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6월 6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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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중을 부유하는 먼지는 초여름의 햇빛에 더욱 선명해진다. 단칸방의 직사각형 창을 통해 들어온 햇빛이 나의 남루함을 샅샅이 밝혀낸다. 창밖에선 무성한 녹음이 요동치고 있다. 나는 숨을 수도 없는 나의 처지에 비참해진다. 오랜 시간 방치하여 생긴 옷의 얼룩 같은 곰팡이가 벽을 뒤덮고 있다. 나는 저 곰팡이가 점점 넓어져 언젠가 나를 잡아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방의 구석엔 때 이른 겨울옷들이 쌓여 있다. 누군가의 무덤처럼. 패딩, 내복, 양말, 코트…. 어쩐지 옷의 안쪽, 가장 깊숙한 곳에 엄마가 있을 것만 같다. 저 무덤을 모두 파헤치면 다시금 엄마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난 그 옷더미 속을 마구잡이로 헤집는다. 이마에 맺힌 땀이 패딩 위로 떨어진다. 밖에선 매미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엄마는 매일 시장에 나갔다. 엄마와 함께 나이를 먹었다는 수레에선 늘 짙은 쇠 냄새가 났다. 페인트가 다 벗겨진 고철 수레 속엔 겨울옷들이 가득했다. 보온성도 좋지 않은 싸구려 패딩을 파는 엄마는 어느새 수레만큼이나 늙어 있었다.
“오월에 누가 패딩을 사.”
내가 타박해도 엄마는 매일 그 수레를 끌었다. 한여름의 뙤약볕 속에 서 있는 엄마의 모습이 이질적이었다. 시장에 나갈 때와 돌아올 때의 수레 모습은 늘 똑같았다.
“그래도 엄마는 오월이 좋아.”
쇠 냄새가 베어 있는 손으로 옷들을 정리하던 엄마가 말했다. 나는 그런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다. 돈 한 푼 벌지 못하고 돌아오는 나날들이 아깝게 느껴졌다. 나는 대답 없이 엄마를 따라 옷을 갰다. 새 문제집을 사야 한다는 말은 혀 위에 남겨둔 채. 엄마는 그 뒤로도 늘 겨울옷들을 팔러 나갔다. 언젠가, 엄마가 암에 걸려 보험도 되지 않는 약을 처방받다가 죽기 전까지도.
수북하게 쌓인 옷더미를 아무리 파헤쳐도 엄마는 보이지 않는다. 옷가지들이 널린 방안은 꼭 엄마의 수레 속 같다. 티셔츠는 땀으로 인해 등판에 달라붙어 있다. 나는 얼굴 외각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낸다. 이상하게 하나도 덥지 않다. 마룻바닥 위를 내딛고 서 있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시린 겨울을 맞은 느낌이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옷들을 주워서 껴입는다. 새빨간 내복, 실이 풀린 스웨터, 솜으로 꽉 찬 듯 무거운 패딩. 아무리 옷을 입어도 추위는 가시지 않는다. 다시는 오월의 따뜻함을 느낄 수 없을 것만 같다. 난 바닥에 주저앉아 창을 바라본다. 떨어질 줄 모르는 해가 내리쬔다. 나는 앞으로도 엄마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오월이 되면 늘 엄마의 옷더미를 뒤질 것이고, 엄마를 떠올릴 것이다. 갑자기 들어오는 찬 바람에 난 옷을 더욱 꽉 여민다. 시린 숨을 뱉으며, 시들어 가는 오월을 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