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육년 여름호 2026년 6월 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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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른들에 비해 모방심이 강하다. 아이들은 만화나 영화, 드라마, 탐정소설 등에 나오는 내용이나 주위 환경 속에서 새롭게 듣고 보고 느낀 것이 있을 때에는 강한 호기심을 가질 뿐만 아니라 옳고 그름의 판단 없이 무분별하게 모방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존경하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언행은 절대적으로 모방한다. 따라서 한집에서 생활하는 자녀들은 은연중에 부모들의 좋은 점은 물론 나쁜 점까지도 모두 닮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아이들은 그 집 안의 거울’이라 하지 않는가. 아이들의 모방은 본능적이어서 좋은 본보기는 말할 것도 없고 나쁜 본보기조차도 보면 그대로 모방한다.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비평보다는 좋은 본보기를 많이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청소년 범죄가 성인 범죄에 비하여 모방성 범죄가 많은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아들을 둔 아버지가 어느 날 새로 구입한 자동차에 사랑하는 아들을 태우고 자기의 운전 솜씨를 자랑이라도 하듯 시내를 질주하던 중 번잡한 4거리에서 신호를 무시한 채 그대로 통과했다. 이에 깜짝 놀란 아들이 “아빠, 빨간 신호는 자동차가 서야 한다고 배웠는데 위험하게도 그대로 가면 어떻게 하지! 법을 위반한 것이잖아?” 하고 제법 아버지를 힐난했다. 이에 아버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급하면 다들 그렇게 한단다. 어떻게 급한데 꼬박꼬박 법을 다 지키고 다닐 수 있다니? 그곳에 교통순경은 없었잖아?”라고 아무런 죄책감 없이 태연하게 위법행위를 합리화시켜 말했다. 그러나 아이는 배운 내용과 아버지의 행동 간의 괴리에 갈등을 느꼈다. 도대체 선생님 말씀과 아버지의 말씀 중에 어느 것이 맞는 것인가?
그 후 아들이 중학생이 되었을 때 어느 날 사업을 하는 삼촌이 집에 찾아와 아버지와 소득을 속여 세금을 덜 낼 방법을 의논하는 것을 우연찮게 옆에서 들었다. 이에 아들은 세금을 내는 것은 국민의 의무인데 이럴 수가 있는가 싶어 이의를 제기했다. “아버지 그리고 삼촌, 세금을 속여서 안 내려고요? 납세는 국민의 3대 의무 중에 하나라고 학교에서 배웠는데?” 하고 제법 아는 체 논리적으로 아버지 형제를 비난했다. 이에 삼촌은 아무런 꺼리낌도 없이 어린 조카의 어깨를 툭 치면서 말했다. “사업하는 사람이 어떻게 꼬박꼬박 세금을 다 낼 수 있냐? 돈을 벌려면 다들 그렇게 한단다”라면서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당연한 것처럼 탈세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아이는 학교에서 배운 이론과 현실 간의 괴리에 새삼 갈등을 느끼고 어느 것이 맞는 것인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후 아들이 커서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하루는 아들이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마침 집에 있던 아버지가 깜짝 놀라 혹시 몸이라도 아파 조퇴한 것이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게 물었다. “얘야, 너 어데 아프냐? 일찍 집에 돌아오게?” 이에 아들은 아버지의 물음에는 직답을 피하고, 오히려 학교의 조치만이 불만스러운 듯 “참 재수가 없으려니까, 돈이 조금 필요해서 같은 반 친구에게 돈을 빌리자고 하였더니 말을 안 듣기에 강제로 호주머니를 뒤져서 조금 빌려 썼더니 그것을 선생이 어떻게 알았지 뭐야!” 하고 아무런 뉘우침 없이, 동료 학생의 돈을 강제로 빼앗은 것이 말썽이 되어 정학 처분을 받고 쫓겨 온 것을 별 것 아닌 것처럼 설명하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깜짝 놀라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이냐! 그것은 강도나 하는 짓이 아니냐?” 하고 큰소리를 쳤다. 그때 아들은 고개를 똑바로 쳐들고 말했다. “요새 학생들은 호주머니에 돈이 떨어지면 다들 그렇게 해요. 그냥 달라고 하면 누가 주나요? 나같이 재수가 없으면 선생에게 알려지는 것뿐이지!” 하고 태연하게 변명하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오이를 심으면 오이를 얻고, 콩을 심으면 콩을 거둔다(種瓜得瓜 種豆得豆)’고 하지 않았던가?
아버지는 아차! 하고 새삼스럽게 “다들 그렇게 한단다”를 그것은 모두 “잘못한 일이다”라고 고치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따라서 ‘아이들은 그 집 안의 거울’이라고 하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