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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처세를 깨우쳐주는 『도덕경』

한국문인협회 로고 권달웅

시인·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8월 6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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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이후에도 나는 지속적으로 서정 시를 써왔다. 시대의 조류에 따라 지금은 시인마다 표현법이 다르지만 1970년대만 해도 대부분의 시인들이 감성적인 서정시를 썼다. 그 무렵에 나는 서정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궁구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서정시의 단순성을 극복할 수 있을까? 근원이 깊지 못한 나의 시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를 탐색하고 있었다.
나는 그 묘안을 어느 날 노자의 『도덕경』을 읽다가 깨달았다. 지금까지 내가 두 번 읽은 것은 유일하게 이 책뿐이다. 먼저 번역본을 읽고, 두 번째 읽을 때에는 원문과 비교하고 자전을 찾아가면서 정독했다. 그러다 보니 나의 첫 시집에는 노자의 사상이 은연중에 스며들어오게 되었다. 농촌에서 자란 자연환경에서도 기인하지만 내 작품에 물, 나무, 자연, 고요가 많이 나오는 것은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권두환 서울대 교수는 내 시세계를 이렇게 밝혀 놓았다.

 

권달웅 시인의 첫 시집 『해바라기 환상』은 단순하고 소박하다. 그러나 그것이 더 이상 뺄 것도 덧붙일 것도 없는 단순성과 질박할 수도 화려할 수도 없는 소박함을 지니고 있다. 그의 시와 가장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는 시어는 ‘물’이다. 그는 ‘물’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이미지를 투영하면서 ‘상선약수’의 기법과 노자의 사상을 바탕에 두고 있다.

 

모름지기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노자의 무위자연 사상은 내 시세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노자의 자연은 현실과 동떨어진 음풍영월의 대상이 아니다. 인위적인 문명을 경계하고 현실을 조응할 수 있는 거울로서의 대상이다. 오늘날 신문사설과 글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고, 현대인들에게까지 회자되는 것을 보면 노자의 사상이 얼마나 지대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서양의 사상이 기독교 사상이라면 동양 사상은 노자 장자 사상으로 집약할 수 있다. 노자 사상의 핵심 대상은 ‘물’과 ‘나무’, 그리고 그 본질인 ‘부드러움’과 ‘약함’, ‘비움’과 ‘고요함’에 있다. 노자는 ‘도’를 직설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넌지시 빗대어 말했다. 시처럼 자연에 비유하거나 암시적으로 표현했다.
‘물’은 자신을 낮추어 아래로 흘러가면서 다투지 않고, 만물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 둥근 그릇에 담기면 둥글어지고, 네모진 그릇에 담기면 네모지게 되어 그 형태를 바꾸면서도 맑은 본성을 잃지 않는다. 바위덩어리와 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돌아가고,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하지 않으며, 본래의 순수한 마음을 지켜 결국 강이 되고 바다에 이른다는 것이다.
나무는 강하면 부러진다. 딱딱한 부분은 밑에 있고, 부드럽고 약한 부분은 가장 높은 곳에 처해 있다. 노자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이 오히려 강한 것이라고 역설적으로 말했다.
문명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전언이다. 오늘날 진실은 거짓이 되고, 양심은 물을 건너간 지 오래되었다. 모든 것이 자연의 순리를 따르지 않고, 자신이 소유하려는 물욕과 권력욕에 사로잡혀 있다. 노자는 이렇게 될 어두운 현실을 내다보고, 맑은 삶으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AI 같은 기계문명 속에 사는 인간은 그 내면에는 그래도 고요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본성이 있기 때문이다.
노자는 그 사상을 사람의 몸에 견주어 말했다. 인간의 신체 가운데서 가장 강한 치아는 가장 먼저 망가지고, 가장 부드러운 혀는 가장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체의 일부인 이와 혀를 통해 강함보다 부드러움을 간파하고 있다. 노자 제1장은 다음과 같다.

 

도는 도라고 말하면 이미 진정한 도가 아니다. 이름 지어 부를 때면 이미 진정한 이름이 아니다. 이름을 지을 수 없는 것이 천지의 시작이고, 이름을 지을 수 있는 것은 만물의 어머니이다. 그러므로 항상 욕심 없이 바라봐야 그 오묘함이 보이고, 항상 욕심을 가지고 바라보면 그 형상만을 보게 된다.

 

오늘의 세태는 욕심과 권력투쟁과 물질만능의 소용돌이 속에서 저마다 상대편 말은 무시하고 자기편과 주장만이 옳다고 외치고 있다.
이 암울한 현실 속에서 읽는 『도덕경』은 시와 같다. 물질과 기계 문명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최상의 선은 물의 흐름과 같다”는 삶의 처세를 깨우쳐주고 있다.

 

어둠 속에 엎드려/ 물소리를 듣는다// 사람들 소리는 사라져도/ 우리는 아직도/ 물소리로 살아서/ 허옇게 소리치고 있다// 휘어지지 않기 위하여 / 휘어지는 밤/ 가슴으로 듣는 물소리(「 물·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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