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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나

한국문인협회 로고 명은애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6월 6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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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는 날이면 몸이 먼저 저물어
어둠이 지나간 자리마다 멍울이 뼛속으로 스민다 
나는 팔을 뻗지 못하고 내는 손가락 꼽은 채
어깨 하나 거두지 못한다
사랑은 늘 환한 곳을 비껴
그늘 갈피 속에서만 숨을 틔운다
왜 나는
빛이 많은 낮에는 내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어둠이 깊어야만 얼굴을 알아보는지
지친 눈동자에 푸른 물이 차오른다
바라보다 부서져 파편이 제 이름을 잃는 순간에도
나를 남김없이 통과한 빛 하나 있다면
사라짐 또한 모자람이 아니라며
잠들지 않는 창을 열었다 닫는다
실바람은 살을 스치며 늦었다는 말만 얇게 남긴다
어디선가 별 하나 젖은 음절로 흘러내리고
또 어디선가 달개비꽃이 향기를 숨기고 내려앉는다
해가 오르면 스스로를 접는 푸른 혀
젖은 흙 위에 잠시 놓였다가
저녁이면 물빛으로 돌아가는 짧은 숨이
어깨 위에 비로 내리는 날
나는 내 이름을 부른다
소리는 푸른 꽃잎으로 떨리고
끝이 있었는지 아직 건너지 못했는지
울지 말자
사랑이 남아 있는 동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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