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7월 6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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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길게 하품하던 날
산그늘이 마을에 내려앉을 무렵
아버지는 지게를 지고 밭으로 갔다
김장 배추와 무를 심는다며
흙을 가르던 손길
햇빛보다 뜨거웠다
태양이 녹아버릴 것 같은 오후
소 끌려가듯 아버지를 따라 나섰다
아버지의 말은 곧 법이었다
첫서리 내리던 날
땅속에서 하얗게 건져 올린 무
그 속엔 아버지의 땀이 스며 있었다
토굴 속에서 겨울을 나며
가족의 밥상을 살찌우던 뿌리,
깊은 겨울밤
아버지의 허기를 달래던 하얀 속살
칼끝이 닿을 때마다 배어 나오는 단맛은
한 계절을 견딘 아버지의 눈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