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8월 6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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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아들네 집에 다녀왔습니다. 고교생인 손자의 방, 책꽂이에서 최재천 교수가 지은 『통섭의 식탁』이란 제목의 책을 봤습니다. 반갑고 기뻤습니다. 얼마 전에 솔샘이 전해 준 책인 것 같습니다.
최재천 교수는 대표적인 통섭(統攝)학자로서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발한 연구활동을 진행하는 동시에 과학의 대중화에도 앞장서고 계신 분이시지요. 그는 하버드대학교 은사인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책, 『consilience』를 ‘統攝’이란 제목으로 번역하여 학문 간 교류와 소통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는 큰 일을 하셨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통섭이란 어휘가 새로운 학술 용어로 국어사전에도 실리게 되었지요.
최재천 교수는 서울대학교 동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바니아대학교 생태학부에서 석사학위를, 하버드대학교 생물학과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서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미시간대학교 명예교우회 연구원 등으로 활발한 연구 활동을 계속하면서 ‘각종 책을 많이 읽어내는 학자’로 정평이 났습니다. 『과학자의 서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를 비롯해 30여 권의 책을 쓰고 번역했습니다.
솔샘은 오래전에 최재천 교수가 설파한 통섭이란 어휘를 만났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통섭의 식탁』이란 그의 책을 비롯해서 몇 권인가를 읽은 선물인 것 같습니다. 솔샘은 일제식민지 시대에 태어났습니다. 어렸을 때에, 배고프고 아픈 이들을 많이 보면서 자랐습니다. 국민학생일 때 6·25한국전쟁을 겪었지요. 오섬 동네 집 앞 바닷가에서 인민군이 쏜 따발총을 맞고 숨진 동네 사람의 시체가 썰물에 실려 떠내려가는 걸 보기도 했습니다.
휴전을 앞둔 금화지구 전투에서 중공군과 싸우다 전사하신 큰형님의 전사통지를 받고 비통해하시던 선친의 모습, 슬펐던 가족들의 모습이 지금도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그리고 4·19와 5·16, 5·18 등의 험한 현대사를 체험하며 공부했고 늙었습니다. 그러니 내 가슴에 새겨진 삶과 인생과 역사관의 모습은 쉽게 상상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 솔샘에게 통섭이란 어휘는 시대와 나라를 살리는 귀한 보석이요, 삶의 바른 길을 찾는 열쇠로도 느껴졌습니다.
여기서 통섭이란 말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를 풀이해 보고자 합니다.
지난 5월 31일 일요일, 교회에서 <아름다운 가족 페스티벌>이란 행사가 열렸습니다. ‘우리 식구 비빔밥 데이’라는 부제가 더해졌습니다. ‘다름이 어울려 아름답고 풍성한 공동체를 이루자’는 목사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바로 통섭의 말씀이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최재천 교수의 설명을 빌리면 이렇습니다. 비빔밥은 밥에다 콩나물과 시금치, 상추 등의 나물을 섞고, 고추장과 참기름 등의 양념을 섞어 비비면, 비빔밥의 별미가 완성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콩나물의 특이한 맛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상추와 시금치와 고추장의 맛도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각기 다른 맛들이 섞여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통섭을 무지개의 아름다움을 빌려 설명하기도 합니다. 무지개는 ‘보, 남, 파, 초, 노, 주, 빨’이란 일곱 가지 색깔로 이뤄지며, 각각의 색깔이 그대로 존재하면서 섞여서 무지개의 아름다움을 연출하지요. 국민학생 때 ‘보, 남, 파, 초, 노, 주, 빨’을 외웠던 기억은 우리 모두 가지고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보태겠습니다. 지난 5월 10일 일요일이었습니다. 저녁 시간에 합창 단원이신 윤예인 권사님과 남편이신 김문태 장로님의 초청으로 오랜만에 남산 국립극장을 찾았습니다. 합창 모습을 보고 들으면서 솔샘은 여기서 또 하나의 통섭의 모델을 보고 기뻤습니다. 남녀로 갈라진 음색이 각기 자기 멋을 뽐내는 가운데 소프라노와 앨토, 그리고 테너와 베이스의 멋들어짐이 공연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말입니다. 피아노 연주와 기타 연주도 멋을 더하고, 지휘자의 멋진 몸놀림도… 그리고 말입니다. 공연을 듣는 관중들의 반응과 호흡까지도 멋짐을 더하는 합창 공연이었습니다. 기쁘고 멋진 통섭의 시간이었습니다.
특별히 공연에 동참한 소년소녀합창단의 공연은 솔샘에게 더 큰 감동이었습니다. <봉선화>란 합창이었습니다. 조국의 미래와 희망을 느끼게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소년소녀합창단은 배달민족의 미래와 희망을 더해주었습니다.
6·3지방선거를 치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솔샘은 한 번 더 통섭과는 거리가 먼 정치 현실이 답답했고 슬펐습니다. ‘내가 다 하겠다’는 앤티 통섭의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를 마치고 책장을 둘러보다가 건국대학교 출판부에서 간행한 이주영 교수의 『역사의 이해와 해석』이란 책을 보았습니다. 책의 머릿글만 옮기고 싶어졌습니다.
이 세상은 그것을 천국으로 만들려는 사람들 때문에 더욱더 지옥이 되어 가고 있다.
이 말은 미국의 언론인이며 정치학자인 월터 리프만이 이상주의자들을 비판한 것이다. 소련의 공산주의자, 독일과 이탈리아의 파시스트와 같은 급진적인 전체주의자들이 혁명을 통해 이상 사회를 건설한다고 저질러 놓은 엄청난 과격행위들 때문에 이 세상은 더욱더 엉망이 되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