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7월 6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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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김형기 군과 서연화 양을 부른 것은 국문학 교수로서 할 말이 있어서일세.”
형기와 연화는 연구실도 아닌 사범대학 건물 뜰 앞 널따란 바위로 영문도 모르게 불려 나왔다. 형기는 연화에 대한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의 감정으로 김 교수가 주선한 뜻밖의 만남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태연해야만 한다. 그동안 쌓이고 쌓인 숨겨진 마음을 들켜서는 안 된다’ 생각하며, 김 교수의 말을 숨소리를 죽이고 듣고 있었다. 연화도 무언지 모를 궁금증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형기와 만난 어떤 설렘의 감정 때문인지 상기된 얼굴 표정이었다.
“왜 생각나지? 내가 낸 숙제? 1학기 동안 시, 수필, 소설, 희곡 중 두 종류를 골라 각 한 편씩 써 오라 했던 것.”
김 교수는 두 학생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과에서는 둘의 작품이 월등히 좋았고, 특히 형기의 단편소설은 압권에 가까울 정도로 뛰어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학 공모 작품이었다면 뽑힐 만한 작품이었다는 말도 했다.
“제자를 아끼는 국문학 교수로서 하는 말이네만 이제부터 두 사람이 서로가 문학을 위해서 조언해 가며 부단히 문학도의 길을 걷는다면 그 길이 훤히 뚫릴 것 같기에 오늘 둘을 여기로 부른 것이라네. 어떤가?”
한동안 무슨 말을 계속했는지를 기억 못할 지경이었다. 물론 연화의 반응도 살필 겨를이 없었다. 다만 형기는 잠시 뒤 이건 하느님이 자신에게 준 기회라는 생각을 했다. 선생님이 만들어준 이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어쩌면 이를 계기로 문학이 둘을 묶어주는 사랑의 동아줄이 될 것 같았다. 소설을 부지런히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날부터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으로 직행했다. 읽고 쓰기를 반복했다. 2, 3학년 때는 여러 편의 소설을 써 신춘문예에 응모하였으나 당선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중 하나는 결선까지 올랐는데 내용에는 깊이가 있었고 표현도 섬세했으나 구성에서 작위적인 느낌이 드러나 아쉬웠다는 심사위원의 평을 읽을 수 있었다. 소설가의 길이 어렵지 않다고 여긴 것은 그때였다.
4학년 때는 교생실습과 임용고시 준비 등으로 소설을 쓰기는커녕 언제 책을 읽었는지도 기억을 못할 정도였다. 다행히 교직생활의 준비는 제대로 하였던지 임용고시 성적이 좋아 시골이 아닌 부산 D중학교에 발령을 받았다. 연화는 부산에 발령을 받지 못하고 형기의 고향 하동과 이웃인 남해 E중학교에 발령을 받았다. 그들은 서로 축하해 주었다. 발령받지 못한 졸업생도 허다한데 졸업하자마자 발령을 받았으니 자기에게 충실했고 학교생활에 열성적이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연화와는 2, 3학년 때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한 달에 두어 번씩은 만나면서 교수님의 말씀을 잊지 말자고 서로를 격려하였다. 형기는 중학교 교사 발령을 받자마자 연화와 축하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마음속에는 봄꽃들이 만발한 동산이 들어 있었고 그 사잇길로 연화와 마주 손잡고 걷는 모습이 눈앞에 자주 어른거렸다. 꿈에서도 자주 만났다. 화이팅! 힘껏 주먹을 쥐었다. 연화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해 사람들 첫인상이 어땠어?”
“엄청 야무지고 부지런해.”
“하동 사람은 그건 잘 알아! 남해 죽은 송장 하나가 하동 산사람 일곱은 거뜬히 상대한다는 옛말이 전해지고 있으니까. 하하핫!”
“김 작가, 뭐 좀 써야지. 이제는 발령도 받아 안정되었으니까.”
“그래, 그럴 참이야. 연화도 문심(文心)이 일어날 거야. 출렁이는 남해 바다의 물결을 보면 무언가 마음결이 일지 않겠어?”
형기는 웬일인지 하늘로 둥둥 뜨는 기분을 느꼈다. 하숙집 주인 할머니도 눈치를 챘는지 활짝 웃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일요일 늦은 오후 하늘에는 잔잔한 노을이 뻗어 있었다. 문득 지난 세월이 떠올랐다. J고등학교 1학년 때 생활기록부 장래 희망 란에는 ‘교사’라고 또렷이 쓰여 있었다. 그 희망대로 형기는 어려운 가정형편과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바람을 허투루 여기지 않고 가슴에 새겨 열심히 공부했다. 그런 결과, 희망지에 발령을 받을 수 있었다. 가슴이 뿌듯했다. 그때부터는 연화와 결혼하여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서로가 문학세계를 각각 넓혀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인생이 펼쳐지리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러나 연화와의 관계는 형기의 바람과는 달리 2년여 만에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주변 환경이 달라지고 생활 패턴이 달라지자 그와 동시에 연화도 순식간에 변해버렸다. 발령받은 이듬해 여름부터 재직 중인 학교 교장의 아들과 사귀었는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까워져 겨울방학 때쯤 벌써 결혼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고등학교 동기인 남해 친구에게서 그 소식을 들은 가을 어느 날, 형기는 직장 동료인 같은 국어 선생 박수민과 함께 2차 3차 술집으로 흐느적거리며 돌아다녔다. 다행히 통행금지 시간을 넘기지 않고 형기의 하숙집으로 둘이 함께 들어올 수가 있었다.
“그래, 어디 잘되나 보자. 걸레 같은 년. 그사이에 변심을 해? 개보다 못한 년 같으니라구!”
형기는 좀체 입 밖으로 표출하기 거북한 욕설을 이날만은 마구 퍼부었다. 말끝마다 ‘그래? 어디 잘되는지 보자. 끝까지 두고 볼게다’였다. 그리고는 술을 꼴깍꼴깍 들이키며 평소 점잖은 스타일과는 달리 좀 심하다 할 정도로 서러워하고 슬퍼하고 또 분개했다. 그러면서도 대학을 다니는 4년 동안의 만남, 2∼3학년의 독서 토론, 소설과 수필의 작품 교환 평가, 짜릿한 낭만 이야기를 수민에게 들려주었다. 이런 정도라면 그저 연애의 초보 체험 정도로 여겨 잊을 수가 있을 것이라 여겼으나 형기는 그러질 못했다. 참으로 딱했다. 수민은 그런 형기를 두고 훌쩍 내빼지 못하고 함께 밤을 새웠다.
“자네만 연화를 보물같이 간직했구먼! 짝사랑이야. 이제 과감히 떨쳐버리게. 자넨 얼마든지 연화보다 나은 여자를 구할 수 있어.”
“발령받은 지난해 여름방학 때 남해로 가 해수욕장에서 모래톱을 걸으며 문학 이야기를 주고받았거든. 그러고선 장래에 대해서도 맹서처럼 나눈 말들이 많았었는데…. 아니 그건 맹서였었어. 그런데….”
그런 여름방학이 지나자마자 교장 아들과 만나기 시작하였다니, 더욱 분노가 치밀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바로 그해 겨울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문을 듣고 나서부턴 형기는 분노와 자책, 서러움, 슬픔에 극심한 혼란을 겪으며 방황하였다.
겨울이 오기까지 무수히 실패한 전화 시도와 작품 평가에 대한 묵묵부답, 급기야 보낸 편지 뭉텅이가 되돌아오면서 돌이킬 수 없는 절연임을 깨닫고 몸서리쳤다. 이제 문학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무덤덤한 편지, 마침내 노골적으로 겨울에는 결혼하게 되니 제발 괴롭히지 말라는 말까지 서슴없는 최후의 편지를 받고는 피가 거꾸로 도는 느낌이었다. 그 편지를 받기 전까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원상회복할 마음이 불쑥불쑥 솟아올랐으나 이제 그런 마음이 싹 없어져버렸다.
‘그럴 것이라면 여름방학의 만남은 거절할 것이지.’
배신감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여름 바닷가 모래톱을 거닐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저만큼 수은등 불빛이 비치는데도 장래를 약속하며 둘은 꽉 껴안은 채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는 황홀을 느끼지 않았던가! 남해의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로는 그녀의 상대는 서울에서 일류대학 경영학과를 나와 대기업 건설회사에 입사했다는 것이었다. 형기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상대가 아무리 잘났기로서니 그렇게 빨리 변심을 하여 철석같았던 약속을 갈아엎을 줄은 꿈에서조차 상상할 수가 없었다.
‘누구에게 물어도 그가 늘품 없는 선생보다는 백번 낫다고 하겠지. 그러나 세상사는 끝을 보아야 하는 게 아닌가? 두고 보라지.’
연화와의 관계 단절은 형기의 생활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녀가 떠난 이후부터는 학생들에 대한 열정이 줄었다. 친구와의 연락도 딱 끊었다. 오로지 한마음이었다. 그녀에 대한 복수, 복수에 대한 일념뿐이었다. 오냐, 한번 보아란 듯이 고시에 합격하는 일이었다. 형기는 일과가 끝나면 하숙집으로 돌아와 책상머리에 매달렸다. 민법총칙은 50회독이 목표였다. 한 번도 배워보지 않은 과목이어서 법대 출신만큼 하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영어는 하루에 100단어씩 늘려 가면 될 것이고 헌법은 달달 볶듯이 읽어 주면 머릿속에 그대로 각인이 될 테니 별로 걱정이 안 되었다.
‘국사는 만점을 노려야겠지. 취약과목 평균점수를 높이려면.’
형기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행정고시를 패스하여야 한다. 어렸을 적인 꿈인 교사, 교사로서는 안 된다. 연화의 남자친구 그 자식 아니 그녀의 남편보다는 무조건 신분부터가 나아야 되고 돈도 더 많이 모아야 한다. 그것은 필수다. 기어코 이루어 내야 할 과제다. 형기의 가슴속에는 이런 생각들이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 학교에서도 수업이 없으면 교재연구 대신 국사 영어 공부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학생들을 알차게 쉽게 재미있게 가르칠 수가 없었다. 다행히 중3 고입 담당이 아니어선지 대놓고 욕을 듣지 않는 교사로 재직할 수 있었다. 일 년여가 지나도 연화에 대한 배신감 복수심이 사그라지지 않아, 남해만 떠올려도 가슴이 부들부들 떨릴 지경이었다. 그래서 책들을 씹어 돌려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공부의 성과가 나는지 채 2년이 안 되었는데도 시험 사전 문제집 테스트에 합격 평균점을 훌쩍 넘어섰다.
‘가을엔 수확을 확인하겠구먼.’
형기는 하숙집 마당으로 나와 어깨를 벌려 양팔을 크게 휘돌렸다. 높은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참으로 푸르렀다.
‘내년에는 연습시험이 아닌 본 시험을 충분히 치를 수 있겠구먼.’
가슴이 뛰었다. 다음 해가 오기 전 겨울에 형기는 고모가 중매한 규수에게 첫선 한 번으로 결혼을 했다. 초등학교 교사였는데 딱히 마음에 들어서 결혼을 했다기보다는 거절할 마음이 내키지 않아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다. 뒤에 안 일이었지만 아내도 크게 내키지 않았으나 거절할 마음도 없었기에 순순히 결혼에 응했다고 깔깔거렸다. 형기도 따라 웃었다. 다행히 그 결혼은 연화로 인해 불안정하게 울렁거리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백 퍼센트 효과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처가살이로 돈도 저축되었지만 공부방을 내주어 온 집안 식구가 공부에 전념하도록 도와주는 일이었다. 공부가 절로 되는 것 같았다.
‘1차만 되면 2차는 주관식 아닌가? 국어 선생에다 소설 지망생이었지. 국사를 위시하여 논리적인 사회과목도 잘 하는 편이니 기백 대 일이라도 2차 시험은 절대 유리하겠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마치 합격은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다. 다행히 일이 일사천리로 풀려갔다. 그해 초가을에 1차 시험 합격 통지서를 받았고 겨울에는 아내가 아들을 낳았다. 형기는 너무 기뻐 퇴근길에 버스에 오르면 모든 손님이 자기를 축하해주는 눈빛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아내는 아예 교직은 사표를 내고 본격적으로 공부하라고 격려하였다. 장인 장모도 공부할 때까지 받쳐줄 터이니 한번 해볼 테면 해보라고 딸이 듣는 앞에서 힘을 보탰다. 아내는 젖먹이 아들을 싼 포대기를 가볍게 흔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내 행운이야!’
형기는 아내의 두 손을 꼭 잡았다. 사표를 낼 결심을 했다. 그날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백운포 겨울 바닷가에는 포말 위를 갈매기들이 포물선을 그리고 있었다. 점점이 들어박힌 포구 안의 기암괴석들이 한 폭의 그림이었다. 형기와 수민은 언덕의 굴곡을 따라 바다 경치가 잘 보일 만한 횟집을 찾았다. 2층 방을 골라 창가에 자리 잡았다. 방 한가운데는 기름난로가 벌겋게 닳고 있었다.
“자, 소맥으로 한잔 하지? 오랜만일세그려.”
“오랜만은 무슨? 매일 학교에서 보면서. 그것도 이젠 기약이 없겠네.”
형기가 사표를 낼지 모른다는 말을 두고 한 말이었다. 형기와 수민은 서로가 의논할 일이 있다든가 술 한잔하고픈 생각이 들 때면 가끔씩 골목 사이 한적한 술집이나 백운포의 조용한 바닷가 횟집에 들렀었다.
“1차 시험 합격 축하한다만 어쩜 너에게 안 어울리는 것 같아. 끝을 보아 행정 사무관 발령을 받았다 치자. 계장, 과장, 국장을 거쳐 실장이나 차관 그러다가 최고로 잘되어 장관? 무언가 그림이 너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미안한 말이지만.”
“미안하긴, 실은 공부는 무턱대고 하면서도 옷이 안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은 가끔 해.”
형기는 연화의 남자친구보다 무조건 돈도 많이 벌고 소위 사회적 신분도 높아짐으로써 배신에 대한 일종의 복수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공부를 시작하였다는 말은 친구 수민에게 차마 하지 못했다.
“굳이 하겠다면 끝을 보게. 내 지켜봄세. 예사로는 해낼 수 없는 일을 지켜보겠단 말이네. 친구 박수민이 말이야.”
수민은 두 주먹으로 자기 가슴을 툭툭 치며 큰 소리로 말했다.
“그래, 끝을 보고 말 참이네.”
형기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가슴이 쿵쿵 뛰었다. 갑작스럽게 눈앞에 중학 1학년 때 초겨울 어느 날 새벽에 돌아가신 어머님, 장작을 팔아 중학교 공부를 시켰던 아버지, ‘김 서방, 남자답게 밀어붙여 봐. 내가 밀어줄게’ 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은 장인어른, 그리고 아내의 얼굴이 휙휙 돌아가며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작은 눈망울로 웃어 보이는 백일도 안 된 아들은 엄청난 격려의 힘으로 술잔을 타고 돌았다. 남에게 그런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보인다면 참으로 꼴사나울 것이라 여겨 형기는 부끄러운 마음이 불현듯 솟아올랐다. 그러나 친구 수민이 ‘끝을 보게’라고 한 말과 배신한 연화에 대한 감정이 합격의 결기를 더욱 굳게 한 것은 사실이었다.
“내년에는 고등학교를 희망한다고? 5년이 되어야 내신이 되는 것 아니야?”
“대학원을 졸업하면 3년이라도 내신 자격은 있네만…, 어찌 될지 모르지.”
“내년엔 둘 다 상황이 달라지겠구나. 그래 달라져야지. 우리 반드시 좋게 되도록 노력해 보자고.”
형기가 결기를 다지며 말했다. 둘은 이 자리에서 약속이나 한 듯 연화의 이야기는 끝내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백운포에서 친구 수민에게 ‘끝을 보아야지’ 하고 결심을 다진 지 3년 만에 백운포의 그 횟집을 다시 찾았다. 울긋불긋한 단풍이 그림같이 아름다운 가을이었다. 행정고시 합격의 축하 잔치 자리였다. 형기는 운 좋게 두 번째 2차 도전에 합격하였다. 끝을 보기 위하여 교직을 그만두고 고시촌으로 들어가 3년간 공부 독을 피운 결과였다. 잔치는 백여 명이나 되는 일가친척이 모여 횟집 전체가 흥청거렸다. 친구 수민은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귀한 손님들은 별실로 들게 하여 수민이 대접하도록 부탁하였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시원하게 만끽하면서 여기저기 어우러지는 경쾌한 춤 속에 노래 소리도 끊이지 않고 흘렀다.
“정말 고마워, 괴로울 때나 기쁠 때나 함께해 주니 말일세.”
“친구지간이 아닌가? 어차피 교직을 그만두고 행정 관료로 가는 것이니, 마르고 닳도록 국가에 도움이 되도록 열심히 하게나.”
“고맙네. 힘닿는 대로 해봄세. 자네도 열심히 하게나. 가끔씩 만나서 회포도 풀고. 자, 건배!”
형기는 수민과 건배할 때 문득 이제는 보라는 듯이 연화에게 합격 소식도 전하고 그녀의 결혼 이후의 상황도 알아보고 싶다는 심정이 ‘찡’ 울렸다.
홀에는 웃음이 만발하고 소리 높여 건배하고 주고받는 소리로 왁자지껄했다. 놀랍게도 그 왁자지껄한 자리에서 분명히 누군가가 ‘연화는 자기 인생을 망칠 거야. 형기 소식을 듣는다면 후회하게 되겠지. 미친년’ 하는 소리도 들렸다. 그 순간 형기는 이마에 솟은 땀을 닦았다. 고시촌에 있을 때의 어느 선배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9급 공무원 S가 복수를 하기 위하여 사법고시에 합격한 이야기였다. 밑도 끝도 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인 듯싶으면서도 의지를 다지는 데는 한몫했다. 솔직히 공부할 때는 형기도 그런 심정이었다.
S의 아버지는 세관의 과장급 공무원으로 밀수 단속반의 실무 총책이었는데 밀수꾼의 농간에 넘어가 수백 개나 되는 시계 밀수를 봐주다가 K경사의 귀신 같은 탐정 수사에 걸려 결국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비운은 거기서 그친 게 아니라 형기를 마치고 교도소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혈액암으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살아계시는 동안 S가 아버지에게 수없이 들은 이야기는 검찰에 넘기는 과정까지 K경사에게서 온갖 인간적 수모를 당했다는 것이다. S는 그때 이를 부득부득 갈다가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언젠가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복수할 것이라는 결심을 하고선 사법고시를 준비하였는데, 2년 만에 당당히 합격을 하게 되었다. S는 합격을 하자마자 바로 K경사가 재직해 있는 경찰서를 찾아갔다. 정문에서 잠시 경찰서 건물을 응시했다. 외사과(밀수 업무 취급)는 그 위치가 어디일까 하고 생각하는데 뜻밖에도 건물 저쪽에서 외치는 큰 소리가 들렸다.
‘복수를 하겠다고. 바보 같은 자식, 복수가 아니라 감사를 해야지. 최고의 시험이 사법고시가 아닌가! 내 덕으로 합격했으면 내 앞에서 몇백 번이라도 절하며 감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는가? 뭐 그런데 복수? 으흐흐 흐흐흣!’
갑자기 천둥 치듯 K경사의 비웃는 소리가 S의 머릿속을 후려쳤다. 순간 눈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차의 경적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S의 이야기는 고시촌 뒷골목 막걸리집에서 두어 살 많은 선배 고시 준비생에게서 들었는데 수민과 합격 축하 회포를 푸는 자리에서 마치 지금 듣는 것처럼 귀에 쟁쟁하게 울렸다.
“자, 한잔 더. 이제 출세하면 나 같은 건 상대 안 할 것 아니야?”
“이 사람, 사람 잡을 소릴! 허허허! 날 뭘로 보는가? 우정의 대명사에게….”
수민이 손을 길게 뻗어 잔을 내밀었다. 형기가 웃으며 잔을 받았다. 술의 힘이었을까? 수민은 기어이 가슴속에 묻어둔 연화의 이야기를 끄집어내었다.
“연화 소식은 듣고 있어? 이제는 그녀에 대한 감정이 정리되었겠지? 어, 내가 쓸데없는 것을 물어보네. 어쩌지? 미안하네.”
수민은 형기를 빤히 바라보았다.
“괜찮네 괜찮아! 오래전 일이 아닌가? 다들 결혼하여 잘 사는데 학창 시절 이야기가 뭐 족쇄가 되겠는가? 그땐 내가 좀 감정이 지나치긴 했지만 금방 정리되었어. 정신 차리고 내 생활에 충실했으니까. 그러니 행정고시에 합격한 것 아닌가?”
수민은 이왕 터져 나온 말, 연화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제는 여유 있는 마음으로 자네 소식도 연화에게 전해주지. 그리고 열심히 잘 살라고 격려도 하고 말이야.”
“말은 좋은 말일세만 그럴 마음의 여유까지는 없네.”
“한번 만나보고 싶지 않아?”
“만나서 뭐 하게. 기회가 된다면 피할 생각이야 없지만.”
형기는 사실 연화를 만나보고 싶었고 궁금하기도 하였다. 곧이곧대로 말한다면 무덤덤한 태도와는 달리 마음속으로는 누가 더 잘 사나 경쟁을 해보자는 결심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형기가 남해에 가야 할 일이 생겼다. 대학을 졸업한 후 20여 년의 세월이 지난 후였다. 행정자치부 중앙관서에 발령을 받아 D국장이 되는 동안 친구를 만나보지 못하다가 대학 친구가 고향인 남해 모교에 교감 발령을 받고 여름방학을 맞아 친한 친구 서넛을 초청한 자리였다. 형기는 남해라면 관광이라도 갈 만한 곳인데 친한 친구가 승진을 하여 고향에서 초청을 하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남해 친구 수철의 고향은 하동과 이웃한 설천면이었다. 그는 형기와 고등학교와 대학 동기였다. 고교 때는 한 번도 힘든데 두 번씩이나 같은 반이었고 남해와 하동은 이웃이라 지내는 편이 남달랐다. 그는 서울의 형기, 부산의 수민, 하동에서 교감 직전까지 같이 있었던 친구를 합하여 셋을 초청하였다. 형기는 바다라면 그럴 수 없이 좋아했다. 외가가 바닷가였다. 봄가을이면 바로 낚아 올려 만든 싱싱한 생선회를 맛보고 겨울이면 생굴을 초장에 찍어 먹는 맛이 맛 자랑을 하지 않고는 못 견딜 정도였다. 남해의 친구 수철은 상주 해수욕장에서 시원한 바다 물결을 온몸에 마음껏 둘러쓰게 한 후 유명한 방풍림의 시원한 그늘을 거쳐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조개, 멍게, 해삼 등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게 해주겠다고 약속한 바였다.
마침내 그날 형기의 친구들은 남해읍에서 만나 반가운 정을 손아귀에 듬뿍 담아 악수를 나누었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푸른 들판과 야산에서 불어오는 맑고 깨끗한 바람을 콧속으로 마음껏 들이마시며 바다가 시원스럽게 보이는 상주의 횟집으로 갔다.
횟집에 가자마자 남해 친구의 승진을 축하하기 위해 여러 번 술잔을 쨍그렁 쨍그렁 부딪히며 감칠맛 나는 회를 먹으면서 직장, 가정, 친구, 여행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러는 사이 벌써 해가 노을 속에 파묻혀 온 하늘이 벌겋게 물들었다. 오랫동안 근황 이야기가 오가다가 결국은 학창 시절의 옛이야기로 돌아갔다. 고교 때와 대학생활의 이야기가 줄줄 흘러나왔다. 황홀한 노을은 사라지고 야광이 바다 경치를 그려내고 있었다. 이야기 중에서 문득 무겁게 흘러나온 연화의 이야기는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다. 수철이 교감이 되어 남해로 발령받아 오자마자 연화의 소문을 들었다. 들은 소문이 너무 뜻밖이어서 사정을 잘 알 만한 그의 친구를 만나 직접 확인까지 하였다.
“무어라 자살을 했어?”
“연화가 자살을?”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수철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을 이었다.
“교장 아들이 결혼식 한 지도 얼마 안 되어 연화를 차버렸어. 서울에서 모회사를 다녔는데 모 여대생과 죽고 살기로 관계를 맺으면서 이혼을 종용했다는 거야. 연화는 남편을 찾아 수시로 서울로 오가는 바람에 학생들과 거리가 멀어지고 본인 생활도 파괴되어 결국은 이혼을 했다는 거지. 소문으로는 남편이 내연인 여대생 앞에서도 인격적 모욕은 물론, 대들기라도 하면 폭행까지 휘두르고 심지어는 ‘낳기 싫은 아이는 왜 낳았느냐, 아내 될 자격이 모자라는 게. 네가 좋아했지, 언제 내가 좋아했어?’ 하면서 인간적 모멸감을 주며 아내 취급을 전혀 해주지 않았다 하는구먼.”
“교장 아들 자식, 인간도 아니구만!”
수민이 참을 수 없는 듯 큰 소리를 내뱉었다.
형기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현기증이 일었다. 형언할 수 없는 울화가 치밀기도 했다.
‘연화, 아마 반반한 인물인데다 서울의 일류 대학 출신이라 그저 매혹되어 넘어갔겠지. 진실성도 없는 남자에게 여성을 요구할 때마다 거절하지 못하고, 결혼이라는 미명 아래 마음껏 농락당했겠지.’
형기는 불순한 유추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내와 잘 살고 아들도 잘 키워 남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는 처지에 연화와 연관을 짓다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결국 이혼을 하고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자살을 했다는 거야. 대학생 때는 참 쾌활했는데 인생을 그렇게 비극으로 끝내다니, 참으로 안타깝구먼.”
남해 친구 수철이가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형기도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그에게로 시집왔으면 삶의 그림이 판이하게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대학 때의 소설과 수필 문학 향학열이 살아나서 문학가 부부가 탄생하였을 터이고 취미를 공유하고 있어 생활에 활력이 넘쳐 그저 부부 교사로서 행복론을 쓰면 될 인생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인생을 마감하다니. 갑자기 연민이 일었다. 부질없는 일이었다. 이제는 모든 과거의 감정을 정리하고 명복을 빌어 줄 수밖에 없다고 마음을 다졌다.
형기는 친구의 교감 승진 축하차 남해에 갔다온 후 며칠 동안 마음이 심란하였다. 그러나 연화는 그녀의 욕심과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감당 못할 어떤 힘의 압박으로 그렇게 되고 말았거니, 하고 애써 마음을 가다듬었다.
형기는 남해를 다녀온 후 십여 년이 지나 중앙관서에서 명퇴를 하였다. 교사 시절의 경력까지 합쳐 공무원 연금 불입 만기를 채운 연후였다. 욕심을 부린다면 기획국장을 거쳐 차관보, 차관, 그리고 정치적인 줄을 잘 서면 장관까지의 길이 눈에 보이긴 하였으나 어쩐지 목을 매달 그의 길이 아닌 것 같았다.
명퇴를 한 후 수소문하여 전 사범대 국어교육과 K교수를 일식집에 모셨다. 스승은 제자를 앞에 두고 싱글벙글했다.
“고맙네. 이렇게 찾아주다니. 그래, 뭐 문학을 했으면 좋았지마는 어쩌겠나? 각자 사정이 있을 테니까.”
형기는 교직을 그만두고 행정 관료로 진출하였던 그간의 사정을 대강 말씀드렸다. 연화에 대하여도 참담한 이야기였지만 들은 그대로 소식을 전하였다. K교수는 형기의 이야기를 듣고 얼굴을 찡그렸다.
“자신을 돌아보아야지. 넘쳤구먼. 넘친 거야.”
K교수는 혀를 끌끌 찼다.
“아니, 사람을 잘못 본 게로군. 놈팽이에게 빠진 거야. 여자들이란 더러는 허망한 욕심으로 헐거운 덫에도 걸려드는 경우가 많지. 참 착했는데 정말 안됐구만, 안되었어.”
맥주 한 컵을 쭉 들이키더니 말을 이었다.
“사람이란 분수를 알아야 된다네. 뭐 인생을 설계한다든가 사람을 사귄다든다 도움을 받는 것까지도 자기가 넘나들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해야 되는 것인데, 연화는 그렇게 하질 못해 인생을 실패하고 말았어. 참으로 안타깝구먼. 상당한 기대를 한 적도 있었는데….”
K교수는 형기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자네 그 소식을 듣고 만감이 교차했겠구먼. 으음.”
신음을 토하는 것이 연화에 대하여 좋은 마음을 갖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선생님, 저는 연화 때문에 선생님을 모신 것이 아닙니다. 선생님이 생각나서.”
“아, 알아!”
K교수는 다짜고짜 잘라 말했다.
“선생님, 그 문학이란 것이 잘 되지도 않으면서 지금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아쉬움이 많습니다.”
“비단 문학뿐 아니라 하고 싶었던 걸 못해 본다면 무엇이나 그런 것이라네. 어디 책을 잘 보지 않는 사람이 문학 이야기를 하던가? 나도 젊었을 때 소설가를 희망했는데 결국은 잡문 좀 쓰면서 국문학 교수로 일생을 보내지 않았겠나. 지금도 미련이 많이 남네. 어떤 때는 아쉬움이 뭉클뭉클 피어오른다네. 망상이나 과욕은 자신을 파괴하지만 꿈은 무언가 하고자 하는 생산성을 전제로 하고 있어 좋은 것이지.”
형기는 K교수의 이야기를 듣자 왜 그 고생을 하느냐고 말하는 친구들을 의식할 필요 없이 쓰고 싶으면 써야겠다는 마음이 가슴속으로 밀려들었다.
은사 K교수를 만난 후부터는 문학에 대한 열의가 대학 국문과 입학 당시이기나 한 것처럼 개론부터 소설창작론, 표현방법론, 유명 작가의 등단 습작기를 찾아 뒤적거렸다. 역시 창작 의욕이 북돋아 올랐다. 첫 작품의 제목은 ‘내가 머물고 싶은 곳’이었다. 몇 개월에 걸쳐 그 작품 창작 작업에 몰두하였다. 사람들은 진실하게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 연화는 진실로 상대를 잘 알지도 못하였고 그가 강압적이었다고 해도 진실이 아니라면 벗어나야 했다. 포장만을 보고 속은 알지 못했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허영에 떠밀려 한 남자에게 넘어간 수많은 여자들 중 한 명이었고 그중에서도 처참하게 되는 사람 중의 또 다른 한 명에 지나지 않았다. 누구나 머물고 싶은 곳은 사랑과 배려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 상대하는 사람은 미더운 사람이어야 하고 특히 일생을 같이할 사람이라면 사랑과 희생과 믿음이 밑자리로 받쳐주어야만 한다. 연화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내가 머물고 싶은 곳’의 소재와 주제는 연화가 중심이 되고 형기가 체험했던 여러 삶에서 취하였다.
‘내가 머물고 싶은 곳’이란 제목의 단편소설을 완성한 다음 날 형기는 아내와 황령산에 올랐다. 바람고개(지명) 정자(亭子)에는 시커먼 선글라스를 쓴 사람, 얼굴을 몽땅 가리고 두 눈만 드러낸 사람, 아예 등산 장비 없이 이웃나들이 가는 복장으로 지팡이를 짚은 노인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웃고 떠들고 있었다.
“정말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지요. 주말도 아닌데 이렇게 사람들이 많다니.”
형기는 산등성이 돌탑을 향한 편백나무 숲길로 아내의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에요. 하긴 당신이나 나도 운동 취미는 별로인데 건강 생각해서 산에 오르잖아요. 퇴직 이후에는 아예 즐거움이 되었지만.”
형기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두어 시간 걸어올라 약수터에서 멀리 떨어진 숲속의 널따란 바위에 다리를 펴고 아내와 나란히 앉았다. 편백나무들이 적당한 간격으로 쭉쭉 뻗어 있는데도 사이사이로 푸른 하늘이 멀리까지 모습을 드러내었다. 시원한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며 짙은 향기를 콧속으로 밀어 넣었다. 아내는 시원스러움으로 자신의 몸이 바위 위가 아니라 바람 속에 떠 있는 것처럼 느꼈다.
“아! 붕붕 뜨는 것 같네. 딱딱한 바위가 아니라 고무풍선 같아. 언제나 이런 기분이었으면 좋겠네.”
“눈 감으면 그보다도 더 좋은 세상이 얼마든지 나타나요. 놀랄 것 없어. 아직 멀었어. 이제부터 진짜 행복의 시작인데!”
“여보, 당신은 뭐 꼭 하고 싶은 것 없어요? 늙어 가지만 외국어를 한번 배워본다든지 아니면 어떤 자격증을 따서 사회활동을 해본다든지 하는 것 말이요?”
아내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난 가족 봉사만으로 너무 행복해요. 힘이 넘치면 그때 사회봉사를 생각해 보죠. 그리고 평생교육까지도….”
그러는 아내의 표정은 티 없이 맑고 밝았다.
여름 바람이 시원스럽게 불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편백나무숲이 이리저리 일렁거릴 때마다 짙게 풍겨 나오는 피톤치드가 몸속 깊숙이 박혀 있는 찌든 폐기물을 녹여내어 밖으로 배출하는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았다. 숲 사이로 푸른 하늘이 맑고 높아 보였다. 마음이 진실로 뿌듯하고 안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