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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水〕은도(道)에 가깝다

한국문인협회 로고 아이콘 韓明熙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8월 6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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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욕(足浴)이 나처럼 몸이 차가운 사람에게 좋다고 하여 이삼일에 한 번씩 계속 해오고 있다.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욕조에 발을 담 그고 그냥 앉아 있기가 무료하여 읽고 싶은 책과 안경을 챙긴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노자도덕경』이 있다. 문고판으로 발간된 이 책 은 여든한 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든한 개의 장이라고 하지 만 짧은 글로 짜여 있어 읽기에 지루하지 않다. 그리고 짧은 글들이지 만 담고 있는 내용이 가슴에 와 닿고, 생각을 하도록 하는 글이어서 되 풀이해서 읽고 있다.
내가『노자도덕경』을 읽었다고 해서 노장사상(老莊思想)의 심오한 뜻 을 이해하였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내 수준에서 내 나름대로 이해하 고, 잠언(箴言)으로 마음에 새기고 싶어서 읽고 있다.
『도덕경(道德經)』에는 물 그리고 부드러움에 대한 내용이 여러 곳에 있다.
‘최상의 선(善)은 물과 같다. 물의 선함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다투지 않고,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곳에 있으면서 이에 만족해하는 데 있다. 따라서 물은 도(道)에 가깝다.’
‘굳고 강한 것은 죽음의 속성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속성이다. 군대가 지나치게 강하면 교만해져 이기지 못하며, 나무가 강하면 부러진 다. 강대한 것은 아래에 있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위에 있다.’
‘천하에 물보다 더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다. 그러나 굳고 강한 것을 공 격하는 데 있어서는 능히 물보다 나은 것이 없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 기고 부드러운 것이 모진 것을 이긴다는 이치를 천하에 모르는 사람이 없 건만, 이것을 능히 실행할 줄 아는 사람은 없다.’
이 글을 읽으면서 물이 가지고 있는 여러 속성을 폭넓게 이해하게 되 었다. 한마디로 물은 모든 생명의 원천이다. 그리고 물은 낮은 자리에 머물면서 언제나 더럽고 추한 것을 깨끗하게 씻어낸다. 이처럼 물은 모 든 생명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인간은 물 없이는 하루도 살 수가 없다.
물은 부드럽고 약해 보이지만 때로는 굽은 물길도 바로 잡고, 모난 돌 을 다듬어 동글동글한 몽돌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러니까 물은 약할 때는 한없이 약하지만 강해야 할 때는 폭풍우처럼 몰아친다. 외유내강 (外柔內剛)의 전형이다. 나도 내 모난 성격을 외유내강의 자세로 다듬고 바꾸어, 이 사회의 부정이나 부조리를 없애고 명랑한 사회를 이루어나 가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
『도덕경』에는‘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모난 것을 이긴다는 이치를 천하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사실 나는 이 말이 어떤 때는 이해가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이게 무슨 뚱딴 지같은 소리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흔히 우리가‘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라고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 야 할 것 같다. 각설하고, 부드러울 때는 한없이 부드럽고 강할 필요가 있을 때는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는 것이 물이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있는 듯 없는 듯 낮은 자리에 머물면서 이 세상을 깨끗하게 씻어내고, 모든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물의 속성에서 나 는 겸손과 자족(自足)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다.
스스로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자신의 공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사람, 작은 일에 만족하면서 언제나 떳떳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물 같은 사람’이라고 하면 잘못된 비유일까, 그동안은‘물 같은 사람’ 이라고 하면 싱겁고 어딘가가 부족한 사람으로 생각하여 왔는데, 앞으 로는‘물 같은 사람’이라고 할 때는‘속이 꽉 차고 겸손한 사람’으로 생 각을 바꾸어 나갈 생각이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노자도덕경』을 다시 한 번 정독할 생각이다. 사실 족욕을 하면서 책을 읽으려면 물이 끓을 때 생겨나는 소리와 몸의 열기 때문에 정신이 집중되지 않는다. 그래서 대충대충 읽으면서 책장 을 넘기게 된다. 이렇게 대충대충 읽다 보니, 내용의 참뜻을 제대로 이 해하지 못하고 도덕경 한 권을 한 시간, 그러니까 두 번 족욕을 하면 다 읽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내용의 참뜻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책을 읽었 다고 허언(虛言)을하게된다.
이제 책상 앞에 정좌하고 앉아 국어사전과 옥편을 옆에 놓고 글의 의 미를 생각하면서 차근차근 다시 읽을 것이다. 그리하면‘도가(道家)사 상’‘무위자연(無爲自然)사상’‘상선약수(上善若水)’‘유약승강강(柔弱勝 剛强)’의 깊은 뜻을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혼자 생각 해본다.
그리고 여생을 부드러움으로 강한 것을 이기고, 언제나 낮은 곳에 자 리하면서 더럽고 추한 것을 씻어 내는 물의 속성을 본받아, 겸손하고 깨 끗하게 살다가 영혼이 안식을 취할 수 있다는 하늘나라로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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