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9월 6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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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를 반납하고
다섯 계단 아래로 생을 옮겼다
지상에서 고작 다섯 걸음 내려왔을 뿐인데
창틀로 쏟아지는 햇살이 먼지처럼 서먹하다
외줄을 거두고 짚어 서는 벽,
걸음을 옮길 때마다 소금꽃이 피었지만
어둠을 두드리는 감각이 깨어나면서
마르는 법도 알게 되었다
다섯 해가 서른 해처럼 지나고
행운이라 불리던 지상의 햇볕 아래서
가려운 등에 남은 소금기를 천천히 긁어낸다
서늘한 바람과 낯설도록 부신 햇살
돌아보니 서른을 벼린 건
빛이 아니라 잘 말린 어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