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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고전의 꽃부리와의 다리 놓아 이루어낸 새싹(미학)

한국문인협회 로고 아이콘 진창선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8월 6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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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고전(古典)의 꽃부리와의 다리를 놓아 이룬 새싹인지라 전 통에의 기여에도 이바지되지 않겠는가. 이에 앞서 작품 감상을 위한 방 법도 이해와 감상을 위한 그 차례라면 대체로 이해를 우선으로 한 편 이다.
신석정(辛夕汀) 시인의 시문학 강의 시간에서도 이해가 우선임을 강조 하였다. 즉 그 본보기의 한 예라면 평이하고도 쉽게 풀이한 산문화(散文 化)였다. 한편 시는 짓는 것보다 해설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덧붙인 다면 또한 완전한 해석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시론(詩論)이기도 하다. 그 리고 난해시의 경우도 추상어와 관념어는 물론 지나친 이미지 위주와 작가의 내면의식은 독자로 하여금 크게 부담을 느끼게도 한다.
일단 학문과 예술은 물론 예컨대 미의 범주가 무한하듯이 어떤 경우 이든 정의처럼 문법화시키는 것이 어렵단 것이 일반적인 통설이다. 그 러므로 삶의 치열한 체험과 혁명적 노력을 통해 발굴해 내는 한낱 그 한 과정일 뿐이라고 한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온 통설이다. 무릇 예술적 미의 추구를 위한 불가분의 한 방편일지라도 함부로 비교 또한 조심스 럽기는 하나 모처럼 파격적 괴기체(怪奇體)를 통해 서예를 탄생시켜 중국에서도 서성(書聖)으로 일컫던 왕희지의 서법까지 뛰어 넘은 김정희 의 추사체(秋史體)는 오늘날의 표현이었다면 정히 세계적이라고 해야 옳았지 않을까.
‘글씨는 그림처럼 그림은 글씨처럼’이란 역설적 속성까지 내포, 드높 은 지혜를 깨닫게 하는 대예도(大藝道), 덧붙이면 예컨대 금언(金言)과 탁견 더 나아가서는 언어를 초월한 넓고도 드높은 명견(明見)이야말로 창조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국 현대시에서도 한 예로는 사진 원판을 이냥 바라보는 순간 끔찍스럼을 이미지화한 작품도 괴기체 (grotesque)로 보여 주었다.

밤 汽車의 이빨 사이로
시리게 기어나갔다
하 하 하 하 웃으며 달리는
밤 汽車 입술 가장자리에
나무들이 박혔다
따라오던 바람이
밤 汽車의 머리채를
송두리째 강바닥에 던졌다
——김혜순, 「마라톤」부분

위 작품에서도 이미지화와 더불어 불안감과 엉키어 흉물에 먹히지 않기 위해 이빨 사이로 기어 나온 형상처럼 섬뜩스런 흉상이 어지럽게 다가선다.
너무 길다. 우선 짧기로도 잘 알려진 르나르(Renard)의「뱀」은「 박 물 지(博物誌)」의 한 부분으로 똬리를 틀고 있는 징그럽고도 흉칙스런 동 물과의 부딪는 순간 등골까지 오싹할 만큼 불안하기도 한 파충류로 묘사되었다.
한편 일본의 전통 시가인 하이쿠(俳句)는 그 인구만도 500만을 넘을 뿐 아니라 생활화에도 성공했다고 한다.

古池や 蛙飛びこむ 水の音
(낡은 못물이여 개구리 뛰어 드는 새봄의 소리)

하이쿠의 특징 중 하나라면 일단 설명은 물론 사상과 철학적 관념까 지도 배제된다는 것. 부연하면 구체적인 상태가 영상으로 드러나 있을 따름이다. 사물시(事物詩)의 한 극단이라 할 수 있다.
한편 하이쿠는 이데올로기의 구속에서도 자유로운 상태다. 음수율 (글자의 수) 5·7·5 .  한 줄 의 이미지를 얻는 것은 위대하다고 한 미국의 E. pound로 그도 하이쿠를 매우 좋아했다 하니 이미지를 더욱 파문처 럼 넓힌 효과 때문 아니었을까. 한국의 강은교 교수도 오늘의 시인이 마지막 이르러야 할 데는 소리와 이미지와의 결혼식이라 하였다.
한편 동양의 대표적인 시형(詩形)은당(唐)나라 때 완성했다는 기승전 결의 절구는 동양이 낳은 미학이라고도 이른다.

내 귀는 소라 껍데기
파도 소리를 그리워한다.
——장 콕토(Jean Cocteau), 「나의 귀」

장 콕토는 예술 전반에 걸쳐 독창적 재능을 발휘한 귀재다. 그는 자 기 나라 문화를 남달리 사랑했다고 한다. 톨스토이도 차이콥스키 교향 곡을 감상할 땐 눈물까지 보인 것도 러시아 민요에 대한 애착 때문이라 고했다. 민요(民謠)란 한 민족과 함께 자연적으로 발생하여 민족 모두가 즐겨 부르는 노래며 민족 공동의 서민적 희망과 종교와 연애 등 생 활 감정 이외 그 민족이 좋아하는 리듬(가락)으로 짧은 형식 안에 소박 한 말로 표현되어 있다.
한국 민요 아리랑은 우리 판소리와 같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되었 으며 우선 부드럽고도 고운 리듬으로 즐거울 땐 허튼 춤과 더불어 어울 려 더덩실 멋이 넘칠 뿐만 아니라 배우기도 쉬운 노래다.
비록 분단의 아픔 속에서도 남북이 한자리를 할 때는 한마음이 되어 모두 함께 부르고 있으니 역시‘큰 문화의 나라답게’조화와 예의를 중 시하는 상생공동체의 전통은 우리의 고유한 문화유산이다.
팔레스타인 시인 마흐무드 다르위시의 주견(主見)은 깊이가 있어 새 겨 봄직하다.
‘나는 역사의 아들이 되고 싶습니다.’
그토록 바라고 기원했던 광복의 기쁨과 영광으로 새 나라(조국) 건설 을 위해 의논할 여유도 없이 여기저기에서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이 념이 꿈틀대는 걸 보자 이내 우려가 앞섰던 신석정 시인이 다음의 작품 을 발표한 것은 우연의 일치이기도 하다.

태양을 의논하는 거룩한 이야기는
항상 태양을 등진 곳에서만 비롯하였다

달빛이 흡사 비 오듯 쏟아지는 밤에도
우리 헐어진 성터를 헤매면서
언제 참으로 그 언제 우리 하늘에
오롯한 태양을 모시겠느냐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야기하며 이야기하며 가슴을 쥐어뜯지 않았느냐?

그러는 동안에 영영 잃어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서른여섯 해가 지나갔다
다시 우러러보는 이 하늘에
겨울 밤 달이 차거니
오는 봄엔 분수처럼 쏟아지는 태양을 안고
그 어늬 언덕 꽃덤풀에 아늑히 안겨 보라.
——신석정, 「꽃덤풀」전문(1946)

「꽃덤풀」에서처럼 정작 시가문학사상 태양을 우러러 편집한 작품은 볼 수 없었다. 덧붙이면 그러니까 첫머리부터 불변의 기상과 위용으로 활력 넘치는 노래로 표현한 예를 볼 수 없는 이 하나만으로도 명시 명 작으로 높일 만하지 않겠는가. 특히“겨울 밤이 차거니”의 시구는 시대 적 상황을 고민한 날선 역사의식으로 문학사적 의의를 더욱 높였다.

冬至(동지)ㅅ딪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버혀 내어
春風(춘풍)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른 님 오신 밤이어든
구뷔구뷔 펴리라
——황진이(黃眞伊), 「동지ㅅ딪 기나긴 밤을」

앞에서 잠깐 제시한 시의 관점에 대해 이른다면 정의란 사상과 감정 을 운율적으로 표현한 언어 예술로, 이왕의 개념이 계속 되고 있다. 그 리고 그 요소로는 곧 시어 이미지 리듬과 표현 기교 등이 손꼽힌다.
한편 정서적 분위기에 따라‘노래의 시’와‘생각의 시’로 나누기도 한다. 다만 입시 위주로 한 주제를 위한 편중은 열린 교육의 뒷걸음일 뿐이다. 까닭인즉 주제에는 이미 여러 요소가 섞여져 한 몸으로 어울러 져 있다. 한편 작품의 이해와 감상은 느낌과 흥미 등이 아우름으로써 한 몸으로 탄생, 더 나아가서는 문학적인 면과 언어적 기능까지 함유 생명 탄생의 과정을 이루어 냈다고 말한 것이다.
이어 작품「동지ㅅ딪 기나긴 밤을」」에서 관점을 달리한 경우를 쫓는 다면 외형상 관점은 바로‘그리움에의 연정’또는‘임에 대한 연정’, 이 보다는 그저 문답에만 치중한 문답식인지라 정작 진미(眞美)는뒤로한 채‘참된 것은 전체’란 대의를 소홀히 하고 만 건 아니었을까. 시란 부 분들이 모여 전체를 이룬 것이 아니라 전체가 바로 부분들을 형성한다 는 걸 파악해야 할 것이며 또한 작가의 위상도 같이 아울러야 감상의 깊이도 높이지 않겠는가.
대개 작가의 시대적 배경은 반영한다기보다 문화를 굴절한다고 해야 바르다. 그리고 오늘 따라‘황진이는 역설’이란 문법상의 묘사도 정리 도 분명해질 것이다.
역사가 밝힌 대로 봉건제도의 남존여비하의 조선조 여성의 삶이란 숙연한 채 길 밖의 생존에 불가한 일상, 이를 바라보는 황진이에겐 주 어진 저항인지라 뜨겁게 껴안아야 할 인간애 그리고 하늘에도 부끄럼 이 없어 젊은 태양도 마시며 살아온 참 삶이었는지라 가로되 자기를 스 스로 만들어 가는 존재 곧 실존적이 아니었겠는가.
그러면 젊은 태양도 마시며 살았으니 그를 일러 역설이란 정리 또한 적 중하지 않았겠는가. 그리고 위의 시구“베어 내허”인 날카로운 그 무엇으 로 자르거나 끊다인 동사(움직씨)로 뒷받침함으로써 마음까지 껴안은 듯 한 어학적 긴장감을 감각적 표현으로 배가시킴으로 효과를 더했다.
한편 시제인 미래형도 여러 면으로 뜻을 넓혔을 터. 그리고 이어진 시구인“기나긴 밤”으로 그 시적 공간인 즉 밤길이라 임과의 만남을 위 해서는 휘영청 밝은 달빛을 벗 삼아 찾아가는 그리움은 굽이굽이 모퉁일랑 서나서나 돌고 돌아 돌다리를 건너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아늑한 그곳에 눈이 절로 감겨지는 걸 누구라 헤아리겠는가.
“흐르지 않은 강물”따라 마침내 발걸음이 이르는 그 방 안에 들어선 순간 그 기나긴 밤을 잘라 포근히 덮여 있는 봄 이불을 보자 알뜰한 정 성이 홀연 안겨짐으로 둘이 하나로 이루어진 듯, 이 같은 연정이야말로 천하 으뜸인 연가의 백미가 어디라 있을까.
한편“서리서리 너헛다가 구뷔구뷔 펴리라”의 의태어(꼴시늉말)로음 악적인 효과이면서 그 대조적인 묘미는 한국어가 아니면 살릴 수 없는 수법이기도 하다.
이어서 황진이의 간추린 연보다.
자(字)는명월(明月)이며 황 진사의 서녀로 태어났다. 그는 어머니로 부터 교육을 받아 곧 8세에는 천자문을, 십오륙 나이에는 사서삼경도 마친 천재적 여원(女媛)이었다. 그런데 웬일일까. 40에 이르게 되면 부 디 까막까치가 노는 한적한 골짝이면 던져 달랐다는 그 초연한 결단이 후세까지도 이런저런 설화로만 이어지고 있으니 황진이는 전설의 여인 인지라 황진이 이전 그 이후에도 없는 구원(久遠)의 한 자유인이라 자기 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가로되 실존이 아니겠는가.
다음은 일제강점기의 문화말살정책의 한 예로 미풍양속을 뿌리째 뽑 아 자른‘일본도(日本刀)’의 잔인성을 어찌 다 이를까. 허나 조상으로부 터 이어받은 역사와 문화유산 더욱이 금수강산 조국의 옥토는 국권 회 복의 그날까지 백성들에게 당부하곤 잠시나마 이웃 중국으로 망명할 수밖에 없었던 국운이 아니었던가.
비록 이국 땅이었지만 임시 정부를 세우곤 김구(金九) 주석을 중심으 로한청사(廳舍) 아래다간 그런 대로 연병장엔 훈련장부터 골라 적과 맞설 상황을 대비 전술과 군사 양성에 만전을 기했다고 하며 또한 적의 탐정과 공격을 대비 극비로 보전 보관할 밀실 하나에도 최선을 다해 마련했다고 한다.
일본은 만주를 통해 중국 침략을 위해 신설한 관동군으로 우리 광복 군까지도 소탕하라는 야망도 버리지 않았다. 독립군은 능선의 요소마 다 요새화는 물론 기틀마다 고지 확보에도 적과 맞설 것을 위해 빨치산 전술로 대비했다고 했다.
한편 일본군은 많은 병력만 앞세워 뽐냈지만 독립군의 유인 전술 전 략엔 사기부터 우왕좌왕 후퇴 시에는 허둥대다 마침내는 아수라장인데 도 뒤쫓는 듯 몰아대는 명령통에 일부 잔류병은 벼랑 같은 기슭을 오르 다 불가분 육박전으로 전황은 차마 바라보기조차 딱한 참상일 수밖에 없었다 했다. 백전백승, 이는 옛 고사일 뿐 희생 또한 어쩔 수 없는 비 운이었다고 했다.
어느덧 어둠까지 밀려 온 전장터엔 적막강산 무겁게 내리는 고요와 함께 바람결조차 적적할 뿐이었다. 다음 장르는 장편(掌篇) 콩트로

전쟁은 끝났다.
그는 독일군으로부터 다시 찾은
고국으로 돌아갔다.
가로등이 침침한 길을 그는 급히 가고 있다. 어떤 여인이 그의 손을 잡고
술에 취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놀고 가세요?  잘 해 드릴게요.”
거리에서 몸을 파는 여인이었다.
두 사람은 가로등이 환한 등불 밑으로 갔다. 다음 순간 여인의 두 팔을 움켜쥐었다. 그의 눈은 빛났다.
“요한”하고 그 여인을 끌어안았다.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 대부분은 사랑과 휴머니즘을 형상화하였다. 한편 영화를 제7예술이라도 한다. 특별한 경우 영화 첫머리엔 시구나
또는 독백을 음향과 더불어 인상 깊은 구성을 위해 화면에 깔기도 한다.

누구를 위하여 종(鐘)은 울리나
생명의 불이 꺼지는 것은
인류(人類)의 한 가닥 손실
너도 그 한 가닥이라면
울리는 조종(弔鐘)은 너를 위해서도 운다.
묻지를 마라 누구를 위해 종이 울리나를.

헤밍웨이의 소설을 영화로 제작, 제목은 미국의 시인 Jone Done의 시구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頭蓋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던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
——심훈, 「그날이 오면」전문

영국의 시인 C.M. 바우라(Bowra)는「시와 정치」에서 세계 저항시 맨 처음의 대표작이라고 했다.

너희도 만일 피가 있고 뼈가 있다면
반드시 조선(朝鮮)을 위하여 용감한 투사가 되어라.
태극의 깃발을 높이 드날리고
나의 빈 무덤 앞에 찾아와 한 잔 술을 부어 놓으라.
그리고 너희들은 아비 없음을 슬퍼하지 말아라.
사랑하는 어머니가 있으니
어머니의 교양으로 성공한 이를
동서양 역사상 보건대
동양으로 문학가 맹자가 있고
서양으로 불란서 혁명가 나폴레옹이 있고
미국에 발명가 에디슨이 있다.
바라건대 너희 어머니는 그의 어머니가 되고
너희들은 그 사람이 되어라
——윤봉길, 「강보에 싸인 두 병정(兵丁)」전문 (거사 이틀 전 공원 답사하고)

조국을 빼앗긴 역사의 아들로서 강보에 싸인 두 아들에게 살신성인, 참 삶으로 나라의 일꾼이 되기를 당부한 유서와 같을지니 찬 서리 눈비 에도 불변하는 늘푸른 바위벽에 시비로 길이길이 보전토록 조성하기를 기원할 따름이다.
윤봉길은 1930년 상해로 망명 김구 주석의 지도를 받아 1931년 한국 애국단에, 1932년 4월 29일 일본 천황 생일 축하 및 상해사변 기념식을 거행할 홍구 공원에 들어가 본부석에 폭탄을 던져 일본 거류민단 제9 사단장 우에다 주중공사 시게미쓰한테도 상처를 입힌 다음 현장에서 체포되어 일본 군사 법정 가나사와 형무소에서 사형 당한다.

죽는 날까지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서시(序詩)」전문

1943년 사상범으로 체포되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한 윤동주 시 인, 식민지하 자신의 미약함을 자각 외로움과 더불어 가슴에 껴안은 채 참 삶을 다스리다 간 저항 시인의 하나다.
한편 시문학사상 신화(神話) 비평으로는 향가인「제망매가」에서 편린 이 발견되었으며 한편 고대 서정시를 계승한다고도 밝힌 것은 오세영 교수다.

매운 계절(季節)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이육사(李陸史), 「절정(絶頂)」전문

우선 표현상 형식의 특징이라면 연의 서술어 모두가 사전식 기본형 으로 객관적이면서도 정숙한 분위기와 함께 시형(詩形) 또한 한시의 절 구인 기승전결의 반듯한 4각형의 이미지는 정중하면서도 그 단정함과 함께 마지막 연을 통해서는 긴장감이 풀릴세라 바로‘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란 고도의 비유로 중량감을 더했다.
한편 해설의 편의를 위해 연의 요지를 간추리면 제1연 억압과 고통을 겪는 위치, 제2연 칼날 위의 극한 상황, 제3연 한 발 비껴 서는 것도 허 락되지 않은 극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결단, 제4연 강철과 무지개의 대립적인 두 사물을 역설적 기법을 구사 영롱한 반원의 무지개를 띄웠으니 더욱 부드럽고도 눈부시는 신비의 세계이다.
다음은 여러 석학들의 오랜 사유를 통해 정리된 바‘위대한 진리는 역설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의 개념인즉 새길수록 깊고도 넓은 도량이 이를 데 없는 지혜다. 한편 국어사전에는 표현 구조상 상식적으로는 모 순된 말이지만 사살상은 진리를 나타냄이다. 더 쉽게 말하면 겉으론 거 짓 같지만 안으로는 참인 것.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아려 눈을 감네
——이호우(李鎬雨), 「개화(開花)」단형(短形)

3장 6구의 파격적 정형과도 달리 자유로운 3연의 구조인 현대 시조 다. 제목만 제외하면 40여 시어 모두를 나라 말글만으로 제작한 것만으 로도 말글 사랑과 더불어 훈민정음 창제 취지를 떠올릴 뿐 아니라 세계 적 대언어학자이기도 한 세종대왕의 큰 공훈에 사랑과 은혜에의 말글 하나에도 함부로 쓰지 않은 덕행 또한 남달랐다고 한 지조가 높기로도 잘 알려졌다.
한편 훈민정음 창제의 취지인‘자주 정신과 실용 정신’을 드높이고 실천하는 것이 가히 후학들에게는 교시(敎示)가 되지 않았겠는가.
이호우는 1940년「달밤」외 2편으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조선조말의 선비로도 덕행과 더불어 평을 받던 시인이다.
「개화」의 제1연“한 하늘이 열린다”는 시적 자아가 빛의 상태로 돌아 가 새로운 세계가 된 것을 암시 그리고 제2연 마지막 또한 긴장이 강조 되었다. 또한 제3연(종장)에서는 시어“그냥 그대로”인 가만은 5년 후 “상처가 찔리는 것처럼 아프다”인 형용사‘아려’로교정(퇴고)한것으 로 시 전체의 핵심어이기도 하다.

석석석
석굴 석굴
석굴암〔조운(曺雲)〕

단 열 글자의 착상(着想)은 즉흥적 기지(機智)가 매력적인 표현으로 마 침 시조시인들의 모임이 있었던 불국사 요사체에서‘석굴암’이란 시제 를 놓고 시흥을 겨루었던 정경을 가람 선생 국문학 특강 때 노트해 놓 았던 것이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올 때 못 본
그꽃
——고은(高銀), 「그 꽃」

삶의 비의(秘義)를 노래한 고은의 작품이다. 두루 알고 있는 것처럼 노벨 문학상을 두 차례나 내려앉았던 한국이 낳은 시인이다. 미국 하버 드 대학에서 한국문학을 1년 기간으로 한 교육과정도 무사히 마친 그 후일담 또한 교육 문화의 실크로드란 호평도 대단했다고 한다.
한편 이탈리아에서도 고은 시의 출판기념식도 겸한다는 통보에『만인보(萬人譜)』까지 챙겨 들고 도착했는데 그곳 문인들로부터도 손님처 럼 극진한 대접이 대단했다고 했다.
미국 통신사 AP 기사는 기대했던 희망이 산문(소설)으로 되고 보니 이에 대한 기사는 한국민들로 하여금 실망이 더욱 컸다고 한다. 20세기 현대 사조의 흐름을 야스퍼스(Jaspers)는 기술과 신지식 그리고 대중의 시대라했다. 한편 문학 또한 여러 장르를 아우른 퓨전의 한 문형이 나 름대로 시험되고 있어 호감도 적잖다고 한다. 이에 대한 관점은 후일로 미루며 이만 마무리할 차례라 붓펜을 거두기로 한다.

시를 배우지 않고 말할 것 없다(不學詩無以言)〔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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