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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팔 불교성지 순례를 다녀와서

한국문인협회 로고 이창형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7월 6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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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인천공항에서 인도항공(Air India)을 타고 델리(Delhi)로 향했다. 짙은 안개를 뚫고 힘차게 이륙한 비행기는 서해를 건너 중국 영공을 통과한 후 광활한 몽골고원을 지나 히말라야 산맥 위를 날아간다. 기내에서 눈 덮인 히말라야 산맥을 내려다보기 위해 미리 항공기 오른쪽 창가 좌석을 예약했었다. 인도 북부 영공으로 진입한 항공기는 서에서 동으로 길게 누운 히말라야 산맥 주위를 끝없이 날아간다. 새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길고 긴 끈처럼 이어진 히말라야의 신비한 설산들을 바라보는 것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인도는 히말라야 산맥에서 남쪽 인도양까지 자루 모양으로 펑퍼짐하게 드리워진 대평원이었다.
인도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인도가 어떻게 인류 최초의 4대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가 되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4대 성인 중의 한 사람인 부처가 인도에서 탄생하였을까, 하는 의문을 인도에 가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인도로 여행할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매연으로 가득 찬 공기와 오염된 물, 지저분한 위생, 불편한 교통 등 인도에 대한 어렴풋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인도 여행을 쉽사리 결정할 수 없어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불교국제포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로부터 인도-네팔 불교성지 순례여행 프로그램이 있는데 함께 떠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마치 기다리고나 있었다는 듯 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함께 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부처와 깊은 연관이 있어 신성시되고 있는 4곳을 불교 4대 성지라고 한다. 붓다가 태어난 곳-네팔 룸비니(Lumbini), 붓다가 깨달음을 이룬 곳-보디가야(Bodh Gaya), 붓다가 녹야원(鹿野園)에서 처음으로 설법을 펼친 곳-사르나트(Sarnath), 붓다가 열반에 오른 곳-쿠시나가라(Kushinagar) 등 4곳이 바로 4대 성지이다. 그 외에 붓다가 신통을 보여 기적을 행한 곳-쉬라바스티(Shravasti), 원숭이 공양과 붓다가 최초로 비구니승단을 창설한 곳-바이살리(Vaishali), 붓다가 왕사성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설한 곳-라즈기르(Rajgir), 붓다가 도리천에서 인간세상으로 하강한 곳-상카시아(Sankassa) 등 4곳을 합쳐서 불교의 8대 성지라고 부른다.
델리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은 후 이튿날부터 성지순례 일정이 시작되었다. 델리 공항에서 국내선 항공기를 타고, 붓다가 녹야원에서 처음으로 설법을 펼친 사르나트가 있는 바라나시(Varanasi)로 향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말로만 듣던 갠지스 강은 싯누런 흙탕물 빛이었다. 녹야원을 둘러본 후 곡예운전을 하는 오토릭샤(Auto Rickshaw)를 타고 갠지스 강가로 갔다. 유람선을 타고 붉게 물든 해가 지고 있는 갠지스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석양에 바라보는 갠지스 강의 풍광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한참을 가다 보니 강변에 불빛이 보이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볼 수 있었다. 말로만 듣던 노천 화장터였다.
유람선이 화장터 가까이 접근하자, 시신을 화장하는 장면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장작불 위에는 시신을 넣은 관이 활활 불타오르고, 그 앞에는 화장을 기다리는 관들이 줄을 지어 놓여 있었다. 유람선 안으로 시신 타는 냄새가 역하게 스며들었다. 화장터 옆에는 젊은이들이 광장에 모여서 축제를 벌이고, 강둑에 선 사람들이 하늘 높이 날리는 연이 까마귀 떼처럼 까맣게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강 건너편엔 항하사(恒河沙)로 불리는 하얀 모래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불교에서는 극(極, 10⁴⁸)의 억(億) 배 되는 수를 항하사라고 한다. 인도 사람들은 옛날부터 갠지스 강이 천상계를 흐르던 성스러운 강이었다는 신화를 믿으며 신성시해 왔다.
갠지스 강 유역에는 하리드와르, 알라하바드, 바라나시 등 수많은 성지들이 위치하고 있어 지금도 힌두교도들을 비롯한 수많은 순례자들이 몰려든다. 이들은 성지에 설치된 가트(Ghat, 목욕하는 곳)에서 몸을 씻으면 묵은 업장(業障)이 소멸된다는 믿음에서 갠지스 강에서 목욕하는 것을 최고의 기쁨으로 여기며, 죽은 다음 여기에서 시신을 화장하여 유골이나 재를 강물에 뿌리면 천상에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처럼 인도의 역사와 문화는 갠지스 강 유역을 무대로 전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둠 속에서 유람선을 타고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면서 물결치는 갠지스 강을 하염없이 바라다보았다.
이번 여행의 백미는 타지마할 영묘(靈廟)의 아름다움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이었다. 그 아름다움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순백의 투명한 대리석으로 빚은 타지마할의 우아함을 마주한 순간 신묘한 현기증이 일었다. 열네 번째 왕자를 낳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왕비가 저리도 눈부시게 아름다웠을까? 사랑의 힘이 저렇게도 위대한 것일까? ‘뭄타즈 마할’ 왕비의 환생을 마주하는 듯한 환상에 젖어 넋을 잃고 영묘를 바라보았다. 완벽한 비율과 좌우 대칭의 조형미, 소박하면서도 정갈 담백한 절제미, 상감 기법 조각으로 섬세하게 빚은 타지마할의 우아한 조각은 시대를 초월한 절대적인 아름다움이라고 칭찬할 만하였다.
농촌 지역에서 만난 인도인들은 매우 친절하고 정직하고 따뜻한 마음씨를 갖고 있음을 느꼈다. 아직은 물질문명에 깊이 물들지 않고 인간 본연의 순수함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아, 마치 1950∼60년대의 한국 사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였다. 현지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대부분의 자식들이 부모를 부양하는 것을 의무로 생각하고 있으며, 형제자매들과의 유대관계도 매우 돈독하다고 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 시크교, 불교, 조로아스터교, 자이나교 등 다양한 종교를 믿으면서 살아간다. 인도 여행은 비록 힘들었지만 인도만의 독특한 생활방식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인도여! 영원히 번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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