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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情)·2

한국문인협회 로고 심웅석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7월 6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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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밀고 들어온다 만면에 구김살 하나 없는 가만한 웃음은 달빛처럼 주위를 밝힌다 대학 졸업 60주년 행사에 팔십 중반의 노부부가 미국에서 머-언 길을 이렇게 찾아왔다 비는 끈질기게 퍼붓는데 저 부부의 얼굴에는 비 그칠 무렵 꽃이 내뿜는 젖은 향기가 떠나지 않는다 젊은이 둘이 계단을 내려주니 노년의 남편 L동기가 익숙하게 밀고 숲길을 나선다 빗속을 걸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 얼마나 깊은 사랑일까
소소한 다툼으로도 돌아서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몇몇은 이렇게 별을 바라본다 이 모습은 사랑의 계절을 지나 추수기에 접어든 황금 들녘의 벼처럼 잘 익은 정(情)이다 생사고락(生死苦樂)을 함께하려는 깊은 정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이 부부의 얼굴에는 행복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을 알아주는 상대 앞에서만 인간으로 존재한다지 않던가 휠체어에 앉은 부인의 얼굴에는 근심걱정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 멀리서 성당의 종소리가 계곡을 타고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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