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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을 마주하며

한국문인협회 로고 강대식(청주)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7월 6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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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은 내 삶에 있어서 파노라마였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이 이렇게 가슴을 후벼 파며 들어올지 상상도 못했다. 삶이라는 것에는 늘 좋은 일과 좋지 않은 일이 파도처럼 리듬을 타듯이 찾아오기는 한다. 나의 2025년 연말이 그랬다. 천당과 지옥이 있다면 난 분명 롤러코스터를 타고 양쪽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다.
고맙게도 2025년도 충북도민대상 문화체육부분 수상자로 선정되어 많은 축하를 받았다. 그런데 10일 후 집안은 암울한 먹구름이 찾아들었다. 친정에 편하게 쉬려고 왔던 딸도 찬물을 뒤집어쓴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게다. 크리스마스라고 들떠 있던 기분을 아내의 건강검진 소견서 한 줄이 망쳐 놓았다. 마치 낭떠러지 위에 선 가족을 누군가 밀어내는 몹쓸 짓을 저지른 것 같았다.
집 안에 웃음이 사라졌다. 폭풍전야같이 무언가 금방 폭발할 것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말도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 행여 기분 나쁜 말 한마디에 큰 사단이 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지뢰밭을 걷는 느낌이었다.
아주 오래전이지만 아버지는 육십 중반에 간암으로 세상을 버리셨다. 당시에 나는 막 결혼하여 먹고사는 것이 궁색했던 시절이었다. 변변한 직장도 없이 공부한답시고 연구실에 붙어 있던 때여서 겨우 목구멍에 풀칠이나 할 정도였다. 만삭의 아내나 나는 그렇게 허무하게 아버지를 보내드렸다. 겨우 직장을 잡고 첫째가 막 태어나 아장아장 걸을 때 장인어른이 대장암 진단을 받아 수술을 하셨다. 당시 장인어른도 칠십 세 정도여서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대장암 4기의 경우 6개월을 견디기 어렵다고 했는데 그래도 장인은 몇 년을 버텨 주셨다.
세상에 수많은 질병이 난무하고 있지만 요즘은 모든 병이 암 하나로 정의되는 것 같다. 암의 종류도 많고 대부분의 사망 원인이 암이라고 불린다. 인체에 기생하여 인체를 죽이는 암의 존재는 인간이 극복하기 어려운 존재인지 수많은 생명이 속수무책으로 암에게 압살당하고 있다.
장인어른이 돌아가시고 몇 년쯤 지나 장모님이 위암 3기 판정을 받으셨다. 건강도 좋지 않으신 분에게 위암은 또 다른 위기감으로 다가왔다.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하여 수술을 하셨다. 수술이 잘 되어 암은 떨쳐버렸지만 치료하는 과정에서 연세 때문에 항암치료와 같은 적극적인 치료는 하지 못했다. 그런 치료 없이도 아직 생존해 계신다는 것은 큰 위로가 되었고, 고마운 일이다.
작년 여름에는 동생을 췌장암으로 보냈다. 암을 발견한 이후 백방으로 치료해 보려고 하였지만 췌장암은 쉽사리 고쳐지지 않았다. 얼굴에 노랗게 황달이 찾아오고 참아내기 어려운 항암치료를 받으며 살아보겠다고 노력했으나 동생의 삶은 계속되지 못했다. 칠 남매 중 막내가 환갑을 넘기지 못하고 단명한 것이다. 동생의 죽음은 내 삶에 있어서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 번도 꿈속에서조차 상상해 보지 않았던 절망의 시간이었다. 몇 차례 소중한 가족을 떠나보내며 맞이했던 죽음이지만 동생을 먼저 보낸다는 것은 가슴에 맺히는 고통의 강도는 전혀 달랐다. 분노가 일었다. 신이 있다면 멱살이라도 잡을 것 같은 장대한 분노였다. 우리가 무엇을 크게 바라보고 사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냥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정도의 행복을 바라며 살았는데 그런 작은 희망조차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다시금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괴로운 고뇌와 마주하게 한다.
그런 와중에 집사람에게 찾아온 암 조각은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운 흉측하고 매정한 파괴자였다. 건강검진센터에서 정기검진을 받다가 발견되었는데 조직검사가 양성이었다. 12월 26일 소견을 받은 후 급하게 수소문하여 서울아산병원에 진료 예약이 잡혔다. 연말에 잡혀 검사하고 1월 20일 수술을 하였으니 한 달 만에 발견부터 수술까지 끝난 것이다. 이는 천운이라 할 수 있다. 암도 막 자라기 시작한 초기였고, 다른 곳으로의 전이도 없다고 한다. 전이만 없어도 어느 정도 치료가 쉽다고 하니 이도 감사한 일이다.
아내의 암은 에스트로겐(Estrogen) 수용체나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 수용체는 양성이나 우려했던 HER-2는 음성이 나와 천만다행이다. 항암치료는 암유전자 검사를 해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하지만 안 해도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것만 해도 운이 좋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발 예측 암유전자 검사가 남았는데 만일을 대비하기 위해 진스웰(Geneswell) 검사는 받아 보려고 한다. 국내에서 해도 300만 원이 넘는 금액이지만 알고 대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보다 미국을 선호하여 미국으로 조직 샘플을 보내 검사를 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미국에서 검사할 경우 국내보다 120만 원 정도 더 비용이 추가된다. 미국이 축적된 데이터가 조금 많다는 것이 이점이란다. 현재 국내 기술 수준이 높기 때문에 굳이 미국까지 샘플을 보낼 필요는 느끼지 않아 국내에서 검사를 하기로 했다.
숨 가쁘게 달려온 한 달이 멍한 상태로 지나고 있다. 참고 인내하며 어수선함 속에서 지낸 시간이기에 아무 생각이 없을 정도로 지나갔다. 누군가 카톡에 올린 글이 떠오른다. ‘나이가 들어 노년이 편하려면 아내가 행복해야 한다’는 글귀였다. 아내의 행복이 내 삶의 평화를 보장한다는 말이 가슴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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