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6월 6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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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먼 전봇대 곁으로 모인 아이들
술래가 매캐한 타르 냄새에 이마를 대고 외친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낭랑한 외마디가 전깃줄 타고 퍼져 나가면
밥 짓던 연기도 아이들 따라 골목을 누빈다
겨우내 옹송그렸던 억울함은
저녁까지 차지하고도 쉬 가라앉지 않는다
배고픈 줄도 해 넘어가는 줄도 모르는
개복숭아꽃처럼 맑고 밝게 빛나는 아이들
길모퉁이에 웅크리고 있던 찬바람을
기어이 몰아내고 만다
도시락을 싸가지 못해도
육성회비, 교납금 못 냈다고
담임선생님께 불려 가도
학교 가는 것이 마냥 설레고 즐겁던
그 아이들이 세상을 일궜지요
꼰대라는 말이 딱히 싫지 않고
‘라떼는 말이야’를 읊조리며
몇 가락 남은 흰머리를 넘기는
그 모습이 멋있습니다
참 아름답습니다