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7월 6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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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골집 개가 마루 밑에서 어린 강아지 다섯 마리에게 젖을 먹여요. 강아지들은 나란히, 나란히 엄마 젖을 물고서 열심히 젖을 빨지요.
엄마 젖을 먹는 강아지들 중엔 무녀리가 한 마리 있는데 형제들보다 몸집이 아주 작았어요. 때문에 엄마 젖을 먹을 때면 형제들에게 떠밀려서 데굴데굴 토방 아래로 굴러 떨어지곤 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무녀리는 오늘도 형제 강아지들 틈에서 젖을 먹다가 데굴데굴 토방 아래로 굴러떨어졌어요. 굴러떨어진 무녀리는 토방 아래 어떤 구멍으로 쏘옥 굴러들어갔어요.
무녀리가 들어간 구멍은 두더지가 사는 땅속 굴이었어요. 먹이를 찾으러 나갔다가 돌아온 두더지는 깜짝 놀랐어요. 낮선 두더지가 자기 집에 와 있었으니까요. 눈이 잘 안 보이는 두더지는 강아지인 무녀리가 두더지인 줄만 알았어요.
“그동안 심심했는데 잘 됐다. 같이 살자.”
그날부터 무녀리는 두더지네 집에서 살게 되었어요. 저녁때가 되자 하루 종일 젖을 먹지 못한 무녀리는 배가 너무너무 고팠어요. 바로 그때 무녀리의 눈에 지렁이를 맛있게 먹고 있는 두더지가 보였어요. 그걸 본 무녀리는 군침을 흘리면서 지렁이를 먹는 두더지를 쳐다봤어요.
“너도 먹고 싶은가 보구나.”
두더지는 지렁이를 무녀리에게 내밀었어요. 무녀리는 지렁이를 쪽쪽 빨아먹었어요. 엄마 젖처럼 맛있진 않아도 너무 배고프니까, 먹을 수밖에 없었지요.
두더지는 지렁이를 잡아다가 무녀리에게 먹이기 시작했어요. 지렁이를 먹은 무녀리의 몸집은 날이 갈수록 점점 커져서 움직일 때마다 땅속 집이 흔들렸어요. 때문에 두더지는 흙을 파내어서 굴속을 더욱더 넓혀야만 했어요.
두더지는 너무너무 바빴어요. 먹이를 잡아다 무녀리에게 먹이랴, 무녀리의 몸집이 커질 때마다 집을 크게 넓히랴, 여간 바쁜 게 아니었지요. 아무것도 모르는 무녀리는 두더지가 힘든 것도 모르고 계속 몸이 커졌어요. 크고 또 크고 자꾸만 커졌지요. 무녀리의 몸이 커질 때마다 집을 넓히던 두더지는 어느 날 두려운 눈빛으로 무녀리를 쳐다봤어요.
“아무래도 넌 두더지가 아닌 것 같다. 우리 두더지들은 너처럼 크지가 않거든. 네가 누구인지 밖에 나가서 알아 오너라.”
“알았어.”
그렇잖아도 어둡고 갑갑해서 견디기 힘들었던 무녀리는 두더지가 머리로 밀어내는 대로 땅속 굴에서 밖으로 나왔어요. 바깥엔 푸른 보리밭이 펼쳐져 있었어요. 무녀리는 보리밭에 들어가서 온몸을 뒹굴며 놀았어요. 보리밭에 누워서 푸른 하늘에 떠 있는 흰 구름도 보았지요. 바로 그때 새 한 마리가 하늘을 날았어요.
“새야, 새야 너는 누구니?”
“응, 나는 종달새야.”
“그렇구나. 종달새야, 나는 누구인 것 같니?”
“모르겠는데, 생긴 건 늑대 같은데, 아닌 것 같기도 해.”
종달새는 저 멀리 하늘로 날아가 버렸어요.
무녀리는 걸었어요. 개울물을 건너자 넓은 풀밭이 나오고, 양들이 풀을 뜯어 먹고 있었어요. 무녀리는 제일 작은 양에게 다가가 물었어요.
“얘, 너는 누구니?”
“누구, 나 말이니? 나야 어린 양이지, 그런데 너는 누구니?”
“나는 두더지야, 어때, 멋지지, 하지만 나처럼 큰 두더지는 없어. 그래서 내가 누구인지 알려는 거야.”
무녀리가 그 말을 하는 순간 빙 둘러섰던 양들이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어요.
“왜, 웃지?”
“네가 두더지라니까 웃는 거야.”
하지만 할아버지 양은 웃지 않고 말했어요.
“너는 두더지가 아니라, 개야.”
“두더지가 아니라 개란 말이죠! 개는 어떻게 생겼는데요?”
“개는 바로 너처럼 생겼어. 그러니까 거울 호수에 가서 들여다보면 네 얼굴이 보일 거다.”
“알았어요. 거울 호수가 어디 있는데요?”
“이 언덕 아래로 내려가 봐.”
무녀리는 언덕 아래, 거울 호수를 향해 달려갔어요. 거울 호수에 도착한 무녀리는 잔잔한 호수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어요.
“아하, 이게 바로 내 얼굴이구나. 그렇다면 나는 두더지가 아니야.”
“머리가 하나에 다리가 네 개요, 눈이 두 개, 귀가 둘이네.”
노래를 부르며 걷던 무녀리는 자신이 개란 걸 두더지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마구 달려갔어요.
“두더지야, 두더지야!”
불러보기도 했지요. 바로 그때였어요. 무녀리의 발밑에서 두더지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몸집 큰 두더지구나. 들어오지 마. 너 때문에 집이 무너져서 다시 지었단 말야.”
“알았어. 안 들어갈게.”
“네가 누구인지 알아보긴 했니?”
“응. 나는 개야. 개!”
“아하, 그랬구나! 네가 개라면 두더지랑 같이 살 수 없어. 잘 가.”
“응 잘 있어.”
무녀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걸어갔어요. 보리밭을 지나서 양들이 풀을 뜯어 먹던 풀밭의 언덕 아래로 내려가니 거울 호수가 나타났어요. 무녀리는 물 위에 햇살이 반짝이는 호숫가를 걸었어요.
“정말 아름다운 호수야, 여기서 살아야지.”
마음을 정하고 걷는데, 호숫가 수풀이 우거진 곳에 동그란 알 하나가 둥지에 놓여 있었어요. 하마터면 무녀리의 발에 밟힐 뻔한 그 알을 무녀리는 한참 동안 지켜보았어요.
밤이 되어도 알의 주인이 찾아오지 않는 걸 본 무녀리는 밤이 되어 공기가 차가워지자 자신의 몸으로 알을 품어주었어요.
며칠 후 알에서 톡톡 소리가 나더니 아기 오리가 고개를 쏘옥 내밀었어요.
“엄마!”
아기 오리의 말에 감동한 무녀리는 아기 오리에게 무무라는 이름을 지어줬어요. 아기 오리는 무녀리가 잡아 주는 지렁이 등을 먹으면서 무럭무럭 자랐어요. 아기 오리가 호수에 들어가면 호수에 사는 아줌마 오리들이 헤엄치는 방법을 가르쳐 줬어요.
“꽥꽥, 아기 오리 무무야, 이렇게 헤엄치는 거야.”
무녀리는 호숫가에서 아기 오리를 보호해 주며 살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기 오리가 족제비에게 쫓기는 걸 본 무녀리가 당장에 달려가 족제비에게 달려들었어요. 하지만, 금세 족제비에게 물려 쓰러진 그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커다란 개가 족제비를 공격했어요. 어찌나 무섭던지 족제비는 재빨리 도망쳤지요.
아기 오리 무무가 쓰러져 있는 무녀리의 곁에 다가와 엄마, 엄마 부르는 소리에 눈을 뜬 무녀리는 아기 오리의 뒤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커다란 개를 발견했어요.
“너는 어디 살던 강아지냐?”
“저는 강아지가 아니고 개인데요?”
“호호, 너는 아직 어린 강아지야. 누가 개라고 하던?”
“풀밭에 사는 양 할아버지가 그랬어요.”
“그래, 너는 개가 맞아. 하지만 어린 개지. 어린 개는 강아지라고 부른단다.”
커다란 개는 무녀리와 아기 오리 무무를 데리고 집으로 갔어요. 커다란 개의 집은 시골집 마루 밑에 있었어요. 엄마 젖을 먹고 무럭무럭 잘 자란 형제들은 모두 다른 집으로 입양되고 없었어요.
커다란 개가 말했어요.
“네 귀의 뒤에 있는 검은 점을 보면 너는 무녀리 점박이가 틀림없어. 어느 날 네가 사라졌는데 이제야 찾았다. 나는 네 엄마야.”
“엄마, 그럼 내 이름이 점박이예요?”
“그렇단다.”
엄마는 점박이를 꼭 껴안았어요.
“그동안 고생 많았지.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점박이는 행복했어요. 아기 오리도 기쁜 목소리로 “엄마 엄마” 불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