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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고니다

한국문인협회 로고 박재만(경기)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7월 6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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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는 가까운 만큼 상처 주기 쉽고, 가까운 만큼 상처가 깊다. 가까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감싸고 편드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누군가 가까이 있을 때 관심을 갖고 소중히 여기며, 존중하고 배려하면 행복은 더욱 가까이 찾아온다. ‘귀곡천계(貴鵠賤鷄)’라는 말이 있다. 이는 “고니는 귀하게 여기고, 닭을 천하게 생각한다”라는 뜻으로, 사람들이 종종 멀리 있고 막연한 것을 대하여는 소중히 여기면서 정작 가까이 곁에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우를 범하는 것을 의미한다.
때때로 우리는 우리 곁에 있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의 가치를 간과한다. 주변에 있는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잊고 지낸다.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잘해야 하는 것은 알면서도 사소한 오해나 견해 차이로 가까웠던 사람이 원수같이 미운 존재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래서 내가 상처를 받은 만큼 타인에게 고통을 주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 해도 내 마음은 치유받지 못한다. 나아가 타인을 미워하고 그가 한 옳은 말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고, 그가 한 옳은 행동에 대해서는 가식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하는 일로 관계가 더욱 멀어진 경우가 우리 주변에 적지 않다.
가족은 우리가 관계하는 가장 가까운 사이의 사람들이다. 가장 가까운, 가장 사랑하는 가족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존중해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부모님, 아내나 남편, 자녀들에게 함부로 대하고 그들을 존중하지 않으면 가정 한구석에서부터 불행이 싹트기 시작한다. 얼마 전, 한 책에서 읽은 아래의 내용에 깊이 공감했다.

 

만약 직장 상사가 중요한 계약이 달려 있는 출장에 담당자인 당신 대신 다른 사람을 보내기로 했다고 생각해 보라. 통보를 받은 순간, 당신은 분명 아무렇지도 않은 척할 것이다. 실망감을 감추고 ‘자네가 더 잘할 거야’라며 동료를 응원할 수 있다. 마음속에는 실망과 분노, 슬픔, 부당한 처사라는 억울함이 뒤섞여 끓고 있지만 당신은 쿨한 척 웃어 버린다. 그리고 평소와 다름없이 남은 업무를 처리하고 퇴근한다. 집에 돌아오니 거실에는 아이들 장난감이 잔뜩 어질러져 있고 아내는 보이지 않는다. 순간 짜증이 났지만 꾹 참고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장난감 하나가 발에 밟혀 부서지며 발바닥을 찌르고 말았다. 너무 아파 그 자리에 주저앉았는데 때마침 들어온 아내. 당신은 자기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낸다. 집안 꼴이 이게 뭐냐고,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고, 늦도록 어딜 돌아다니는 거냐고 참았던 분통을 터뜨린다. 그러면 아내는 황당한 나머지 자신을 책망하는 남편에게 다시 화를 낸다. 왜 보자마자 화를 내는 것이냐고, 당신은 항상 이런 식이라고, 밖에서 하는 것만큼만 나한테 해보라고. 마음에 담아왔던 서운함을 터뜨린다. 이렇게 당신은 악순환에 빠지고 만다.
(출처: 배르벨 바르데츠키의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우리는 너무도 자주 가까운 사람에게 공연히 화풀이를 하며 상처를 줄 때가 있다. 가깝기에 함부로 대하고 후회한 적은 없는지 우리 자신을 돌아보면 좋겠다. 몸은 가까이에 있으나 마음은 멀리 떠나 있는 사람과 함께 사는 일은 하루하루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이와 반대로 몸은 비록 멀리 떨어져 있으나 늘 마음만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서로 행복한 사이임에 틀림없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특히 대화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사람들 사이가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데는 말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 감사하는 말, 칭찬하는 말, 덕을 세우는 말, 용기를 주는 말, 격려하는 말 등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다져주지만 험담하는 말, 비난하는 말, 이간하는 말, 거짓말, 속이는 말 등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멀어지게 한다. 살다 보면 부득이하게 다른 사람에게 반드시 충고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이와 반대로 다른 사람이 내게 하는 ‘귀에 달갑지 않은 말’을 들어야 할 때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충고나 비판을 들을 때 그것을 선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는 것은 성숙한 인격을 지닌 사람의 척도가 된다.
작은 충고에도 발끈하거나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에게 하는 충고를 새겨듣고 그 말을 자신의 삶에 반영한다. 간혹 자기 주장과 자기 고집만 내세우는 사람의 경우를 보면,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닫아 사회적 관계가 악화되고,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자신의 건강에도 해를 입는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심리학자 래리 셔비츠는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200명을 포함해 60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의 대화를 녹음했다. 그는 이 녹음테이프를 들으며 실험 대상자들이 ‘나(I)’라는 단어를 얼마나 자주 쓰는지 세어 보았다. 그 결과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일수록 1인칭 대명사를 습관적으로 쓰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몇 년 동안 실험 대상자들을 추적한 결과, ‘나’를 많이 쓰는 사람들은 그 외의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 또한 높았다. 그러므로 나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존중하고 배려하면 모두가 신뢰할 만한 가까운 사이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의 곁에 있는 이에게 더 잘해야 한다. 가까운 이에게 상처 주는 일을 멈추고 그들이 아직 곁에 있을 때, 그들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하는 것을 깊이 생각하고, 이제 그들에게 사랑을 표현하자! 가족은 고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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