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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이야기

한국문인협회 로고 김숙희(경기)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7월 6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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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뭔 바람이 불었는지 뜬금없이 마늘 농사를 짓겠다며 요즘 열심히 유튜브를 눈이 빠지게 들여다보며 배우고 있다. 마늘 농사지을 생각 말고 그대 몸이나 건강하게 추스를 생각이나 하라고 핀잔까지 주는데도, 친구가 마늘 한 접을 주면서 한번 심어보라고 했단다.
공연히 해보지도 않은 마늘을 심었다가 망치면 아까운 마늘만 버리게 될 텐데 왜 일을 또 만드느냐고 타박을 해댔더니, 늦은 가을에 심었다가 겨울을 나는 거라 그다지 신경쓸 거 없다며 아주 쉬운 듯이 말한다. 말보다 쉬운 게 어딨다고.
집에서 채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아주 작은 하천 땅을 빌려 상추며 풋고추 등을 심어 먹는데, 가을걷이를 하고 나면 노는 땅이 되니 거기에 마늘을 심겠다는 것이다.
세상에 쉬운 것이 어딨다고 땅을 다독거리는가 싶더니 기어이 마늘을 쪼개 심었다.
추운 겨울에 행여 얼어 죽지나 않을까 내심 걱정을 했는데, 마늘이 독한 식물이긴 한가 보다. 추운 날을 잘 견디고 봄이 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예쁜 싹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올라오는 싹을 보니 얼마나 신기하고 예쁜지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자기도 처음 해보는 것이라 신기한지 매일 풀방구리 드나들 듯 들여다보곤 하면서 나까지 대동하며 연신 자랑질이다. 마늘이 잘 자라라고 어떤 성분을 주었더니 영양이 풍부해서 그런지 아주 잘 자란다는 둥, 또 어떤 성분이 성장을 돕는 데 아주 좋다는 둥 관심도 없는 내게 부연 설명까지 열심히 해대는데 나는 정말 듣기 싫다. 결과물이 중요하니까 그만 연설하라며 핀잔을 줘도 자기 딴엔 올라오고 있는 마늘이 그저 대견하고 신기하기만 한가 보다.
5월 하순쯤 되니 마늘을 캔다는 소식이 남쪽으로부터 날아들기 시작한다. 마늘 캘 때가 되니 전보다 더 열심히 마늘 정보를 듣느라 휴대폰에 아예 코를 박고 살면서 듣기 싫다는 사람에게 열심히 설명을 늘어놓는다.
6월이 되니 드디어 마늘종도 보이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늘종을 뽑아봤다. 둘 다 마늘종 반찬을 좋아하는지라 해 놓은 거 사 먹기만 했는데 이토록 신기하고 좋을 수가 있을까? 양은 많지 않아도 몇 가닥 뽑아서 새우랑 볶아 먹는 재미까지 톡톡히 누리니 정말 신이 난다.
우리 밭에서는 수확할 것이 별로 없으니 이왕 내친김에 마늘종을 많이 사서 장아찌까지 담갔다. 육십이 넘은 나이에 처음으로 좋아하는 마늘종 장아찌까지 담그고 나니 나이야 어찌 됐든 뿌듯하고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드디어 6월 중순쯤 돼서 우리도 마늘을 뽑았다. 암팡지게 달린 마늘을 보니 여간 신기한 게 아니다. 그동안 핀잔만 주며 나 몰라라 했는데, 그래도 열심히 공부한 보람이 있었던지 처음 한 것 치고는 제대로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뽑은 마늘을 가지런히 해서 놓고 자리를 다독여가며 늘여 놓아 말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올해 더위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5월부터 덥기 시작한 날씨가 6월 초반인데도 벌써 한여름 날씨를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그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그늘에다 말리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건네보았다. 그랬더니 유튜브에서 설명하길 햇볕에서 며칠 말린 다음 묶어서 처마 밑에 매달아 놓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건 평균 기온일 때 얘기고 요즘처럼 뜨거운 날 햇볕에 두면 익지 않겠느냐는 내 말은 전혀 귓등으로도 들려오지 않는 모양이다. 오로지 전문가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며 우기기만 해댄다. 뜨거운 날엔 계란도 프라이가 되는 마당에 땅속 깊이 박혀 있던 마늘이 무슨 재주로 견디겠느냐는 말에도 시큰둥이다.
알아서 하라며 내버려 두었는데 마침 생마늘 사용할 일이 생겨서 몇 개 가져오라고 해서 깠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까보니 익은 마늘처럼 누런 마늘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아니, 마늘이 왜 이러지?’ 하며 다 까봤는데 성한 것이 별로 없다. 썩은 것 같지는 않은데 마늘이 어째 요상타. 와서 보라고 하니 그제야 마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자기는 전문가가 하라는 대로 했는데 왜 마늘 상태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표정이다.
영양제며 마늘에 좋다는 것은 다 했는데 마늘이 이 모양인 건 필시 땅이 안 좋아서 그런 거라며 공연히 애꿎은 땅 탓을 해댄다. 땅이 나빠서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마늘이 썩은 것 같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익은 것 같다고 하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다. 우리처럼 익힌 마늘이 있는지.
“오 이런, 익은 것이 맞네.”
경험 없이 마늘 농사지은 사람들 경험담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뜨거운 땡볕에 말리면 마늘이 익으니 그늘에서 어느 정도 말린 다음 처마 밑에 매달아 두라고 한다. 그리고 익은 마늘은 아까우니 버리지 말고 다 까서 양념으로 사용하라며 그냥 놔두면 썩는다고 알려준다. 어떤 이는 익은 마늘로 흑마늘을 만들라고도 한다.
처음으로 마늘 농사 지으면서 다른 사람들 마늘과 비교까지 해가며 그래도 자기가 지은 마늘이 제일 실하다고 연신 자랑질을 늘어놓더니, 결국 농사 잘 지어 놓고 기어이 말리는 단계에서 익은 마늘이나 만들어 놓고 실하다고 자랑질이냐며 면박을 줬다. 그리곤 익은 마늘 썩어버리기 전에 마늘이나 부지런히 다 까 놓으라고 다그쳤다.
비록 석 접이 채 안 되는 적은 마늘이지만 육쪽마늘이라 실하고 참 좋았는데 성한 것이 별로 없으니 정말 아깝다. 마늘장아찌 하려고 잔뜩 벼르고 있었는데 다 깐 마늘 가운데 성한 것을 골라내니 한 1킬로쯤 되려나? 익은 마늘 짓찧느라 내 팔에 알통 배기게 생겼다.
내 말 안 듣더니 꼴좋다며 비아냥댔더니 가만히 생각한다. 그러더니 남쪽에선 5월에 수확하니 볕에 말리는 것이 맞는데, 우리는 6월에 수확하니 뜨거워서 익은 것 같다며 그제야 수긍이 가는 모양이다. 마눌님 얘기 들었으면 마늘님 수난은 안 당했을 텐데, 기어이 고집부리고 유튜브만 믿고 따라 하다 두 마눌님, 마늘님 마음에 생채기만 남겼다.
그렇다고 유튜브가 잘못한 것만은 아니다. 수확한 달을 헤아리지 못하고 따라 한 그대 탓이지. 마눌님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데 어찌 그리도 청개구리 심보를 닮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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