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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홍수 속 고독한 군중

한국문인협회 로고 안문석

책 제목한국문학인 이천이십육년 여름호 2026년 6월 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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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하나로 온 세상의 소식을 끌어올 수 있는 정보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쏟아지는 뉴스, SNS, 끝없이 재생되는 짧은 영상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연결’되어 있고, 넘쳐나는 정보 덕분에 한순간도 심심할 틈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컴퓨터와 인터넷이 만든 사이버 공간에서 ‘친구’는 많지만, 불쑥 전화를 걸어 “나 힘들어”라고 말할 수 있는 친구는 드물다.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가 고개를 숙인 채 각자의 화면 속에서 말이 없다. 물리적으로는 어깨를 맞댈 만큼 가깝지만, 정신적으로는 수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셈이다. 수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철저히 혼자라는 느낌이 든다. 이 허전함을 어떻게 메울까?
나이가 많은 내 누님은 트로트 가수 팬이다. 좋아하는 가수가 출연한 콘서트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신다. 그리고 무척 행복해하신다. 그런 누님을 보고 나도 트로트 가수 콘서트에 가 보았다. 넓은 콘서트홀, 수만 명이 똑같은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입고, 같은 색깔의 응원봉을 손에 쥐고 노래를 따라 하며 소리를 질렀다. 모두 다 즐거운 표정이었다. 그 군중 속에서 나는 문득 1960년대를 풍미한 사회심리학자 데이비드 리스만의 『고독한 군중』이 떠올랐다.
경제가 발전하는 도약기에는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 즉 내부지향적 심리 유형의 인간이 세상을 선도하다가 경제가 더 발전하여 대량소비 단계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이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행동을 하는 외부지향적 유형의 인간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 1970년대를 내부지향적 사람들이 대다수였던 시기로 본다. 경제가 성장하고 대량소비시대가 되면서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이 나타나고 외부지향적 인간이 다수가 된다. 2000년대가 되면서 우리나라는 유행의 나라, 유행을 선도하는 나라가 되었다. 외부지향적 인간이 지배적인 사회가 된 것이다.
외부지향형 인간은 자기 내면의 행동 지침보다는 타인이 설정해 준 나침판 속에서 그들의 기대 속에서 살아간다. 이들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민감하기 때문에 유행을 따라간다. K-문화도 이런 세상에서 태어난 것 같다.
리스만은 외부지향적 사회에서 사람들은 겉으로는 군중 속에서 즐겁게 보이지만 내면은 늘 불안하고 고독하다고 분석하였다. 그런데 콘서트홀의 군중에게서 고독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군중들에게 좋아하는 가수는 단순히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서로를 위로해 주는 등대 같았다. 혹시 혼자 있으면 길을 잃을 것 같은 공포 속에서, 사람들은 군중 속에서 안정과 즐거움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리스만의 ‘고독한 군중’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2026년 지금 우리는 정보화 사회를 넘어 인공지능 시대에 살고 있다. 사실, 정보 홍수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따라다니고 있다. 유튜브 속 인플루언서를 따라다니고, 구글이나 네이버는 우리가 무엇을 살 것인지, 무엇을 읽을 것인지를 지시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생각까지도 지도하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준 지침을 따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이제 남이 제시한 네비를 따라가는 것이 정보 홍수 속에서 익사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된 듯하다.
넘쳐나는 정보 홍수 속에서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말을 해 주는 사람끼리 모여서 군중을 만들고 내 편을 만든다. 내 편이 아니면 대화도 하지 않는다. 극단적인 편 가르기 속에서 개인은 자신이 선택한 군중 속에서만 위안을 찾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한 위안이 될 수 있을까? 콘서트장의 함성은 뜨겁고, 수만 명의 함성 속에 섞여 있으면 마치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된 것 같지만, 그 열기 이면에서 나는 기묘한 정적과 고독을 느꼈다.
경제 개발기를 치열하게 살아오면서 남이 뭐라든지 내가 옳다는 것을 하면서 평생 일벌레로 살아온 나는 환호하는 군중 속에서 심한 허전함을 느꼈다. 갈수록 심해지는 정보 홍수 속에서 남을 따라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남이 제공해 준 데이터로 세상을 학습하며 살아가는 인공지능 로봇과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남이 만들어준 내비게이터를 마음속에서 잠시 껐다. 그러자 오랜만에 내면의 내가 나에게 물었다.
“남이 만들어 준 내비게이터 속에서 너는 행복하냐?”
그리고 내면의 나는 내게 계속 속삭였다.
“군중 속에서 빠져나와서 네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할 말을 하면서 네 삶을 살아가. 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야. 남과 비교하지 말고 너 자신에 충실하게 살아가. 거기에 행복이 있고 즐거움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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