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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또 올래

한국문인협회 로고 강수찬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8월 6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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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의 항구’, 제주 한림항의 아침은 정박한 어선들 사이로 갈매 기도 무리 지어 졸고 있다. 멀리 한라산 옆구리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한림 올레14길’이라는 조형물 앞에 발자취를 남기고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한림항에서 월령까지는 내내 비양도를 눈에 담고 걷 는다. 걸을수록 조금씩 돌아앉는 비양도의 앞과 옆모습을 빙 돌아가며 조망할 수 있었다. ‘비양도는 1002년에 분출된 용암으로 형성된 화산 섬으로 제주 화산섬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협제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는 마을 어장 안내판과 네 개의 돌기둥 으로 만들어진 정자가 비양도를 배경으로 서 있다. 일행이 돌기둥 정자 에서 잠시 쉬는 동안에 해안 자갈밭에다‘응가’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살짝 휴대폰에 담았다. 나그네들은 그 화면을 소재로 한바탕 폭소를 터트렸다. 초로의 건강 비법은 언제라도 만나 웃으면서 많이 움직여야 한다.
이번 제주올레 걷기에는 8명이 두 개의 조로 나뉘어 배정된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총사’가 계획한 빠듯한 일정에 따라 새벽부터 서둘 러서 일찍 나서다 보면 미처 배설을 못하고 숙소를 나선 사람도 있었다. 여럿이 어우러져 함께 자다 보면 서로의 건강관리에 대한 정보나 생활 방식을 곁눈질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나는 총사와 함께 3년 동안에 하루 3만 5천 보 정도 4일씩 걷는 일정 으로 여덟 번을 다닌 경험이 있다. 보통 네다섯 명이 다녔다. 이번 제주 올레는 나름대로 체력과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들을 선발하여 웃고 노 래하며 함께 걸었다. 룸메이트를 번갈아 가면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모 두 기상하면서부터 잠들 때까지 몸 움직임을 생활화하였다.
우리네 인생길에는 어느 때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 삶과 건강의 향 방이 달라진다는 생각이다. 내 나이 20대 초반에 스승을 만났다. 나는 그분의 전기공학 학문과 새벽부터 꾸준히 걷는 규칙적인 생활을 30년 넘게 따라한 덕분에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대학에서 학생과 스승 으로 만난 그분은 7년 선배인 고등학교 동문이다.
나는 나이 서른도 되기 전에 직장에 다니면서 부업으로 전기공사업 을 시작하였다. 모든 것이 부족하였던 젊은 날, 우리는 사제지간이지만 전기기술자로 동문 단체나 사적 모임에서 만나 기회가 되면 음주와 노 래를 즐기는 애주가 멤버였다. 그렇다고 제자와 스승이라는 그 벽을 넘 어서는 일은 없었다. 속된 말로 코가 비뚤어지도록 마시는 경우도 허다 하였다. 때로는 한밤중에 교차 가정방문까지 하면서 가족들에게 누를 끼쳤다.
나는 곤드레만드레 술을 마셔도 다음 날에는 실내체육관 배드민턴서 클에서 땀을 흘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하였다. 스승은 정년 즈음에 지병 으로 술과 결별하였다. 그분은 날씨와 상관없이 새벽마다 부인과 함께 마산 만날고개를 40년 넘게 꾸준히 걷는다. 지난해 가을에는 담도암 수 술을 받았다. 꾸준히 걸은 덕분인지 회복을 염원하는 지인들의 우려를 한방에 날려버렸다. 그는 여든을 넘긴 요즘도 매일 1만 5천 보를 걸으 면서 일상을 즐기는 의지의 사나이시다. 나도 스승과 비슷한 시기에 지병으로 술과 결별하고 새벽마다 진해 광석골을 25년 넘게 걸으며 건강을 유지한다.
나는 1971년 스승과의 인연으로 자격증을 취득하여 50여 년을 전기 기술자로 살아온 셈이다. 여행을 하면서 흔히 보게 되는 송전이나 배전 선로에 자꾸만 관심이 간다.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 해안을 따라 걷는 길에는 10기가 넘는 대형 풍력발전기가 서 있다. 바다 한가운데 80m가 넘는 웅장한 기둥에 65m 날개를 달고 우뚝 섰다. 바람이 강한 제주에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설치한 풍력발전기 중에 풍차 날개는 두 개만 돌아가고 있었다. 제주도에 사용하는 전력의 8할은 육지에서 케이불로 전송하고 나머지는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생산하는 신재생에 너지로 공급한다. 제주도는 가끔 상시 전력이 남아도는 현상이 생기면 아깝게도 풍력발전을 중단한단다.
나그네들은 거대한 풍차를 배경으로 발자취를 남겼다. 자갈밭 해변 의 틈새에는 자생한 선인장 군락지가 오랜 세월 조성되었다. 협제해수 욕장과‘굴렁진숲길’을 지나 멀리 한라산을 바라다보면서 저지오름둘 레길을 계속 걸었다. 제주도에는 380개가 넘는 오름이 있다. 그중에 저 지오름둘레길을 걸어서 저지마을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3시가 넘었다. 셋째 날 일정은 다소 지친 몸으로 3만 2천 보, 24km를 걷고 마무리하였 다. 저지리사무소 근처에 제주갈치 요리로 유명한‘뚱보아저씨’집에 서 갈치튀김과 제주땅콩막걸리로 허기를 달랬다. 나그네들은 서귀포 행 버스를 타고 제주올레의 종점인 여행자 센터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437km 27루트라고 쓴‘명예의 전당’앞에 서서 제주올레를 완주한 것처럼 폼을 잡고 찍은 사진을 지인들에게 전송하였다. 제주올 레여행자 센터에서 시원한 수제맥주 한 잔씩 마시며“제주올레 또 올 래! ”라며 축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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