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7월 689호
9
0
깊은 속은 전시되지 않는다
불을 켜도 빛은 겉면의 거친 살결에서 꺾이고
안쪽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어둠으로 남는다
수면 위로 몇 개의 문장을 던져보지만
물결은 옆으로만 번질 뿐
바닥에서 건져 올린 기척은 없다
입술은 얼어붙은 선(線) 아래 묶여 있고
침묵은 잘 달궈진 쇠처럼 단단하게 입을 닫는다
나를 향한 고백은 늘 입 안에서 녹지 않는다
문은 여기 있는데 손잡이는 보이지 않고
허공의 도처에서 보이지 않는 자물통
녹슨 구멍을 더듬는다
치밀하게 짜인 길 없는 미로
누구에게도 맞지 않은 톱니들이
서로의 이빨을 맞물린 채 비명을 참고 있다
녹슨 태엽의 고집이 살점 속을 파고들 때
가슴 안쪽, 계절을 잃은 소리들이
서로의 모서리를 들이받고
열리지 않는 밤들이 비석처럼 차곡차곡 쌓일 때
주머니는 가난을 증명하듯 가볍다
열쇠라는 짐작은 애초에 밖에 없었다는 듯
문은 오직 안쪽에서만 빗장을 푼다는
그 차가운 당연함만이
벽의 두께로 만져지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