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8월 6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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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으내 주워 모아
손톱 밑이 까매지도록
껍질 까서 갈고 걸러 만든
도토리묵 가루
분첩 속의 가루처럼
뽀얀 가루 폴폴 날리며
얼굴마다 분칠하더니
끓는 솥에 풍덩 빠져 걸쭉해졌다
네모반듯한 유리그릇,
동그란 국 대접,
찌그러진 옛날 도시락통에 담겨
찰랑찰랑 제각각 모양대로 굳어가는 묵가루
같은 솥에서 태어났지만
누군 얌전한 손님상에
누군 도란도란 식구들 밥상에
누군 주막집 안주상에 앉아
그분 담아주신 그릇의 형상대로
오늘도
소명 다해 제 갈 길을 걸어가는
묵가루 인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