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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甚麽(이뭣고?)

한국문인협회 로고 신경옥

책 제목한국문학인 이천이십육년 여름호 2026년 6월 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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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_ 현대
등장인물_ 오해결(진행 교수, 즉문직답 인생 코치)|필봉(77세, 가부장적이고 강압적인 노인, 음식점 운영)|애심(71세, 필봉의 아내, 참고 참다가 입을 닫아버린 시어머니)|며느리(몇 달 동안 서로 말을 하지 않는 시부모 메신저 역할)|퐁당삐리리(고민상담AI, 최첨단 로봇)|고은(청소, 집안일 하기 싫어하는 영식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영식(6살 연상의 아내 때문에 괴로운 남편)|이슬(생후 20개월에 굶어 숨진 영아)|해지(29세, 이슬이 엄마,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사회자|복지사|과장|노인|주민 1,2|이슬 이모
무대_ 2026년 강연장 분위기. 세미나룸, 인생 코치 쇼-인생 클리닉 현장. 플래카드가 크게 부착되어 있고 무대 중앙에 편안한 소파, 관객이 정면으로 보이도록 설치, 무대 왼쪽에 세미나를 위한 단상이 있다. 무대 양측에는 커다란 나무가 보이는 아담한 구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고? 是甚麽(이뭣고?) 인간 고유의 결핍과 그 여백에 던져지는 깊은 질문의 향연에 오신 여러분! Ready Action! (무대 상부에 부착된 글, 에코 소리)

 

1장_ 침묵 전쟁 -암탉이 울면?
인생 코치 쇼-인생 클리닉 간판에 불이 켜지면, 며느리 사이에 두고 애심과 필봉 좌, 우측에 앉아 있다. 오해결, 객석 중앙을 가로질러 등장하며 양팔을 머리 위로 들고 손을 흔들며 정중하게 인사. 피에로 복장을 한 남녀가 각각 양손에 푯말을 들고 우측에서 등장. 푯말에는 아내와 남편의 침묵전쟁, 며느리 신청/ 강압적이고 가부장적,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시아버지 VS 참고 참다가 석 달째 입을 닫아버린 시어머니/ 그 사이에 낀 며느리(대결 구도의 애니메이션 자세)

 

사회자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무대 좌측, 중앙, 우측을 보며) 먼저 오늘 진행을 담당하실 오해결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오해결        반갑습니다. 1대1 사연 신청, 여러분의 답답한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인생 코치 오해결 인사드립니다.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사례를 리얼하게 보여주는 인생 코치 쇼! 부부 사이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직면하게 해 중재, 조정하는 인생 클리닉에 오신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일어서서 인사)
사회자        내담자의 마음을 열어주는 감성 서포터, 심도 있는 밀착형 솔루션, 갈등의 종전을 위한 오해결 교수만의 날카롭고 현실적인 처방을 기대합니다. 삶의 진정성과 도덕성을 모색하고 사회적 담론을 이끌며 건전한 관계 회복을 유도하는 인생 클리닉!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공존의 길을 함께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관객, 박수 소리.

 

사회자        오늘은 가부장적이고 강압적인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말하면 말대꾸한다고 윽박지르고 (슬쩍 필봉을 보며)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며 무시하는 필봉 씨!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시아버지, (애심을 보며) 오늘까지 참고 참다가 석 달째 입을 닫아버린 시어머니, 이 시어머니를 위해 며느님께서 신청하신 사연입니다. 우리의 집단지성을 모아서 좋은 답을 찾기 바랍니다. (관객을 보며) 여러분, 도와주실 거지요?
관객           네! (우레 같은 박수 소리)
사회자        (관객을 보며) 침묵 전쟁 중인 아내와 남편, 그들을 화해시키려고 신청한 착한 며느님을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며느리        그동안 어머님이 많이 참고 사셨어요. 그런데 이렇게는 못 살겠다고, 몇 달째 말을 안 하셔서…. 옆에서 보기 너무 괴롭고 걱정이 되어 신청했어요.
오해결        (며느리를 보며) 먼저 며느님께 여쭤볼게요? 혹시 졸혼, 이혼에 대한 걱정이 있나요? 며느님!
필봉           허참, 벨꼴이야. 정말! (심드렁하니 골이 나서)
며느리        어머니가 뭐라고 말씀하시면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꼬끼오 꼬끼오 외치고 다니세요.
오해결        엥, 꼬기오요?
애심           네 꼭 끼어! (강조하며) 자기가 말하는데 꼭 낀다고 무시하는 거예요.
며느리        점심시간에 식당에 도와드리려고 가는데 (한숨 쉬며) 지금은 제가 더 힘들어요. 어머님은 우리 말도 잘 들어주시고 자식을 진짜 최고로 생각하는 분이거든요. 아버님은 누구에게나 직설적으로 말을 하셔서 자식들도 불만이 많아요. 사고방식이 완전 옛날…. (얼버무린다.)
오해결        이젠 어머님 말씀 들어볼까요?
애심           (완전히 웃음기 사라진 얼굴로) 그러니까 인제 지가 장사를 하면서 외손주가 유치원 끝내고 오면 식당에서 받아주는데 아, 이 영감이 아이들한테 소릴 막 질러요. 어휴.
오해결        네, 외손주가 하원하면 돌봐주시나 봐요. 근데 왜 소리를?
애심           (찡그리며) ‘하지 마’ 소리가 듣기 싫어요. 손주한테 고함치는 소리가 듣기 싫으니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해요. 계속…. 내가 인제, 어른도 이렇게 말을 안 듣는데 애들이 어떻게 말을 들어? 하지 말라 할 때 내가 아이 편에 섰다고 막 뭐라 해요. 나보고 뭐라고 하는 것은 괜찮아. 암만.
필봉           괜찮기는, 개뿔!
애심           그전에는 아무리 내가 화가 나고 속상해도 참았어요. 까짓것 장사 안 하고 말지. 자식들한테 뭐라고 하는 거는 못 봐. 거의 이성을 잃을 정도로 가심이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팔팔 끓어요. 속에서 천불이 나요. 증말! 나한테 욕하고 뭐라고 하는 것은 증말 괜찮아.
필봉           여기 딸도 왔지만 아, 손주들이 그렇게 자꾸 말썽을 피워. 하지만 할아비가 하지 말라고 두세 마디 했는데도 안 들으면 부아가 나서 소리가 커지거든. 그러면 할머니가 (달래듯이) ‘에구, 그러면 할아버지 화내신다. 하지 마라’ 하면서 애들을 야단쳐야지? 나한테 뭐라잖아. 소리 지르고 손님 있는데 막 돌아다녀서 뭐라고 하면 나보고 잔소리한다고 그러는데 그게 왜 잔소리여?
애심           아니, 백 가지를 말해도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어. (필봉을 탐탁지 않게 보며) 내가 밥상 차려주면, 고추장 더 넣어. 고춧가루 더 넣어, 소금 더 넣어, 이건 더 넣고 이건 더 넣지 말고…. (한숨 쉬며) 이걸 지속해서 듣다 보니 요새 말하는 공황장애가 와요. 숨을 쉴 수가 없어. 부엌에만 가면 자꾸 픽픽 쓰러져요. 벌써 여러 번 그랬어요.
필봉           (혀를 차며, 혼잣말) 나보고 잔소리한다고 그러는데 그게 왜 잔소리여? 필요 없는 쓸데없는 얘기 하는 게 잔소리지. 음, 나는 잘못된 것을 지적해주는 거야. 난 정석, 원리원칙대로 틀리는 것을 싫어하는 성품이라 그려. 뭐든지 완벽한 것이 좋아. 나는 대충, 대충이 없거든.
오해결        (놀라서) 어머 쓰러지신다고요?
애심           거의 9년을 약 먹으며 버티고 있어요. 픽 쓰러져서 병원에 간 게 무려 열 번이죠. 이게 가슴을 조이지만 않으면 괜찮아요. 근데 막 화가 나면 가슴이 빠개지도록 아파요. (심장을 가리키며) 이렇게 쪼이니까 숨이 막혀서….
오해결        걱정되시겠어요. 요즘은?
애심           막말은 거의 하죠. 그냥 욕이죠. 시발년이라든지. 아주 거친 욕을 해.
필봉           에이, 나만 나쁜 놈으로 됐는데 이 사람은 요리하는 것만 하지. 집안 치우는 것, 뭐 음식쓰레기 처리까정 하여튼 집안일은 다 내 모거치여!
애심           눈 뜨면서부터 눈 감을 때까지 일을 시켜 먹어요. 나도 나름대로 머리 굴리며 살아요.
필봉           밥도 안 챙겨주고, 참나! 머슴을 부려먹으려 해도 먹을 거 줘가면서 비위를 맞춰 가면서 시켜야지!
애심           안 준 건 아니지. 음식은 다 해놓고 알아서 먹으라는 거지.
필봉           아무리 저기 해도 남편은 하늘이고 지는 땅인데…. 엥, 먹을 건 먹여 가며 시켜야지.
오해결        혹시, 아버님 외도는?
필봉           아, 그 야길 뭐라 물어? 흠흠, 그게 뭐 바람이 나서 살림 차리고 그런 게 아니라 한 번 핸 거 가지고 그러는데 아, 뭘 이런 걸 가지고 얘기하나? 흠흠, 남자가 가끔 외도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고 나름대로 생각하고…. 흠, 잘한 짓은 아니지만…. 그때는 가끔 친구들이랑 방석집도 가고 그랬지.
애심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어휴, 뭐 100번도 넘어요.
필봉           아니, 과거는 과거고 시방 현재가 중요한 거지. 이 사람이 아프다고 한 다음부터 (손으로 X표를 치며) 시방은 안 해요. 안 해.
오해결        외도와 폭행까지 있었다고요?
필봉           그 말끝에 이어서 말하자면 때릴 때는 다 이유가 있어서 때리지. 누구 말마따나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뭐 그다음에 파스라도 사다 붙여주고 약 발라주고 그랬어.
소리           (웅성대며) 어머 어머, 미친 영감탱이! 저게 할 소리야. 외도하고 폭력까지 썼다고? 기가 막혀.
필봉           이 사람 성격이 아주 못됐어요. 한번은 내가 술에 취해서 데리러 오라고 했더니 삼거리로 왔어. 긍께 같이 걸으며 술김에 팔짱을 꼈더니 ‘에이’ 하면서 강하게 뿌리치는 거야. 아, 글쎄 내깐엔 응…. 그러니까 미련한 여자가 맞아. 내 성질 알면서? 때릴 걸 뻔히 알면서 성질을 자꾸 돋우니까 주먹이 날아가지. 흠흠.
오해결        (필봉을 보며) 혹시 맞아보셨어요? (잠시 멈춘 다음) 어머니가 바람 피우면 어떨까요?
필봉           (갑자기 말을 잃고 풀 죽어서) 살아오면서 다 잘했다고는 안 해요. 때린 것은 인정하고.
애심           (치떨며) 다른 여자 같으면 수백 번 도망갔지. 이혼이란 단어 생각도 안 해요. 첫째 낳고 둘째 임신했을 때 남편이 바람 핀 것을 두 눈으로 목격했어.
노래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이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몽 중에
또다시 꿈 같도다.

 

애심           (회상, 만삭의 젊은 애심) 첫 기차가 새벽 5시인데 1시에 역에 도착했어요. 역에서 집까지 두 번을 왔다 갔다 하면서 울었어. 애가 탔지요. 큰애를 두고 나가려니까 죽겠는 거야. 꼭두새벽부터 첫차 기다리는 동안 세 번을 더 그랬어요. 그렇게 망설이다. 마음을 굳게 먹고 집을 나서려고 하는데 큰애가 깨서 내 발을 잡고 엉엉 울었어요. 말도 못하는 아기가…. 그 작은 몸으로 치마 끝을 잡고 매달리며 울었어요. (한숨 쉬며) 후유, 그때 난 결심했어요. 속으로 다짐했지. 엄마는 나가지 않아. 널 위해 엄만 절대 어디 가지 않을게. 널 지킬게. 이제부터 널 위해 살 거야. (큰애를 부둥켜안고 우는 애심)
며느리        (훌쩍이며) 어머니!
애심           (이를 악물며) 수많은 외도와 폭력, 잔소리에 시달렸지만, 한순간도 도망친 적이 없어. 그날 나는 나를 죽였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들 엄마로 아이를 지키며 살기로 천지신명께 맹세했어요.
관객           에그, 쯧쯧!
애심           지 아빠 싫어하는 것도 싫어서 남편의 잘못을 말 안 했어요. 그냥 혼자 묵묵히 견뎌내고 참아…왔죠.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오해결        남편과 아이들과의 사이는 어떤가요?
애심           애들은 또 끔찍이 여겨요.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최고지. 그러니까 우리는 부부가 아닌 거죠. 이때까지 지는 몸종, 시키는 대로 하는 만만한 사람인 거죠.
오해결        어머님, 정이 다 떨어졌나요?
애심           그러게요? 처음부터 정이 있었나? 그냥 혼인했으니 남편이고, 그냥 자식들 그 때문에 살았지. 난 자식이 좋아요. 원래 남편이 있어서 살았던 사람이 아니었거든. 남편이 내게 잘못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살아서 견딜 수 있었어요.
필봉           (우물쭈물) 흠, 흠.
오해결        (필봉을 보며, 천천히 단호하게) 아버님, 잘 들으세요. (애심처럼) 당신은 내 사랑은 아니거든! 그렇게 상처를 입히고 날 사람이 아닌 것으로 대하고 술에 취해 어색한 팔짱을 끼라고 갑자기 말할 때, 거절한다고 모든 사람이 쳐다보는데 길에서 주먹으로 맞으며 발로 짓밟혔던 기억은 아마 누구라도 잊히진 않을 겁니다. 단 한 번의 사건이라도? (암전)

 

2장_ 퐁당, 삐리리!
무대 밝아지면 커다란 고민상담AI 퐁당, 삐리리! 서 있다. 화려한 인형뽑기방 내부와 비슷하다. 고민상담AI는 커다란 인간 모양, 움직임도 사람과 유사하다.
영식과 고은, 서서 바라본다.

 

퐁당삐리리  퐁옹다앙, 삐리리! 어서 와. 난 퐁당, 삐리리야. 반갑다롱. 퐁당, 삐리리! 명성을 들었구나. 만나서 하이롱! 어떤 문제로 여기에 온 거야? 퐁당, 삐리리! (퐁당, 삐리리! 소리 내며 두 사람을 스캔하는 고민상담AI 퐁당 삐리리, 몸 색깔이 총천연색으로 변한다) 말해 봐. 편하게 말해.
고은           (두리번거리며) 와, 참 신기하다.
퐁당삐리리  퐁당, 삐리리∼ 흠, 국어사전에 의하면 ‘삐리리는 공개하기 어렵거나 감추고 싶은 말을 하고 싶을 때 대신 쓰는 말’이야. 전화 벨 소리인 줄로만 알았지? (으쓱, 뻐기며) 퐁당, 내 첨단 매력에 빠져봐. 하이롱!
영식           (쑥스러운 표정) 아, 안녕? 우선 내 소개를 할게. 나는 6년 연상의 아내와 결혼한 영식, 내 아내 이름은 고은, (아내를 보며) 참 예쁘지?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외모에 반했지. 현모양처가 되고 싶다는 말에 얼른 결혼했어. 아내를 처음 봤을 때 홀딱 빠져서…. 지금 자녀는 둘, 벌써 결혼 9년 차야. 후유! (깊은 한숨)
퐁당삐리리  퐁당, 삐리리! 그런데 왜, 뭐가 문제야?
영식           아내가 청소를… 너무 안 해서 집 안이 굉장히 지저분하거든. 먹은 건 좀 치웠으면 좋겠는데, 그냥 던져 놓거나 그 자리에 내버려둬. 유통기한이 4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냉장고에 있었다면 믿어져? 정리하는 습관이 중요한데 그게 안 되다 보니 아이들이 앞으로 그렇게 살아갈까 봐 너무 걱정이야. 지저분해서 치우라고 해도 하지 않아.
퐁당삐리리  (고은을 보며) 퐁당, 삐리리, 정말이야?
고은           내 입장은 그래. 과거엔 그랬지만 현재는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어. 그래도 내가 청소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청소 때문에 다툼이 있긴 하지. 하지만 어쩌겠어? (별일 아니라는 듯)
영식           정말이지 청소는 거의 안 하고, 설거지도 수북하게 모아놨다가 하고…. 화장실은 머리카락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데도 밀어놓고 안 치워. 시꺼먼 털뭉치가 밤에 보면 귀신이 나온 것같이 무서워.
퐁당삐리리  퐁당, 삐리리! 뭐라고? 그럼 아내는 냉장고 청소를 4년 동안 안 한 거야?
고은           (손사래치며) 아, 아니야? 장 볼 때 구매한 소스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냉장고에 넣어둔 거야.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하는 거야, 참 웃기지?
퐁당삐리리  헐, 퐁당, 삐리리! 그럼 차 안 정리는 누가 해? 차를 자주 사용한다는데 괜찮아?
영식           말하자면 길어. 아버지, 어머니가 대신해주시거나 내가 해. 목마른 사람이 샘 판다고 너무 지저분하니까 주로 내가 하는데 속에서 천불이 나. 속이 새까맣게 다 타버렸어. 도와줘! (손바닥을 싹싹 비빈다)
고은           (삐죽이며) 청소 좀 안 하는 게 무슨 문제야? 내가 청소하려고 결혼했나?
영식           주변 환경이 지저분해. 나만 치우니까 며칠 지나면 또 엉망이지. 청소할 때는 눈치를 보고 내가 기분이 좋아 보이면 아내는 소파에 누워 있거나 핸드폰을 봐.
퐁당삐리리  퐁당, 삐리리! 남편은 청소하는데 누워 있다고?
영식           하루는 내가 이 환경을 개선하고 싶어서 반품요청 식으로 장인어른한테 지저분한 사진을 찍어 보냈어. (아주 지저분하고 쓰레기가 펼쳐진 거실. 피자 팩, 과자봉지, 음식 먹고 난 찌꺼기, 배달 포장지가 널브러져 있는 사진) 따님이 이렇게 안 치우니까 어쩌면 좋을까요? 문자와 같이 보냈어.
퐁당삐리리  (사진을 보고) 아하, 사진? 퐁당, 삐리리! 그래서?
영식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9시간 걸리는 고량도에서 걱정하시며 집에 오셔서 청소를 싹 해주시고 내려가셨어. 왕복 9시간 걸리는 고량도로, 연로하신 분들이! 이해돼?
퐁당삐리리  그렇구나! (한심하다는 듯) 아내가 아이는 잘 키워?
영식           그냥 아이들이 잘 크고 있어. (냉소적으로) 아내는 잘 먹인데. 아이들이 원하는 걸 해준다고 생각해. 매끼를 배달로 다 해결을 해.
고은           흥, (입을 삐죽이며) 그게 뭐가 어때서?
영식           애들이 갈비찜 먹고 싶다면 갈비찜 시켜주고 가족 식사는 거의 배달음식으로 주문해서 먹어. 반찬은 반찬가게에서 사서 먹지. 우린 배달의 민족 맞아!
고은           (우쭐대며) 원래는 내가 요리를 굉장히 좋아하고 잘했는데, 음,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시대가 변했어. 예전에는 집에서 많이 만들어 먹었다면 요즘은 반찬가게도 있고 배달이 워낙 잘 돼 있잖아. 또 알다시피 밀키트랄지 냉동식품도 너무 잘 되어 있어. 나는 그런 걸 많이 활용하는 편이야.
영식           (고개 저으며) 난 정크푸드 너무 싫어. 애들 건강에도 나쁘고….
고은           (말하는 중에 급하게) 난 밀키트도 내 사랑과 정성을 담아서 조리한다고! 내가 맛있는 걸 선별해서 조리해준 건데 아이들 간식을 만들어 먹이고 매일 장을 봐서 차려주길 바라나 봐.
영식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고은           봐, 봐! 그런데 시대가 많이 변했잖아? 그리고 난 시간이 없어. 아주 바빠.
퐁당삐리리  퐁당, 삐리리! (냉소적으로) 아내는 아주 바쁜가 봐?
고은           하긴, 내가 좀 바쁘게 살긴 해. 교회에 일주일에 4∼5일 가거든.
영식           교회 직책을 맡아서 밖으로 나가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살림 잘하면 내가 날마다 업고 다니겠다’고 했더니 아내가 콧방귀를 끼며 ‘내가 너 무릎 나갈까 봐 안 하는 거’라며 비웃었어.
퐁당삐리리  퐁당, 삐리리! 그럼 부부관계는 어때? 만족해?
영식           우린 아이 두 명 나올 동안 몇 번 안 했어?
퐁당삐리리  퐁당, 삐리리! 언빌리버블! 정말이야?
영식           주변에서는 날 스나이퍼라고 해. (허공을 응시하며) 우린 거의 친구처럼 지내.
퐁당삐리리  (심각하게) 여행도 같이 다니고?
영식           응, 여행도 가.
퐁당삐리리  퐁당, 삐리리! 여행 가면 사진도 찍고 스킨십도 있을 텐데?
고은           아니!
퐁당삐리리  헐! 퐁당, 삐리리! 왜?
영식           같이 찍은 사진이 없어. 아무리 사진첩을 찾아봐도 없더라.
고은           호호! 난 사진을 잘 안 찍어. 사진을 찍지 않아서 부부 사진이 없긴 해.
영식           내가 창피한가 봐.
고은           여행을 가기는 해도 내가 사진을 잘 안 찍어서….
영식           (침울하게) 그냥 외적으로 보면 잘생기거나 호감 가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아내가 생각하는 것 같아.
퐁당삐리리  퐁당, 삐리리! 아내가 그렇게 말했어?
영식           자격지심이라고 그래. 나한테.
퐁당삐리리  삐익, 삐익! (붉게 변해) 퐁당, 삐리리! 일주일에 교회를 5번이나 가, 집은 엉망이야, 애들이 뭘 배우겠어? 누구도 그렇게는 못 살아. (아내에게 다가가며) 청소는 왜 안 해?
고은           난 일을 몰아서 한꺼번에 하는 타입이야. 지금은 한결 더 나아졌어.
퐁당삐리리  퐁당, 삐리리! 잘 생각해 봐. 육아가 정리고 정리가 육아잖아. 삶의 질서는 곧 생명의 질서랑 연결된 거 알아? 아내 말이야. 아이들과 지내는 삶이 행복하다고 했는데, 진짜 그 삶이 괜찮은 거야? 맞아?
고은           (당당하게) 그럼, 나는 괜찮다고 생각해.
퐁당삐리리  부모님도 정리를 안 하는 사람들이었어?
고은           아니, 엄만 내가 어렸을 적부터 다 해주셨어. 어지르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냐고 하실 때 ‘엄마, 엄마가 주부고 그게 엄마 역할이지?’ 하고 따지고 내 방 청소도 엄마에게 많이 맡겼던 것 같아.
퐁당삐리리  삐익, 삐익, (붉게 변해) 퐁당, 삐리리! (큰소리로 고은에게) 지금 주부죠? 엄마죠? 근데 왜 안 해?
고은           아까 육아와 집안일이 연결돼 있다고 말했잖아. 어쨌든 신랑의 불만이 청소와 요리 문제잖아. 난 우리가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면 사람 써서 일해도 괜찮다고 생각해. 전에 남편에게 그런 부분을 얘기한 적이 있어.
퐁당삐리리  퐁당, 삐리리! 그러니까 남편이 뭐라고 했어?
고은           그런데 남편은 니가 가정주부이고 엄마고 아내인데 집에서 청소도 하지 않고 요리도 하지 않으면 니가 존재할 이유가 뭐냐는 거야.
영식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사랑은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 일방통행은 없어.
고은           난 존재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여자야. (으쓱하며) 내가 자존감이 좀 높은 편이거든. 호호. (영식을 보며) 그럼 나를 파출부로 쓰려고 결혼한 거야? 왜 나한테 청소 안 하고 설거지 안 했다고 잔소리해? 경제적 여력이 없으면 모르겠는데 경제적 여력이 되니 가사도우미를 쓰자는데 뭐가 문.제.야?
퐁당삐리리  퐁당, 삐리리! 교회에서 직책이 많다며? 교회에서 뭐 뭐 해?
고은           음, 주일 교사하고 있고 평일 저녁에 하는 찬양단하고 아무튼 바빠. 난 시간이 너무 없어.
퐁당삐리리  삐익, 삐익, (붉게 변해) 퐁당, 삐리리! 집이나 잘 돌보세요. 다른 아이들 돌보느라 자식들은 뒷전, 그 아이들 돌보느라 지금 당신 아이들은 소시지 먹어, 참치캔 뜯어서 먹고, 엄마가 한 번도 만들어준 적이 없는 음식을 외부에서 다 시켜서 먹고 있어. 다른 아이들 돌보느라 제 자식들은 뒷전, 우리가 이걸 돌봄이라고 말하지 않아. 충분히 필요한 데도 그 돌봄을 하지 않는 상태를 우리는 학대라고 해.

 

영상, 아주 지저분하고 쓰레기가 펼쳐진 거실. 피자 팩, 과자봉지, 음식 먹고 난 배달 포장지가 널브러진 지저분하고 스산한 거실에서 영식, 고은의 아이들이 뛰놀고 있다.

 

퐁당삐리리  (김수영의 詩 「봄밤」 일부를 낭독)
퐁당, 삐리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퐁당, 삐리리!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퐁당, 삐리리!
기적 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퐁당, 삐리리!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퐁당, 삐리리!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퐁당, 삐리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퐁당, 삐리리!

 

퐁당삐리리  (초록으로 변해) 퐁당, 삐리리! 있잖아, 사랑에는 게으르면 안 돼. 몸은 게을러도 사랑에는 부지런하길! 마음을 내어 함께 서로를 봐. 항상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는 사랑을 꼭 기억해. 퐁당, 삐리리!
영식           아내를 사랑하지만, 하루하루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 (머리를 두 손으로 잡고 마구 흔들며 비명) 흐윽, 아아아아악!
고은           (깜짝 놀라서) 왜, 왜 그래, 여보! 여보! (암전)

 

3장_ 수의 대신 꽃무늬 꼬까옷
시공간을 효과적으로 넘나들도록 무대 조형. (그림자-에코) 호흡을 익히는 것은 불안과 공포를 해소하는 일. 2026년에 이런 세상이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을까? 도대체 세상이 왜 이래? (긴박하게) 숨을 쉬어! breathe in! 숨을 쉬어 breathe out! 숨이 다할 때까지!

 

복지사        (관객을 보며) 이슬인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인 친모 밑에서 자랐대. 엄마가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구속됐어. 참 안타까워.
주민1         죽은 아기 몸무게가 4.7kg? 헐, 애 엄마가 감옥에 있어서 장례 치러줄 사람도 없다며?
복지사        그렇대요. 아기 혼자 두고 애 엄만 놀이공원 가고 찜질방에서 놀았대요.
주민1         어린 아기를 방 안에 혼자 두었다고? 미쳤네. 미쳤어.
과장           불쌍한 아기의 마지막 길을 지켜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거죠?
복지사        할머니, 할아버지는 다 돌아가셨고, 이모들이 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장례를 지낼 여력이….
과장           (잠시 생각하다가) 그럼 내가 여기저기 알아볼게요. (한숨) 어휴! (암전)

 

해지           (교도소 안) 오늘이네. 이슬이 장례식. (흐느끼며) 미안해, 이슬아! 널 낳은 걸 후회했어. 사는 게 너무 힘들었거든. 나 혼자 널 키우는 게 괴롭고 귀찮았어. 하지만 이렇게 될 줄 정말 몰랐어.
이슬           엄마, 엄마, 엄마. (우는 처량한 소리)
해지           (땅을 치며) 어떻게 해. 크으으! (목메어 울며) 나도 살고 싶고 싶었다고!
이슬           엄마, 엄마, 엄마 (애처롭게) (암전)

 

장례식장(부귀후원회 강당), 웅성대는 여러 명의 사람들.

 

주민1          (손등으로 눈물 훔치며) 저 가엾은 영혼을 누가 달래줄까요?
주민2          (귀에 대고) 글쎄, 아이를 수습하러 가서 보니 갈비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말랐대. 엄마가 돌보지 않아서 굶어서 죽었대요. 사인이 영양실조와 탈수?
사람들        (이구동성으로) 엥? 영양실조? 탈수?
주민1          지금 이 시대에 말이 돼요? 도대체 어미란 년은 어떤 년인지 얼굴 한번 보고 싶어요. 아기를 굶겨 죽이다니….
주민2          기가 막혀. 천벌이 무섭지 않나?
노인           이슬이가… 가여워. 좋은 세상에 태어나서 사랑받지도 못하고 고통스럽게 이 세상을 하직하다니 천인공노할 일이야. 어휴, 말세야. 말세!
주민1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살려달라고 우는 소리!
이슬           (소리) 엄마, 엄마, 엄마. (구슬프다)
이슬           (영상) (꽃무늬 꼬까옷 입고) 엄마, 엄마, 엄마! (꽃동산을 아장아장 걸으며) 엄마, 엄마, 엄마, 엄마! (꽃비가 내린다)
복지사        소외계층의 장례를 지원하는 부귀후원회 덕분에 오늘 이렇게 간소하게나마 이곳에서 장례를 치를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주민1          아따, 억수로 수고 많았네요.
복지사        다 과장님 덕분이에요. 과장님이 애 많이 쓰셨어요.
과장           (겸연쩍게) 이슬이의 마지막 길만은 외롭지 않도록 예쁜 꽃으로 관을 가득 채워줍시다.
주민2          에구, 마지막 길만은 외롭지 않았으면….
복지사        키가 70cm도 안 된 아기에게 맞는 관을 구할 수가 없어서 훨씬 큰 관을 준비했어요.
과장           (꽃을 관에 넣으며) 예쁜 꽃으로 가득 채워요. 불쌍한 이슬이가 편히 저세상으로 가도록! 천국으로 가길 빌어줍시다.
주민1          작은 이슬이 몸에 맞는 수의도 구할 수 없어 수의 대신 꽃무늬가 있는 예쁜 원피스를 입혔데요. 대명천지에 굶어서 죽다니, 정말 너무 불쌍해. 잘 가라.
주민2          꼬까옷을 입었네. 알록달록 예쁜 꽃으로 줄게. 아가야, 향기로운 꽃향기가 시름을 잊게 해주면 좋겠어. (꽃을 한 송이, 두 송이 관에 넣은 사람들)

 

<건너편 건물 전광판 뉴스 영상>
2026년 3월 4일, 인천 남동구의 한 주택에서 생후 20개월 된 여아가 영양 결핍으로 숨진 채 발견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20대 친모 김 씨가 방치한 20개월 된 딸이 숨져 있는 것을 친척이 발견하여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결과 사인은 영양실조와 탈수로 추정. 숨진 아이는 또래보다 앙상하게 마른 상태였으며 오랜 기간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인 친모 김 씨는 남편 없이 두 딸을 키워왔으며, 아이를 집에 홀로 두고 장시간 자리를 비우는 등 방임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숨진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었으나 사망하기 전 이틀간 결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친모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었습니다. 친모는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 ‘아기에게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사건은 전형적인 방임에 의한 영아 사망,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오늘 아이의 장례식이 치러진다고 합니다.

 

이슬이모     (흐느끼며) 예쁜 이슬아! 이모가 미안해! 흑흑!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이슬아! 오늘 하늘나라에 소풍 가는 날이야. 저세상에서는 맛있는 맘마 많이 먹고. 언니, 오빠랑 재밌게 놀다가 다시 만나자. 이슬아. 안녕! (마지막 인사)
사람들        (꽃을 관에 넣으며)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편히 잘 자라!

 

소리           (모차르트 <자장가>가 울려 퍼지는 강당)
잘 자라 우리 아가
앞들과 뒷동산에
새들도 아가 양도 다들 자는데
달님은 영창으로
은구슬 금구슬 보내는 이 한밤
잘 자라 우리 아가 잘 자거라.

 

소리 점점 작아지며 막이 내린다.

 

*인용: 김수영 詩 「봄밤」, 들국화 <희망가>, 모차르트 <자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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