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6월 6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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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상 뒤편에는 버려진 물건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햇빛이 쨍하게 비추는 날씨에도 아빠는 그 한가운데에서 일을 멈추지 않았다. 폐지 더미 위에 또다시 폐지가 쌓이고, 그 위로 알루미늄 캔과 고철들이 층을 계속 이루고 있었다. 아빠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망가진 가구들과 캔들을 분류했다. 나는 그런 아빠를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고물상 일을 하는 아빠는 여름이 다가올 때면 항상 분주해졌다. 새벽마다 낡은 트럭을 몰고 사람들이 내놓은 고물들을 한가득 실어와 그것들을 분류하고 해체하는 것까지 아빠의 일이었다. 버려진 물건들의 종착지라고도 불리는 고물상은 거대한 물건들의 무덤처럼 보였다. 하굣길에 있는 아빠의 고물상을 지나칠 때마다 아빠는 항상 손에 드라이버를 쥐고 있었다. 캔을 분류하느라 생긴 상처가 아빠의 손등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구석에 쪼그려 앉아 버려진 냉장고의 문이나 부품들을 드라이버로 해체시킨 아빠는 만족스러운지 미소를 지었다. 아빠의 미소를 보는 건 꽤 오랜만이었다. 오월의 덥고도 쨍쨍한 날씨에도 아빠가 미소를 잃지 않았다는 사실에 나는 안도감이 들었다.
아빠는 원래 번듯한 직장을 다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정리해고를 당하면서 아빠는 집에만 박혀 있게 되었다. 아빠의 미소도 자연스럽게 잃어갔다. 아빠가 해고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엄마가 돌아가셨다. 마트에서 일하던 중 갑작스런 뇌출혈로 쓰러진 엄마는 엄마의 바람이었던 장기기증을 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난 엄마를 보며 나는 우리 가족이 해체된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한동안 슬픔에 잠겨 있을 때 문득 본 아빠의 모습은 어딘가 달라져 있었다. 아빠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주먹을 쥐고 있었다. 며칠 후 아빠는 고물상 일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아빠의 새 인생이 시작되었다.
오월의 정점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뜨거운 해가 기승을 부리던 날이었다. 아빠는 평소처럼 고물상에 가지 않고 나를 데리고 산으로 갔다. 아빠가 산에 가자는 이유는 하나였다. 엄마를 보기 위해서였다. 오늘은 벌써 엄마의 기일이었다. 도착한 엄마의 무덤은 벌써 풀이 무성하게 자라 내 무릎까지 올 정도였다. 아빠는 가져온 도구로 풀들을 자르며 엄마의 무덤을 정리했다. 엄마의 기일 때문인지 오늘따라 더 엄마 생각이 자주 나 눈물이 앞을 가로막을 것 같았다. 그런 나를 눈치챘는지 아빠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오월에는 특히 더 엄마 생각이 자주 나지. 하지만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해야 해. 하늘에서 우리를 지켜볼 엄마가 뿌듯해할 수 있게.”
아빠는 그렇게 말하곤 남은 풀들을 정리했다. 나는 문득 그 모습이 고물상에서의 아빠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항상 쭈그려 앉아 드라이버로 가구를 해체하고 남은 부품들을 조심히 옮기는 아빠. 나는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말을 아빠에게 꺼냈다.
“아빠는 왜 하필 고물상 일을 하게 된 거야?”
갑작스런 내 질문에 아빠는 잠시 당황한 듯 보였다. 생각에 잠기던 아빠는 무덤 옆에 떨어진 캔을 주우며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 버려진 물건은 그게 끝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버려진 물건은 생각보다 쓸모가 많아. 잘 해체하면 그 부품은 다른 곳에 쓰이고, 다시 새로운 물건으로 재생이 가능해. 가전제품이 특히 그렇지.”
아빠는 그저 버려진 물건들에게 새 삶을 주고 싶었을 뿐이야. 아빠는 손에 들린 캔을 가져온 가방에 넣었다. 나는 엄마의 무덤을 바라봤다. 아빠는 엄마가 장기기증으로 많은 이들에게 새 삶을 주었던 것처럼 버려진 고물들에게도 새 삶을 주고 싶어 했다. 그제서야 아빠의 고물상을 이해하게 되었다. 어쩌면 아빠에게 고물은 원래부터 버려진 물건 따위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햇빛이 쨍하게 다가왔다. 오월의 청명한 하늘 아래에는 우리 가족이 있었다. 나는 아빠와 함께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