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7월 6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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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곶면에 군하리가 있다
처마 밑 헌 화분에 고추와 꽃을 심고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사는, 도로명은 애기봉로길
마을 중앙도로는
화단으로 된 둥근 오거리가 있다
손맛이 쫄깃쫄깃한 연호정칼국수와
야구공만 한 개성 손만두집이 있다
목소리 카랑카랑한 할머니가 30여 년 버텨온
백반집도 있다 얼마 전
건너편에 싱싱마트가 들어섰다
덕분에 동네 사람들도 조금 싱싱해졌다
신문물이 들어왔다고 아내도 들락거렸다
도시와 먼 이곳은 더 허름해져 갔고
넓은 논밭은 공장들로 파래졌다
시골은 젊음이 빠져나간 지 오래다
골목 간판들은
바람에 찢겨지거나 낡아 부서져 가고 있었다
늙은 어르신들 한분 한분 세상 떠나시고
빈집들이 더 늘어났다
남아 있는 아이들은 빈집들이 무섭다 했고
멀리 국회의원들이 달려와
대학생들과 담벼락에 촌스런 그림을 그려주고 갔다
한해 지나니 또 바래졌다
가끔 골목에서
80년대 영화촬영도 하고 간다
초등학교 앞 소망문방구는
빈 선반만 남아 있다
오래도록 공책과 연필을 파신 할아버지
요즘 허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다니신다
이사 오기 전부터 있던
슈퍼문구점 노인은 슈퍼맨이 아니었다
옥상에서 올라 바라보니
오늘밤 더욱 달이 밝다
어르신 무탈하신지 문방구 창문을
보름달이 슬며시 들여다보고 있다
가끔 숲속에서 반딧불이가 나와 춤을 추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