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맵

아기는 우리의 희망이자 미래다

한국문인협회 로고 이균환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8월 690호

조회수48

좋아요0

살아오면서 출산에 관한 일을 수없이 보고 들었다.
출산은 인간세상을 이어가는 인류의 대서사시다. 1960∼70년대만 해도 남아선호 사상이 팽배했다. 그 시절엔 출산에 따른 여성의 희비가 교차했다. 그러한 시기가 지나고 남녀평등시대가 도래하자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생활은 윤택해졌다. 하지만 교육문제와 주거비 상승으로 젊은이들의 결혼 기피 현상은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오래전에 있었던 일이다. 어머니께서 임신 중이었다. 고모님과 함께 자다가 산기를 느껴 어두운 밤에 아기를 낳았다. 고모님은 “형아 똥 쌌다”라고 말했다. 자다가 탯줄이 고모님 손에 잡혀 착각했던 것이다. 당시 상황에서는 산파나 산후조리원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출산 경험이 있어 잘 해결했다.
시골의 뒷집 딸이 이웃 동네의 대종손집 맏며느리가 되었다. 나의 막내이모는 둘째며느리다. 남아선호시대이기도 하지만 종손집의 대를 이을 남자아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맏며느리는 계속해서 여자아기 열 명을 출산했다. 그리고는 열한 번째 남자아기를 낳았다. 집안의 경사는 물론 주위의 축복을 받았다. 가까이는 숙모님도 여자아이 일곱에 여덟째로 막내가 남자로 태어났다. 기적과 같은 일들이다. 당시 이러한 분위기는 가업은 물론 문중의 종손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상이 팽배해 있던 터라 그랬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출산한 집 대문이나 방문 위에 ‘여기 이 집에는 갓 태어난 아기와 산모가 있다’는 것을 표시했다. 그 방법은 굵은 새끼줄에 붉은 고추와 솔잎, 그리고 숯을 꽂아 대문과 문 위에 걸어둔다. 외간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여 갓난아기와 산모를 보호하는 수단이다. 그동안 무거운 몸으로 일상을 보내다가 갑자기 신체의 변화에 따른 회복은 시간이 걸린다. 출산은 인간의 대사다. 동물도 새끼를 낳을 때는 은밀한 곳을 찾는다. 그리고 연약한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부드러운 풀을 깔아 낳을 준비를 한다. 모든 생물은 본능적으로 존속의 명제 앞에서 환경에 순응하며 생존을 이어간다.
6·25전쟁 3개월 전에 태어난 사촌이 있다. 핏덩이 같은 갓난아기를 업고 포성이 천둥벼락처럼 울려 퍼지는 전장의 한복판에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를 반복했다. 숙모님은 피난지 동사(洞祠) 마당에 걸어 놓은 밥솥에 젖은 소나무 가지에 불을 지핀다. 업혀 있던 아기는 연기에 칭얼대다가 큰소리로 운다. 며칠 지나자 어느 틈엔가 포성은 점점 잦아드는 듯하다가 완전히 멈추었다.
숙모님과 우리는 3개월여의 피난에 무척 고생은 했지만, 다행히도 목숨 피해는 없었다. 무사히 돌아와 보니 모두가 불타고 대문간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잠잘 곳은 물론 앉을 자리도 없다. 하는 수 없이 불에 타지 않았던 재실에 기거를 하기로 한다. 식구 수가 많아 동네의 불타지 않은 방을 찾아 잠을 자기도 했다. 천사와 같이 예쁜 사촌아기는 나날이 잘 자라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한 형제인데 장자 며느리인 어머니는 육남일녀를 순산했으니 너무도 아이러니컬하다. 나의 경우는 아내가 세 번 연속 여자아기다. 그간에 은근히 기대는 했지만 대수롭게 생각지는 않았다. 막내 임신 때에 우여곡절로 아기를 지우는 시점을 놓쳤다. 생업에 부지런히 뛰어다닐 때다. 밤잠을 곤히 자는데, 아내는 산기를 느껴 다락방으로 올라가서 출산했다. 아내는 세 번의 경험으로 역시 혼자서 산후 뒷처리도 잘 마쳤다.
육십 세에 손자가 태어났다. 아기를 처음 품 안에 안았을 때 세상이 잠시 멈춘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아직 말도 못하고 걸음마도 못하는 이 작은 존재가 어찌 이 큰 울림을 줄 수 있는지 신기했다. 아기가 주는 것은 단지 생명이 아니다. 그것은 가능성이고 미래이며 다시 시작하는 용기다. 세상이 아무리 거칠고 메말라도 아기라는 씨앗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봄을 기다릴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아기의 울음이다. 흔히들 처음엔 왜 우는지 몰라 당황한다. 그러나 그 울음 속에는 배고픔, 졸음, 불편함 등 온갖 감정이 담겨 있다. 아기는 말 대신 울음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그 모습은 오히려 솔직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아기는 가정의 행복이고 희망이며 미래다. 나라에 아기가 줄어드는 것은 국가 방위할 지킴이의 인구가 없어지는 것이고, 필망 예고편이다.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프랑스도 과거에는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었다가 지금은 벗어난 상태다. 가정에서 교육비를 줄이는 사회정책과 젊은이들의 주택문제 해결이 요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는 아기 출산율이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자녀를 키우는 비용이 너무 크고, 주거문제 해결이 어려우니 결혼을 기피한다. 도시의 집집마다 결혼하지 않은 젊은이들이 많다. 국가가 산재해 있는 문제점을 하나하나 들춰내어 이를 적극적으로 실행해 나가야 한다. 머지않은 장래 아이들의 목소리가 우리 주변을 가득 채웠으면 좋겠다.

광고의 제목 광고의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