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6월 6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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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스며드는 오월의 봄날
색 바랜 간판을 단 은수 사진관
유리창 너머 초점이 나간 듯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반사판 아래 드리우는 그림자
바퀴가 고장 나버린 의자 위에
걸터앉은 아버지가 있다
흰 배경지 앞에 앉는 사람들
아버지는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고
터져 나오는 플래시 불빛
인화지에 사람들의 얼굴이 스민다
나를 의자에 앉히고는 조여 보는 조리개
나는 오월에 생긴 아이라서
매년 이맘때 초음파처럼
내 사진을 찍는 거라며
아버지는 사진의 명암을 더 짙게 맞춘다
사진을 찍는 건
흘러가는 순간을 기억하는 일
벌게진 두 눈을 비비면서도
렌즈 속에 비친 내게 눈 맞추곤
옅게 웃어 보이는 아버지
입가의 주름은 늘어가고
내가 짓는 표정마다 찰칵대는 카메라
아버지는 창고에서 액자를 꺼내
온기 남은 내 사진을 끼워 넣는다
진열창 속 필름처럼 줄지어 내건
지난 나의 사진들은 빛바래져 가고
내 앞에는 여전히 아버지가 있다
액자 속 사진들이 채워지는 오월
은수 사진관의 손때 탄 시간은
아지랑이처럼 일렁이고
입가에선 햇살 같은 미소가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