기립박수를 세게 쳐 준다. 얼마 나 듣고 싶은 말이었던가.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다. 운전면허 딴 것 도 아니면서 왜 그리 좋은지 깡총 뛰고 싶었다.
아들은 내가 기능시험 붙었다고 회식을 하자고 한다. 직각주차 많이 힘들다고들 하는데 통과했으니 도로주행시험이 남았지만 기능시험보 다 쉬우니 운전면허 시험 붙은 거나 마찬가지라면서. 하지만 운전면허 증 따면 먹자고 대답을 해본다.
나이 먹어 깜박깜박 한다고 하니 늙었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말라고 시 험관도 하시고 셔틀차 운행하시는 분이 그러신다. 활기차게 살려면 그 런 말을 않는 것이 맞다. 긍정적으로 살다보면 좋은 일이 마구 쏟아지 겠지.
자동차를 운전하면 좋은 점이 참 많다. 자긍심과 자신감도 커지고, 버스 타고 가면 1시간 걸리는 거리를 15분이면 갈 수 있고, 장본 것을 무겁게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여행도 더 갈 수 있고, 친한 사람도 더 자주 볼 수가 있다. 우물 안에 개구리처럼 좁던 시야가 넓어지니 세계 관도 커지겠지.
오늘 차창 밖에 푸르러 가는 가로수 나뭇잎들을 바라보며 운전면허 증이 내 손에 쥐는 날을 상상해 본다. 귀한 사람의 생명을 위해 과속하 지 않고 법규를 잘 지켜 조심 또 조심하며 안전운행할 것을 다짐해 본 다. 운전하는 사람을 보면 그렇게 존경스러울 수밖에 없다. 넙죽 절하 고 싶어지기도 한다. 버스에서 내릴 때 목적지까지 무사히 운전해 주시 는 기사님께 크게 인사를 한다.
“안전운행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