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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봄날의 기다림

한국문인협회 로고 최천숙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7월 6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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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유리문을 열면 제일 먼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해를 찾는다. 해의 위치를 보면 대략 시간을 알 수 있다. 언덕 위 나무들 아래 소나무가 담을 치고 개나리 담장이 있다.
아랫지방에서 홍매가 피었다고 하고, 아파트 입구에는 산수유가 피고 매화나무에도 흰 꽃봉오리가 올망졸망 달려 있는데 개나리 담장은 줄기만 덩굴져 있다. 아침마다 꽃을 기다리며 겨울 동안 무언가 잘못되었는지 걱정도 되었다. 수목 작업 한다며 나무도 자르고 약도 치며 가꾸기 때문이다. 아파트에 입주하며 1층이라 창문 아래 넝쿨장미 10그루를 돌아가며 심었는데 봄이면 빨간 장미가 피어 아름다웠다. 그런데 어느 날 외출하고 돌아오니 장미의 굵은 줄기를 잘라 버렸다. 다시 장미꽃이 피기까지는 몇 년을 기다려야 했다.
드디어 담장에 노란빛이 보이더니 오늘 아침에는 엉긴 가지에 꽃이 만발하여 개나리 담장을 이루었다. 하늘에서 별이 내려와 바람 타며 은하수 물결이 되어 흘렀다.
푸른 소나무 사이로 볕뉘가 들어왔다. 꽃향기도 꽃바람도 들어오라고 유리문을 열어 두었다. 빛이 집 안으로 들어와 빛과 그림자로 그린 수묵화가 그려졌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장미꽃잎이 거실 바닥에서 흔들린다. 자연이 만들어준 순간순간 변화하는 작품을 감상한다. 나는 머그잔에 커피를 가득 담고 볕뉘가 만들어준 동그란 내 자리에 앉아 ‘푸른 날개의 새’를 기다린다.

 

봄날에 배꽃 흐드러지고/ 하얀 꽃잎 흩날리는 이화리/ 토지개혁 화폐개혁으로/ 땅이며 전 재산 털리고/ 6·25동란에 남하하여/ 다시 돌아가지 못한 그곳/ 배꽃 그려 이촌(梨村)이라 쓰고/ 휴전선 너머 글썽이던 눈빛/ 아버지 가신 지 오래 전이데/ “고향에 당도했다”는 기별 없다.

 

친정아버지께서 구순을 앞두고 돌아가신 뒤 몇 해 지난 5월 어느 날, 장미가 만발하여 늘어진 가지를 돌보려고 밖으로 나갔다. 새 한 마리가 대추나무 가지에 앉아 빨간 장미가 만발한 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에 나무가 많아 새소리가 자주 들리는데 처음 보는 새였다. 까치보다 조금 큰 듯하고 푸른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잠시 쳐다보다 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새는 인기척이 나면 날아가기 때문에 찍기 어려운데 다행히 폰에 담았다.
이름 모를 ‘푸른 날개의 새’를 보며 순간 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버지도 꽃과 새를 좋아하셔서 친정집 마당에는 꽃나무가 가득했다. 나도 새장 속의 새에게 좁쌀이랑 물도 넣어주곤 했다. 아버지는 6·25전쟁 때 잠시 몸을 피하기 위해 남쪽으로 내려오셨는데, 이것이 영원한 이별이 되었다. 고향에 가서 부모님 산소를 찾아야 한다며 통일이 되기만을 기다렸는데 그 한을 풀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눈도 뜨지 못하고, 입도 열지 못하고, 눈물이 가득 고여 흘린 자국만 남긴 채….
“아버지, 이제 새처럼 훨훨 날아 고향산천 둘러보고 보고픈 사람들과 만나보세요. 편히 쉬세요, 아무 걱정 마시고요.”
나는 아버지의 귀에 대고 작별 인사를 했다.

 

봄이 오면 개나리 담장 위로 내려오는 부드러운 햇살을 쪼이며 봄의 향기 따라 ‘푸른 날개의 새’가 찾아오기를 해마다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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