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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로고 신순례(광주)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8월 6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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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디 가?”
“아니, 왜?”
“식혜 하길래 어디 가는 줄 알고.”
“아니, 네 오빠가 잘 먹는 것 같아 해 놓으려고.”
평상시 내가 식혜를 잘 만드는 편이다. 엄밀히 말하면 어딜 갈 때나 누굴 만날 때 만든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딸아이가 그렇게 말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 건지 모른다.
내가 처음 식혜를 만들 때만 해도 명절에만 하였다. 작은 한 봉지도 양이 많아 두 번에 나누어서 하였는데 언젠가 딸내미가 식혜 먹고 싶다며 만들어 달래서 명절이 아닌 때 처음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집에서 평상시 먹으려고 한두 번 만들다 보니 나눔을 좋아하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식혜였다. 오래전부터 누룽지를 나누어 오다가 대부분 식혜와 세트로 나누게 되었다.
친구 모임엔 한 병이면 충분하지만, 문학기행 갈 때면 네 병을 준비하고 수련회는 두 번에 걸쳐 만들어 6∼7병 정도 가져간다. 보통 등산할 때는 한두 병, 버스로 갈 때는 네 병을 만들어 얼렸다가 가져가면 무더위에 시원하게 먹을 수 있어 다들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그 뒤로 모임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더운 여름에 만들었다가 주위의 사람과 자주 나누곤 한다. 특히 여름에 교회 식사 당번할 때 후식으로 식혜를 나누기도 한다.
언젠가 너무 바빠서 식혜 할 시간이 없어 여고 모임에 빈손으로 갔더니 기다렸는데 안 해왔냐고 핀잔 어린 투정을 한다. 그래서 다음엔 두 병을 가져가 한 병은 다 같이 나누어 마시고 한 병은 그 친구 준 적이 있다.
명절이나 부모님 추도식에 참석할 때도 친정에 누룽지 한 보따리와 식혜 여러 병을 만들어간다.
이렇듯 내가 외출할 때면 늘 하는 게 식혜다 보니 어디 가냐고 묻는 건 당연한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지난번 모임에 나누어 주고 남은 걸 내가 먹으려고 냉동실 대신 냉장실에 두었더니 아들이 잘 마시는 것이다.
그래서 남들에게 나누기 위함이 아닌 오롯이 아들을 위해 만드는 것이다. 아들이 해외 취업으로 싱가포르에 있다가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지라 무엇이든 챙겨주고 싶었다. 그 후로 몇 번을 해주어도 역시 잘 마신다. 그 모습을 보니 장 볼 때마다 엿기름은 떨어지지 않게 챙겨둔다.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게.
나도 가끔 시원한 식혜가 당길 때가 있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것은 너무 달다. 사람들 입맛이 단맛에 길들여 많이 달게 한다고 하는데도 한결같이 하는 말이 안 달고 맛있다고 한다.
식혜를 만들 때 일단 기본적으로 밥을 많이 넣는다. 그래야 삭혔을 때 맛이 좋다. 그리고 생강이 있으면 생강을 넣을 때도 있지만 생강 사는 걸 자주 깜박이다 보니 생강은 빠질 때가 많은데 설탕과 꿀의 배합을 3:1 비율로 한다. 가끔 영지버섯을 넣어 쌉싸름할 때도 있고, 홍삼꿀청을 넣어 한약 맛이 난다고 할 때가 있다. 무엇보다 이문을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맛이 진할 수밖에 없다.
몇 해 전 교회 바자에 기부하여 완판한 적이 있고, 여고 친구가 특별히 주문하여 나눔 아닌 판매한 적이 있다. 그리고 동네에 있는 자동차 전용도로 졸음쉼터에서 재작년에 판매를 시도한 적이 있지만 인건비가 안 나와 그만둔 적이 있다.
4월 바자에는 몇 년 전 2리터 생수병 7병을 기부한 대신 이번엔 2리터 2병, 중간 것 10병, 작은 것 2병을 기부하여 완판하였다. 근래에는 식혜 300ml 20개와 토스트 20개를 일하는 사람들과 몇 번 나눈 적이 있다.
올해 첫 수필집 『비탈에 선 나무』를 출간하였는데 그것이 방인근문학상을 5월 4일에 수상하게 되었다. 그래서 수상식에 참석하시는 분들에게 대접하고 싶은 마음으로 식혜를 만들어 갔더니 다과가 특별히 준비되지 않아서인지 발걸음한 귀한 분들의 대환영을 받았다.
아무튼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은 음료를 내 손으로 만들어 자식에게 먹이는 것이 남들에게 베푸는 것보다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나는 오늘도 우리 가족이 먹을 식혜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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