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육년 여름호 2026년 6월 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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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햇볕 속에서 그림자를 그리고
밝음은 어둠 속에서 점을 찍는다
밥맛도 모르는 숟가락으로 간을 보고
기역니은도 모르는 안경을 끼고 신문을 본다
레일 위에 갇혀 있는 기차를 타고 세상 어디든 간다 하고
홀로 서지도 못하는 지팡이에 기대어 인생을 산다
이 세상 어느 곳도 가보지 못한 이정표에게 길을 묻고
걷지도 못하는 신발을 신고 뛰고 있다
기다릴 줄 모르는 시계에게 약속을 배우고
밖에는 한 발짝도 안 나가고 삽질 한번 안 해본 달력에게
계절을 배우고 농사를 배운다
한 번쯤은 천장이 되고픈 마룻바닥을 위해
물구나무를 서고
오늘은 피곤에 지친 지구를
힘껏 들어 올려준다
바퀴도 없고 말도 없는 포장마차를 타고
밤새 달려 철학 강의를 하러 간다
강의료는 개똥이다
나는 지금 할멈에겐 허락도 안 받고
영감을 얻어 시를 쓰고 있다
과학자나 수학자는 출입금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