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8월 6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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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일생은 괴로움의 연속이다. 한 가지 걱정이 끝나면 다른 걱정거리가 따라온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나에게 기도가 없었다면 긴 세월을 어떻게 살았을까? 건강이 따라 주지 않아 요즘은 기도 시간이 반으로 줄었지만 아직도 기도 의 줄을 완전히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은사스님인 명안 큰 스님이 입적하신 후, 나를 지도해 줄 스승님이 안 계시니 마 음이 급해지며 고민에 쌓여 있었다. 그런데 큰아들이 카톡 으로 유튜브 법문을 보내와서 열어 보았더니 법상 큰스님 법 문이었다. 그 법문을 들으며 막연했던 나의 삶에 큰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새로운 희망이 텅 비어 가던 가슴을 가득 채 워주었다. 죽어 가던 뇌세포가 날로 살아나는 기분이다.
스님 말씀에“바른 선지식을 만나는 것은 그저 좋은 일 정 도가 아니다. 그것이야말로 일대사 인연이다. 일생일대에 가장 중요하고 장엄한 가장 큰 일이 바로 이 불법과의 인연 이고 스승과의 인연이다. 당신이 괴로움을 없애고자 한다 면, 내가 누구인지를 밝히고자 한다면 그것은 바로 스승을 찾고, 법을 찾는 길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가슴이 벅차 왔다. 어쩌면 부 처님은 내가 원하는 것을 그때그때 알아서 이렇게 보내 주시는지, 이 고마움을 어디다 보내야 할까? 법상 큰스님이 부처님이시다. 현재 살 아 계셔서 때로는 직접 뵐 수 있고, 법문도 듣고, 의심나는 것도 질문할 수 있으니 이 또한 큰 복이 아닌가. 그럼에도 아직도 가족 중에 누가 아 프면 여전히 괴로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니 깨달음은 요원하기만 하다.
어느덧 내 나이도 산수를 훌쩍 지났다. 몸도 약해지고 마음도 따라 약해져 가고 있다. 지난해 추석 전날 밤이었다. 어지럽고 속도 매스꺼 웠다. 몸이 떨리고 구역질도 심하게 났다. 체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오래 된 산머루 진액 한 잔을 마신 탓일 거라고 생각했다. 명절 연휴라 병원이 문을 열었을 리 만무했다. 막내며느리가 여기저기 수소문해 충 주 병원을 찾아냈다. 막내아들 차로 급히 병원에 갔다. 혈압을 쟀더니 수치가 192나 되었다. 그 병원에서 급히 건국대학병원 응급실로 가라 고 안내해 주었다. 대학병원에서도 혈압은 똑같았다. 주사로 혈압을 낮 추고 MRI를 찍고 CT를 찍었더니 아무 이상이 없다 하여 퇴원을 했다. 그 후로도 두 번이나 그런 일이 일어나서 병원에 들락거렸다. 저혈압으 로 뚝 떨어졌다가 고혈압으로 쑥 198까지 올라가곤 했다. 병원에서는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아무 일 없던 몸에 왜 그런 변동이 왔는지 알 수 없다. 나이 탓일까?
큰아들이 기운이 없으신데 기도를 그만하시라고 권한다. 50년을 한 번도 빼놓지 않은 기도를 어떻게 안 하느냐고 고집을 부렸다. 아들은 큰스님 법문에 마음공부해서 마음 깨우치라고 하셨지 기도하라고 하셨 느냐고 한다. 아들 말에 마음이 흔들려 이제 기도는 그만하고 마음공부 나 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그날 저녁에 남편이 카톡을 보내왔다. <영혼 에는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법정 스님 법문이었다. “모든 수행자는 기도로써 영혼의 양식을 삼는다. 기도는 인간에게 주어진 마지막 자산 이다. 사람이 이성과 지성을 가지고도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기도가 우 리를 도와준다”는 말씀이었다. 법정 스님의 법문에 나는 기도를 할 힘 이 새로 솟구쳤다. 돌이켜보니 지나온 내 삶의 길목에서 나를 꿋꿋하게 받쳐준 것도 그 기도의 힘이었다.
마하트마 간디의 어록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의 몸에 음식이 필요 하듯 우리 영혼에는 기도가 필요하다. 기도는 하루를 여는 아침의 열쇠 이고,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의 빗장이다.’딱 내 마음이다. 나는 새벽 기도를 끝내고 모든 일을 시작했고,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감사 기도로 하루를 마감했다. 정말 모든 희망을 안고 신나는 기도생활을 했다. 기 도가 있었기에 어떤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도 낙심하지 않고 힘 있게 밀고 나갈 수 있었다. 기도는 나의 전부다. 고마운 기도생활이 나를 한 평생 행복하게 해 주었다. 이 나이 되고 나서 생각해보니 기도 말고는, 어느 것에도 지나치게 집착할 것이 없다고 여겨진다. 한 번 온 것은 반 드시 가야 한다는 진리에 눈을 뜨고 나니 현재 살고 있는 모든 것이 꿈 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젊음도, 부귀도, 명예도 다 잠깐 인연 있을 때 왔다가 인연이 다하면 가는 것을, 인연생, 인연멸 자연에 법칙을 어길 수 없지 않은가? 우리는 탐, 진, 치도 모든 분별도 아픈 상처도 주고받 는다. 나이 많아 늙은 가짜인 이 몸, 미움도 다 내려놓고 오직 마음 공 부해서 생, 노, 병, 사 해결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 그래야 영원히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진짜 나를 만나는 것이다. 더욱 고마운 것은 기도 안에 서 법문을 들으며 마음 공부해서 깨닫는 일이다.
나는 108배를 하면서 어떤 놈이 이렇게 절을 하는가? 경을 읽으면서 어떤 놈이 경을 읽는가? 지장보살님 주력하면서 어떤 놈이 지장보살님 을 부르고 있는가? 누가 큰스님 법문을 듣고 성불을 하려고 하는가? 이 무엇고? 라며 화두 공부를 한다. 진짜 마음공부는 기도 안에서 하는 것이 일거양득, 일거십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오늘 새벽에 도 법당에 올라가 기도를 했다. 불생, 불멸의 영원한 진리를 만나기 위 해 법문 들으며 화두 공부를 끝마치고, 집에 들어와서도 혜국 큰스님 법문과 법상 큰스님 법문을 번갈아 들으며 하루를 마감한다. 오늘도 나 는 기도로 마음을 다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