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7월 689호
43
0
고수동굴은
켜켜이 쌓아온 건축물이다
트렁크처럼 입을 크게 벌린
적요 속으로 들어간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포스트잇처럼
옆새우 서식지도 보인다
햇빛 한 방울 없는 웅덩이에
잠들어 있는 어둠의 발자국들
300℃ 넘는 화산 해저에서
열수 분출공의 생명체들이
내 심장에서 팔딱거린다
휘어지고 꺾이고 상처가 상처를 끌고 가는 투명한 기척
베이컨처럼 가느다란 시트에
겹겹이 쌓인 그림자를 끝없는 빛이 끌고 온다
고수동굴을 빠져나올 때
단단해진 촉수를 한껏 치켜세운 내 뒷덜미
천년의 바람이 쓰윽 잡아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