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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후회

한국문인협회 로고 김화자(대전)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7월 6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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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고개, 해발 227m 하늘 아래 가장 그리운 집. 경부고속도로와 4번국도가 지나가는 부산과 대전 사이. 교복 입은 소녀가 팔순에게 달려와 플랫폼 바라보며 아버지 나이가 넘어서야 떠나간 발자취를 따라 걷습니다. 정다방을 지나 다리 건너 사라져가는 아이들이 박쥐처럼 매달려 멱감던 냇물이 철썩철썩 밀려오며 기찻길 옆 살피꽃밭 같은 양철지붕 우리 집. 우물가에 보랏빛 창포가 새엄마처럼 총총총 불 밝혀주며 마당가에 내려앉아 햇살 같은 말을 건네며 반깁니다.

 

곰살궂게 매달리던 살구꽃 주황이 알알이 내어주던 보석 같은 빨간 석류가 백일 내내 환하게 웃어주는 백일홍. 팔뚝만 한 호두나무가 초록 그림자 드리우고 수수감 따바리감 월아감 붉은 단풍이 발목까지 차올라 추억의 뒤뜰을 도란도란 노닐어 봅니다.

 

풀 한포기 바람 한 점까지 잊을 수 없어 하느락하느락 『꽃잎 편지』*를 피웠습니다.

 

하얀 가시꽃을 단 탱자나무에서 대문과 이어진 흙담길. 샛노란 황매화 울타리가 기적을 울리며 오월 연두를 지나가는 엄마 꽃상여 따라가던 일곱 살 소녀가 상엿집 빈터를 응시하며 고인 세월을 훔쳐봅니다.

 

코발트색 도깨비불 무서워하는 어린 딸에게 석등에 호롱불 켜주던 그때처럼 불쑥 올 것 같은 아버지. 댓돌에서 대문까지 융단 같던 넓적 돌 따라 와락 달려가고파 부엉이 울던 거목(巨木)만큼이나 시나브로 차오르는 『추풍령』*을 그렸습니다.

 

나무전봇대에 스피커 달아 놓고 김삿갓 방랑기 동네에 들려주던 아버지가 물탱크에 운동화 빠트리고 맨발로 걸어왔던 딸이 급수탑 네모난 하늘 향해 다정하게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소실점에서 만나는 진실을 핑계 삼아 아직 여기에 있는 이유입니다.
*필자의 시집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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