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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의 진로지도

한국문인협회 로고 智悟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8월 6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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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녀 진이의 학업에 대하여 많이 염려해 왔다. 3년 후면 겨우 3년여 현지 생활을 한 후에 정규과정 초등학교에 입학할 텐데 이를 어찌하랴 하고…. 영어를 제대로 습득하지 못한 생활영어 정도 구사하는 부모와 살아온 아이가 과연 원어민 아이들 속에서 학습영어 활동을 제대로 펼쳐 갈 수 있을지가 걱정인 것이다.
손녀 진이(鎭理 全, Jinie Chon)는 세 살 때 부모님 따라 미국 이민길에 올랐다. 미국에서 안착하기까지에는 많은 울분의 나날로 지새웠다. 부모님이 잠든 밤이면 발코니에 나와 몰래 머나먼 고국의 할아버지 할머니와 삼촌 등 가족들에게 보고 싶다,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며 눈물로 하소연하였다. 한국에 두고 온 잊혀 가는 사랑과 인정이 너무도 갈급한 것이다. 어른들의 뜻에 따라 철없는 아이의 어린 가슴에 문명의 충격과 아픔을 남기는 잔인한 처사인 것 같아 마냥 애처롭기 그지없다. 미국 내 정착이 쉽지 않았다.
국제경기 금메달리스트(Gold Medalist)인 양궁 국가대표로 실업팀 코치 겸 선수로 활동하던 중 양궁특수기능 보유자로 미국 이민국에 영주권 이민자로 특별초빙 된 엄마의 이동에 따라 미국 내에서 세 번이나 옮겨 다녔다. 처음에는 미국에 연고자가 있는 동남부의 테네시 주 멤피스에 정착하여 9개월여 거주하였다. 다음에는 엄마가 미국의 리우올림픽 양궁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3일간 대륙을 횡단하며 올림픽 선수촌이 있는 서남부의 국경도시 샌디에이고로 이사했고, 끝으로는 양궁클럽의 코치로 초빙되어 샌프란시스코로 옮겨왔다. 지금은 미국의 IT산업의 허브인 실리콘밸리 산호세에 정착하여 자체의 양궁클럽을 운영하며 미국의 양궁 발전에 헌신하고 있다.
진이의 미국에서 학습과정을 눈여겨보면 눈물겹다. 한글학교와 미국의 정규학교 과정을 병행하면서도 결코 공부에만 몰두하는 편협한 학생은 아니다. 유아원과 프리스쿨을 다섯 번이나 옮겨 다니며 일찍이 다양한 아이들과 교류한 탓인지 타고난 성품 때문인지 쾌활하고 사교적이라 교우관계가 월등히 좋으며, 리더십까지 구비하고 있다. 이민 첫해인 3살의 유아원 송년연극 때는 원어민 아이들을 제치고 해설자를 맡아 재롱을 부리며 연기하였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콘스트 밴드의 플루트 수석연주자이며, 중학교에서는 플루트와 피콜로 수석연주자이다. 또한 전국주니어명예협회(National Junior Honor Society : NJHS) 회장을 역임하고, 최우수 봉사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 플루트와 피콜로 연주를 통해서는 음악가로서 영감을 주고 감동을 주는 곡의 연주를 즐긴다. 한편 작가로서 도전하는 글쓰기를 좋아하여, Scholastic Junior가 주최하는 ‘2020 역사에 대한 증언 경연대회’에 응모하였다. 응모대상자 10학년(우리의 고 2학년)까지 400편의 출품작품 중 2위를 했다. 한편 양궁클럽을 운영하는 엄마의 지도로 궁수로 활동하고 있다. 각종 대회에 출전하여 경쟁하면서 운동경기에는 끈기와 결단력이 원동력이며, 일상생활에서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성장과 학습에 중요한 자산이라는 것을 체험으로 터득하고 있다.
손녀는 3년간 전 과목 A+의 성적으로 중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고등학교 4년을 월반하여 진학한 워싱턴 주립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 ; 이하 UW라 함)에서 학비 전액 장학생으로 전환학교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한 후, 15세의 어린 나이에 연간 3학기 동안 매 학기마다 수업료 전액 장학금과 현금 장학금을 받는 명예대학생으로 진급하였으며, 16세에 대학과정 2년을 마쳤다. 대학에서는 철학과 역사 등 인문학을 학습한 후 법학전문대학원을 거쳐 고위직 법무공무원이 되고자 한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앞으로 더 진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학부에서 공공정책(Public Policy)을 전공하고자 하나 지금 영재조기 진학한 워싱턴 주립대학교(UW)에는 이 전공의 개설이 없다. 진이는 워싱턴 주립대학교의 2학년을 마친 후 Harvard, Princeton, Yale을 지칭하는 소위 ‘HPY’ 또는 ‘BIG 3’로 불리는 최상위의 Ivy league 대학에 편입하고자 한다.
나는 미국의 모든 시민과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Ivy League, 특히 소위 Big 3에 도전하려는 진이의 뜻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우리의 천부적인 약점이나 부족함은 각자의 앞으로 노력과 의지로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미국은 이민의 나라로, 민족이 없다. 국민 모두는 이민자의 후예이며, 이민이 결코 어떠한 결격사유가 되지 않는다. 다만 이민생활의 장단과 체험의 성패, 개인의 능력과 차이가 변수가 될 뿐이다. 아무리 평등과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일지라도 개인의 능력에 의한 차이는 인정한다. 너희들은 양궁특수재능보유자로 국가에서 특별 초빙된 자로서 이미 상류 소수집단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지나친 오만은 금물이나, 국가체육발전에 기여하는 지도자 가족의 일원으로 자부심을 가져도 좋겠다.
할아버지는 진이의 재능과 의지를 믿는다. 진이의 끝없는 도전정신과 불굴의 향학열은 기필코 ‘유종의 미’로 결실될 것으로 믿는다. 비록 우리 가문의 이민역사는 일천하지만, 200여 년의 미국이민사에서 축적된 개척정신(New Frontier)만은 가슴에 깊이 새기면서 너의 꿈과 이상을 계승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승화시키는 모멘텀이 되기를 기원한다. 나아가 진이가 어린나이에 힘겨운 이민생활을 극복하면서 겪은 파란만장한 고난과 흘린 눈물은 ‘American Dream’이라는 또 하나의 ‘값진 기적’으로 보상될 날도 지금은 시기상조이기는 하나 그 실현의 날도 멀지 않다고 본다. 도전 의지가 있다고 하니, 정규학습과정과 별도의 편입학 학습과정을 면밀히 분석 검토하여 병행실행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매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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